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건설회사 코디네이터의 생활
캐나다 로컬 건설회사에서 Project Coordinator로 일하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5년간 비슷한 일을 했기 때문에 업무가 힘들지는 않다. 단지 영어로는 처음 일하다 보니, 이게 영어를 못 알아듣는 건지 용어를 모르는 건지 분간이 안 가는 경우가 있지만, 스스로도 차츰 나아짐을 느끼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계약서를 쓰고 며칠이 지나 보스에게 연락이 왔다.
“회사 일이 너무 바쁜데, 좀 더 일찍 출근할 수 있어?”
“물론입니다.”
그래서 계약보다 일주일을 일찍 출근했다. 그런데 왠 걸, 내 기준에서 여유로워도 너무 여유로웠다. 일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도 모를 정도다. 그럼에도 일이 끝나기는 한다. 한국보다 5배 정도 느리게 말이다.
동료들이 한국에 대해 물어보거나 캐나다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말해준다.
“캐나다는 작업자가 살기 좋은 세상이고, 한국은 소비자가 살기 좋은 세상이야.”
한국은 모든 것이 빠르다. 돈 쓰는 사람에게는 참 좋지만,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죽을 맛이다. 반면 캐나다는 내가 돈을 썼음에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근데 내가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이라면? 느려도 상관없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건설현장 일이라도 일은 할 만하다. 내 기준에선 일이 없다. 게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하는 일이 대부분이어서, 평생 이렇게 살 수 있다면 계속 이 일을 하면서 살 것 같다.
어느 정도 캐나다 직장생활을 경험하니, 단순히 빠르고 느린 것 말고도 한국과 캐나다 직장의 장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 직장생활의 장점
한국 직장의 가장 큰 장점은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사실 ‘가족 같은’이란 형용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에선 다 같이 식사하고 누가 일하느라 늦게 갈 것 같으면 다 같이 업무 나눠서 하고 그런 분위기였다. 항상 다 같이 파이팅하고, 우리 잘해보자! 이런 느낌 말이다.
캐나다는 그런 게 없다. 각자의 업무분장이 명확하다 보니 내 일은 내 일, 네 일은 네 일이다. 식사도 각자 하고, 퇴근 시간이면 다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있다.
한국 직장생활의 단점
한국의 직장은 워낙 가족 같은 분위기다 보니 서로 모르는 게 없었다. 소문도 빨랐다. 루머도 사실이 되어서 한 사람 나쁜 놈 만들기 쉬웠고, 텃세가 심했다.
게다가 제가 제일 힘들었던 건 회식문화다. 알코올을 1도 하지 않아서 회식자리가 정말 힘들었다. 항상 음료수를 시켜 먹곤 했는데 그 마저도 눈치 보이고,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고 가시방석이었다. 회식하는 날마다 온종일 회식에 대한 스트레스로 근무시간을 보냈다.
캐나다는 일하는 시간 끝나면 땡 퇴근이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우리 회사는 회식 대신 한 달에 한 번 정도 파티를 한다. 그리고 롱 위켄 전의 금요일은 바비큐 데이다. 사무실 옆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햄버거나 핫도그를 만들어 먹는다. 당연히 참가는 자유다.
캐나다 직장생활의 장점
캐나다 직장의 가장 큰 장점은 계약된 시간 이후 업무와 관련된 연락이 일절 없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저녁이고 주말이고 카톡이 울렸는데, 캐나다에서는 확실히 보장된 주말과 휴가를 보낼 수 있다. 내 사수는 내가 출근한 그다음 주부터 6주간 휴가를 나갔다.
게다가 일이 루즈하다. 아마 캐네디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 30년간 살아온 내가 보기에는 정말 루즈하다. 시니어 매니저가 금요일 오후에 일을 줘서 후다닥 해서 줬더니 그랬다.
“그렇게 빨리 할 필요 없어, 다음엔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해서 줘도 괜찮아”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서 아직도 적응 중이지만, 좋은 쪽으로의 적응이라 금방 익숙해질 것 같다.
캐나다 직장생활의 단점
캐나다 직장은 가족 같은 분위기가 없다 보니 일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모두 스스로 깨우치고 스스로 익혀야 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회사지만, 업무 트레이닝은 전혀 없었다. 대기업에 간 동기가 일하는 것을 보니 거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모른다고 하면 가르쳐주기는 한다. 그렇지만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 일하면서 궁금한 것은 유튜브나 구글을 찾아본다.
반면 운이 좋아 한국에서 훌륭한 사수를 만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일 시작하고 첫 1년 동안 정말 많이 배웠다. 1년간 습득한 지식과 기술로 캐나다에 사는 지금까지 잘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확실한 건 캐나다 직장생활이 한국보다는 훨씬 만족스럽고 좋다는 것이다. 보장된 퇴근과 주말은 가족과 함께할 시간과 삶의 여유를 만들어준다. 반면 한국에서는 가족과 함께 제대로 된 식사조차 못했다.
캐나다에 오니, 가족과의 추억이 많이 쌓인다. 사진첩에는 업무 사진보다 가족사진이 훨씬 많다. 이게 당연한 건데 당연하지 않았던 과거가 왠지 슬프다. 게다가 화창한 하늘은 업무 중 받은 스트레스도 한방에 날려준다. 스트레스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개인적인 경험이고 한국과 캐나다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으니 재미로 봐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