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
두 개의 바가지가 어깨 아래 매달린 채 언덕의 숨결을 듣는다
한 바가지에서 수정같이 맑은 물이
조용히 흘러, 길가에 흩뿌려지고
다른 바가지는 물을 꼭 끌어안은 채
기울어진 어깨로 무게를 옮긴다
금 간 바가지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온전한 바가지는 어깨를 더 세운다
지게는 금 간 바가지를 쓰다듬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금 간 자리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작은 꽃들이 돋아나고
그 위로 바람이 살포시 지나간다
온전하진 않았지만
누군가에겐 단비였고
누군가에겐 생명의 처음이었다
바가지에 담긴 꽃들은
향기보다 부드러운 소리로 지나온 길을 붙잡아 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