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이유가 필요한가
약 3년 전, 취준할 때 맛집 포스팅으로 끄적이다 말았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었다.
"스냅작가 아내의 계획없이 쓰는 블로그" 라는 이름으로.
바로 남편의 바뀐 직업을 홍보해주기 위해서였다.
스타트업 HRer였던 남편은 21년 3월,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아웃도어 사진작가로 직업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는 주로 인스타그램으로 모든 일을 홍보하고 세일즈해왔는데,
나같이 주로 네이버에서 상품을 검색하는 사람들에게도 키워드가 더 많이 노출되길 바라며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편이 찍은 사진들을 올리고, 남편의 스냅 상품과 아내의 시선으로 바라본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 글을 써내려갔다. 아예 대놓고 대놓고 록토그래퍼의 스냅 상품 이라던지 산가자스냅을 홍보하는 글도 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홍보글 보단 점점 나의 이야기들이 더 많아졌다. 남편과 함께 같이 산에 다녀온 사진들을 올리면서도 게시물이 점점 나의 일기장 처럼 되어갔다.
2년전 올렸던 피엘라벤 클래식 트래킹 후기 투척
https://m.blog.naver.com/ari_beurself/222921597500
결론은, 남편이 찍은 사진을 올리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나는 내 이야기가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긁적)
그래서 그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생각보다 글 쓰기 위해 생각하는 시간들이, 글을 써내려가는 과정이, 그리고 다 쓴 글을 읽어보는 행위들이 재미있더라. 30년 만에 처음 해봤는데, 나 생각보다 글쓰는 일을 즐기고 있더라고.
(지금 비공개로 돌려놓은 블로그 폴더에는 나의 퇴사일기와 여름방학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안타깝게도 새로운 회사를 다니면서 요 몇 년간은, 이런 블로그 글을 작성하던 것도 잠정 중단이 되었다.
남편과 역할을 바꿔, 이제 내가 스타트업 HRer로 고군분투 하고 있기 때문에.
요 2년 사이에는 주로 나의 본업에 대한 고민과 생각으로 머리속이 가득 차 있기도 했고,
남편은 나름대로 알아서 일을 잘 하고 있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도 더 힘차게 벌어야해, 알지?)
그렇다고 바쁜동안에도 내가 글을 아예 안썼던 것은 아니었다. 블로그에 쓰기 보다는 혼자 일기를 썼고, 남몰래 괴로워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아, 작년에는 한달동안 매일 1,000자 글을 쓰고 책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정리해본, 작년에 했던 일 중에 손에 꼽는 뿌듯한 일이었다.
이 컨셉진 프로젝트는 너무 추천한다.
https://www.instagram.com/p/C16Ub1spAE0/?igsh=dmY4NzFjcHNwenIy
무튼 제목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그래서,
'작가'라는 타이틀은 아무나 달 수 없는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을 써보니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아무나 할 수 있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주제로 어떤 글을 써야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아주 소소하더라도 나의 생각과 철학이 담긴 (그게 개똥 철학일지라도) 글을 써보려고 한다.
하루의 반 이상을 고민하는 나의 커리어와 일에 대해 써내려갈 수 도 있고,
또다시 남편의 사진 일에 대해 써볼 수도 있고,
남편과 함께하는 일상에 대해 써볼 수도 있을 것 같다.
TMI로 나는 남들에게 남편 이야기를 참 많이도 하는데, 사실 우린 대부분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뉴런연결설)
가끔은 두 개의 삶을 각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2인분의 삶을 둘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일상이 글쓰기 소재가 될 수 있기에, 거창한 이유 없이 한번 도전해보겠다!
다음 글은 언제 쓰게 될 지 모르지만,
브런치 작가로 더 힘차게 글을 써내려갈 수 있길 바라며.
(누군가 보라고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많은 응원 오네가이시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