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기 좋은 날

따뜻한 가족

by 옹달샘

높다란 하늘에 꽃송이 같은 구름이 그림처럼 떠 있는 이른 아침 산책길, 깊은 산속 옹달샘에 물 한 모금 마시는 것 이상으로 상쾌하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논엔 단으로 묶여 누워 있는 벼, 곧 땅을 뚫고 나올 듯한 가을 무가 푸른 머리를 드러내고, 흰 몸통이 땅을 헤집고 나오려는 모양새가, 해산하려는 산모가 마지막 힘을 내는 모습처럼 보인다. 실한 가을 무가 세상으로 나올 듯싶다.

논과 밭에서는 추수가 한참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길로 묵묵히 흐르고 있는 시냇물이 평화로워 보인다.


늘 만나는 덩치 큰 천방지축인 녀석이 주인을 목줄에 매달고 힘차게 뛰어 오고 있다.

오늘은 여자 주인을 산책시키러 나온 듯하다. 길가 구석구석 다 참견하고 냄새 맡고, 오고 가는 사람마다 흘깃흘깃 쳐다보며, 힘이 좋은 녀석이라 여자 주인이 질질 끌려다닌다.

"야유~. 안녕하세요!, 너 오늘도 운동 나왔구나,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나를 보고 펄쩍 뛰어올랐다.

여자주인은 혹시 일을 저지를 까봐, 녀석을 야단을 친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귀엽긴 하다. 덩치는 커도 2살밖에 안 돼서 그런지 하는 행동도 아기 같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어리면 다 귀여운 듯,


조금 있으니 남자 주인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이들을 데리고 가는데, 여자 주인이 늦게 오니까 기다리느라 안 가고 서 있는 모습에서 영락없이 가족의 모습이 느껴졌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것은 위안도 받지만 거기에 따르는 관리와 정성도 들여야 되기 때문에 자식 키우는 거와 같다고 한다.

그러한 애정과 책임감 없이 키우지는 못 할 것이다.

얘들이 나이 들어 이런저런 질병이 생기면 말 못 하는 짐승이라 그 안타까움은 더 클 것이기 때문에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고, 한때 이쁜 모습만 생각하고 입양하는 것은 좀 깊이 생각할 문제다.


이들 가족을 산책길에서 자주 만나는데 내가 보기에는 녀석이 두 주인을 산책시키는 듯해 보인다.


" 오늘도 산책하기 좋은 날이다. " 하면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모습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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