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요네즈켄시와 엘르가든에 대한 추억팔이 해봐야, 티켓팅에 뛰어든 모든 사람이 그들과의 애틋한 추억 하나쯤 다 갖고 있겠지. 요네즈켄시와 엘르가든은 내가 그들과 추억이 있다는 사실을 영원히 모를거고.
이번주에 있었던 모든 티켓팅에서 실패하고 나는 식음을 전폐하지 않았다. 요즘 안 먹어서 살이 빠졌는데 오히려 밥과 술 너무 잘 먹어버렸다. 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회사일에 집중했다가 문득 문득 텅 비어있던 티켓팅 좌석 선택 화면을 떠올렸다. 손을 좀 더 빠르게 움직였더라면, 클릭을 버벅거리지 않았더라면, 보안문자를 좀 더 빨리 입력했더라면, (영타 연습을 평소에 더 열심히 했더라면!) 이랬다면, 저랬다면, 되감기를 반복했다. 겨우 이 정도로도 나는 기분이 휘청 휘청 하는데 국가 대표 선수들이 4년에 한 번 올림픽에 나가서 실수하면 얼마나 원통할까. 감히 국가대표 선수를 이해하는 척까지.
약간은 승부욕의 문제다. 그럭저럭인 좌석 하나를 얻고 싶은 게 아니다. 가장 베스트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 저 먼 자리에서 앞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게 싫다. 앞자리 15만 원보다 뒷자리 6만 원이 더 아까워. 그 그럭저럭 한자리도 갖지 못하다니. 스스로가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승부욕이 없어서 게임도, 운동도, 공부도 뭐 하나 진취적으로 해 내 본 게 없는데, 왜 이런 데서 열을 내고 있는가. 나는 진짜 아티스트가 좋아서 공연을 보는가. 이 이상한 게임에서 이기고 싶어서 공연을 보는가. 아 그래도 게임만 하고 싶은 건 확실히 아닌 듯.
그렇다면 정말 모든 공연을 진심으로 다 보고 싶어서 예매하는가. 0~10까지의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숫자 몇부터 예매를 결심하는가. 이건 생각해 볼 만하다. 뮤지컬을 많이 보러 다닐 땐 진짜 좋아하는 공연과 좋은 공연을 잘 찾아보려 했었다. 그런데 콘서트, 특히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콘서트를 보러 다니면서부터는 덮어놓고 예매 먼저 한 것도 맞다. 솔직히 좋아하는 마음이 전부 10점은 아니었다. 내한 공연은 언제 또 돌아올지 모르고, 공연을 놓치고 1년 2년 뒤에 입덕하면 다시 하염없이 내한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기 때문에 혹시 모를 후회를 대비해 예매를 하기도 했다. 나름 경험에서 우러나온 미리미리 습관이다. 이 습관이 도파민 중독에 이르게 한 걸까. (그럼에도, 요네즈켄시는 진짜 10점이었다. 진짜.)
당분간은 티켓팅을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모네스킨 내한 시 했던 말 무른다. 아 혁오랑 선셋롤러코스터 앵콜 공연해도 무른다.) 도파민 디톡스를 위해 독서가 많이 언급되는데, 지금보다 책 더 많이 읽어야 하는 건가 보다. (책 <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찾기>를 주문했다.) 화를 가라앉히고 실패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잘 다스리는 기간을 가져야 겠다. 잔잔한 영화를 보자. 날도 좋으니 산책을 하고 길고양이들 간식도 주고. 나에게도 일상의 평온함이 있다. 있다. 있다.
근데 공연 보는 횟수 다른 사람들한텐 명함도 못 내밀만큼이긴 한데, 인스타그램엔 도파민 충전하는 모습만 올려서 맨날 공연 보러 다니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맨날 그러고 살기엔 내 체력도 돈도 부족하다. 부족한 체력과 돈이 그나마 나를 지켜주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