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는 삶
몇 년 전부터 불어오던 mbti성격유형검사는 나에게 아주 큰 흥미를 불어 일으키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가장 흔하지 않은 mbti인 infj로써 이 세상을 살아가며 생겼던 의문점들이 이 검사 하나로 모든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늘 그랬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들의 눈치를 자동으로 보게 되었으며, 집에 돌아온 후 가식적이었던 스스로를 자책했다. 이렇게 20년 넘게 살다 보니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과 아주 멀어지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우울의 감정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거의 매일 밤 생각이 많아지고 답이 없는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쏟아져 엉켜있을 때 머리를 열어 모든 것들을 다 던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이유로 수면은 늘 부족했고, 그로 인해 예민함은 증가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 현대인들의 가장 큰 위험물은 끝없이 나오는 자극적인 매체가 아닐까 싶다. 흔히들 말하는 '도파민 중독'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끝없이 유튜브를 틀어놓고 멍하니 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전에서 도파민의 기능을 검색해 보는데 [뇌에 도파민이 너무 과도하거나 부족하면 투렛 증후군, ADHD, 조현병, 치매, 우울장애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연구 결과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 속에는 도파민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도파민은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된다.]라고 적혀있다. 도파민은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너무 적어도 안 되고, 너무 많아도 안 되는 그런 존재가 바로 [도파민]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나를 고쳐보기 위해 고요함 속에 빠져들고 싶었다. 남들이 볼 때에는 지루함과 고독함의 연속이지만 어째서인지 차분해지는 기분은 무엇 때문일까.
자극적인 것을 원래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 유튜브 영상은 아주 약하고 천천히 나에게 스며들었다. 나는 유독 범죄 이야기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즐겨 보고 듣는데, 듣다 보면 깊숙이 빠져들어서 순식간에 4~5시간이 지나가 있을 때도 있었다. 취미생활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것은 하루에 딱 1~2시간이면 나에게 충분했다. 그 이상으로 보다 보면 아무래도 범죄 이야기이다 보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기 좋기 때문에 적당히 보는 것이 좋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규칙을 정한 것이다. 그렇게 나와의 약속을 지키다 보니 하루에 한 번도 보지 않는 경우도 생겼고, 방 안이 고요함에 잠기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졌다.
내 취미는 독서인데 책에도 여러 장르가 있어서 [마음 놓고 읽을 수 있는 책]과 [마음 졸이며 읽어야 하는 책]으로 나에게는 나뉜다. 전자의 경우 힐링타임을 가지면서 따뜻한 차를 한잔 내려서 함께 즐기며 읽을 수 있고, 후자의 경우 너무나 집중하고 스트레스를 받아버려서 따뜻한 티는 차갑게 식어버리고, 그냥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어 진다. 도파민을 피하려 독서를 하다가 카페인 중독으로 넘어가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물론 후자의 책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고, 적당한 생각과 마음을 쓰면 좋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느낌이 든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특히나 열린 결말인 책일 경우에는 책을 덮고 나서 한참을 기분 좋게 생각에 잠길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한 번에 2~3권의 책을 함께 읽는다. [소설]과 [수필]과 [시]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 없이 책을 후루룩 읽고 나중에 생각하고 싶을 땐 소설을, 천천히 읽으며 나의 삶에 빗대어 바라보며 나아가고 싶을 땐 수필을, 그리고 스스로의 생각이 필요하거나 영감을 얻고 싶을 땐 시를 읽는다. 나로서는 꽤나 똑똑한 독서방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여러 권의 책을 한 번에 읽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책의 흐름이 끊긴다는 생각보다 환기가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좋은 독서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향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집착하는 이름하여 [향친자]이다. 작업실은 물론이고, 집 안에서 디퓨저나 인센스, 그리고 향수 등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고, 2가지 향을 레이어드 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기에 방에 딸려있는 베란다에 인센스를 피워놓고 방 안에 앉아서 명상을 하면 그만큼 차분해지는 일이 없다. 내가 유독 좋아하는 향은 우드, 레몬, 바질, 라벤더, 재스민 같은 얕고 잔잔하지만 오래 가라앉아있을 것 같은 향들을 좋아한다. 그 향들이 이불이나, 패브릭 관련 제품에 스며들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반면, 싫어하는 향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니 말해보겠다. 나는 러쉬에서 나오는 향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학교 근처에 러쉬매장이 있었는데 3년 동안 그 향을 계속 맡다 보니 지겹고 머리가 아파서 아직까지도 좋아하지 않고 있다. 별 다른 이유는 아니라서 대충 적어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인센스를 피우고 명상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명상은 나의 쉼터 같은 존재이다. 생각이 많거나, 우울감과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올 때면 명상음악을 틀어놓고 30~1시간 정도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을 비운다. 사실 마음을 비운다라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는 여러 감정들과 생각들을 꺼내어놓고 엉켜진 것들을 풀고 다시 정리해서 넣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리랜서이기에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작업이 꼭 필요하다.
친구들에게 명상을 했다고 말하면 그 지루한 것을 왜 하냐고 나를 괴짜처럼 보기도 하지만, 시끄러운 것들에게 쉽게 지치는 편이라서 이러한 명상의 고요함은 나를 다시 일깨워주고, 눈을 뜨게 해 준다. 나는 명상을 길게 하는 편이지만, 명상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버겁다는 것을 안다. 혹시나 명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그냥 눈을 감고 좋아하는 향을 주변에 뿌리고 고요한 음악을 틀고 가만히 마음을 비우기를 실천하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고요함이 싫을 땐 고요함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나의 삶은 시끄럽고 북적거리고, 자극적이고, 마치 다크서클로 줄넘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최고조의 피로도가 쌓인 느낌에 빠져버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