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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율 Sep 29. 2023

2023 섬머소닉 3. 일본 관객의 리액션

2023 SUMMER SONIC OSAKA

섬머소닉에서 만난 일본 관객들의 호응도는 익히 들었던 대로 한국에 비하면 조금 심심했다. 공연장에 도착해 내가 가장 먼저 찾은 아티스트는 더키드라로이(the kid laroi)였다. 라로이가 자신의 노래를 따라 불러 달라고 관객을 향해 몇 번을 외쳤지만, 무대 가장 앞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관객들의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당신의 음악을 들어서 신이 난다고 목놓아 외쳐도 모자라는 판국에 라로이를 왜 이토록 외롭게 만드는가. 마지막 곡을 부른다는 라로이에게 왜 아쉬움의 한탄을 쏟아내지 않는가. 심지어 나일 호란(Nial Horan)이 공연 중일 때, 우우~(신난다는 말), 아아~(아쉽다는 말)을 외치던 내 옆자리를 박차고 자리를 피하는 다른 관객을 보기도 했다. 아마도 저 멀리 있는 무대 위 아티스트에게 내 목소리를 전하는 것보다, 내 목소리가 옆 관객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해외 아티스트 공연에서 민망함은 나의 몫이 되는 경험을 했다면, 일본 밴드 공연을 찾아가길 추천한다. 일본은 자국 밴드 팬덤의 충성도가 높다. 일본 아티스트는 일본 관객을 다룰 줄 안다. 서로의 문화가  익숙한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는 적정선을 알고 있는 듯하다. 후렴구가 다가오니 무대 위 가수가 주섬주섬 수건을 꺼내고 후렴구 음악에 맞춰 수건을 흔든다. 이내 관객들도 손머리 위로 수건을 뱅뱅 돌린다. 일본어가 통해서일까. 가수가 무슨 말을 하니 이번엔 짧게 함성도 지른다. 뛰어야 할 차례라고 말하는 듯, 사람들이 일제히 뛰다가 다시 수건을 뱅뱅 돌린다. (하지만 노래를 길게 따라 부르는 건 못 봤다.) 소리를 내는 것보단 행동하는 게 더 편하구나. 되게 구체적인 행동을 이야기해야 하구나. 시키면 다 하는구나. 아티스트의 리드가 필요했구나. 흥미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일본의 공연 문화는 확실히 한국과 다르다. 가끔 내한 공연 영상을 보면, 노래를 부르러 간 건지 들으러 간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아티스트에게 행복감을 주고 싶어 한다. 떼창, 함성, 박수, 응원봉, 플랜카드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일본은 아티스트의 리드에 따라 움직이는데 한국은 아티스트에게 뭘 더 해주지 못해 초조하다. 그렇게 아티스트가 감동하면 묘한 만족감을 느낀다. 한국이 아티스트와의 소통을 중요시 여긴다면 일본은 음악 경험 자체를 가장 중요시 하는 게 아닐까. 아티스트의 행복보다 자신의, 그리고 함께 하는 관객들의 행복을 더 우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이것대로 저것은 저것대로 옳을지도… 하지만 내 취향은 한국에 좀 더 가깝다.



아무리 그래도 “아유레디?“, “맥썸노이즈“에 “와아~”하고 “디스이즈더라스트송”에 “어어~” 하는 정도의 리액션은 일본 사람들도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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