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한 방울
나팔꽃은 신기할 정도로 번식력이 좋고 지혜롭다.
들길을 걷다 보면 나팔꽃의 줄기는 눈에 띄게 가지를 잘 친다.
가늘던지 굵던지 긴 줄만 있으면 바로 감고 올라간다. 나팔꽃이 지지대를 타고 하늘을 향해 꽃잎을 활짝 펴고 매달려있다.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지만, 땅 밑의 양분에 의해 줄기가 계속 자라면서 줄을 타고 오르도록 힘을 주어 주느라 파들파들 떤다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줄기는 나팔꽃의 무게 때문에 밑으로 쳐지고 말 것이다.
나팔꽃이 지지대를 감고 올라가는 모양이 꼭
뱀이 줄을 감고 혀를 날름거리는 것 같아 보인다.
이른 아침 이슬 한 방울 목젖으로 말아 올리는 듯한 모습이다.
뱀은 사막에서 자기 등에 있는 이슬을 먹고 수분을 보충한다고 한다.
보기에는 뱀이 징그럽고, 하와를 꿰어 인류를 죄에 빠뜨린 짐승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었지만, 알고보면 지혜로운 동물이라고 한다.
어떤 책에서 "어머니는 뱀이었다"라는 제목을 가지고 시를 지어보라고 했는데,
마른 수건 짜듯이 머리를 쥐어짜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어머니가 사악하다는 얘기인지, 어머니를 혐오의 대상으로 묘사를 하라는 건지, 독을 품은 독사로 만들라는 건지 도무지 연결이 안 되었다.
그런데 나팔꽃이 지지대를 타고 오르는 모양에서
무릎을 "탁" 쳤다.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자기를 세상이라는 바다에 던져, 부서지고 얼룩지면서
밀알의 삶을 살아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자기의 이름은 잊고 어머니라는 이름만 꼬리표처럼 달고 다닌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나라에서 어머니 날을 제정했고 물론 지금은 어버이날로 공식 변경 되었지만, 그날 하루만이라도 어머니를 생각하고 고마움을 표하라고 법으로 만들었다, 세상의 어머니가 다 위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은 다 같을 것이다.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라고 표현했을까. 오죽하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나팔꽃을 보면 꼭 뱀 같다.
나팔꽃은 아침이슬 한 방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지지대를 타고 오르는 아름다운 꽃이다.
어머니는, 뱀이었던 나팔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