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직접 경험하고 작성한 캐나다 건설사 조직도
캐나다 오기 전에 캐나다 건설회사 조직도에 대해 찾아봤다. 한국에서 건설 관련 일을 했기 때문에, 어느 포지션에 해당하는 업무를 했는지 캐나다 고용주에게 나의 커리어를 제대로 어필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도통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발주처에서 5년간 근무했다. 운이 억수로 좋아서 대형사업만 골라 자리를 옮겨 다녔고, 발주금액만 따지면 총 6천억 원이 넘는 사업을 담당했다. 덕분에 대기업 시공사와 일을 많이 했고, 그들의 생활도 엿볼 수 있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한국의 건설사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닌, 제삼자로서 대기업 현장의 조직도와 그들의 업무를 지켜본 개인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캐나다 로컬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회사 직원 관리 시스템에 보이는 직원수는 500명 남짓으로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로컬 회사다. 잡 타이틀은 Project Coordinator이며, 현장에 필요한 도면과 스펙 확인, 일일/월간 물량 체크와 invoice 정리, 현장과 업무 협조, 발주처 회의 참석, action item 팔로우업, 협력사(subcontractor) 샵 드로잉 관리, 프로젝트 진행상황 모니터링, 그리고 현장에 필요한 각종 계획이나 문서 만들기를 하고 있다.
Project Coordinator로서 하는 일을 한국의 건설회사 포지션과 비교한다면 공무와 매우 유사한 것 같다. 물론 캐나다 회사마다 체계가 다르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회사마다 다른 조직과 규정을 가지기 때문에 1:1로 대응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 보스(직속상관)는 Project Manager이며, 보스의 보스는 Construction Manager다. Construction Manager 위에는 General Manager와 CEO가 있다.
지금부터는 캐나다 건설회사의 포지션 설명이다.
캐나다 건설회사는 크게 사무직과 현장직으로 나뉜다. 사무직은 다시 현장 부서와 관리 부서로 나뉘는데, 현장 부서는 현장 관련 사무업무를 하는 부서고, 관리 부서는 회계/재무/마케팅 등의 사무업무를 하는 부서다. 다른 부서는 솔직히 잘 모르고, 현재 속해있는 사무직 현장 부서와 일하고 있는 현장을 중심으로 보겠다.
사무직 현장 부서는 Project Coordinator, Project Manager, Senior Project Manager, Construction Manager로 구성되고, 현장직은 Field Coordinator, Area Superintendent, Senior Superintendent, General Superintendent로 구성된다. Superintendent 대신 Foreman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man이라는 표현이 남성 위주 단어라 점점 없어지는 추세다.
Project Manager 쪽 업무는 대부분이 문서 업무다. 계약, 발주, 계획, 허가, 준공 등 문서 처리가 주 업무이고, 원가/공정/품질 등도 문서 하에 관리된다. 반면, Superintendent의 업무는 실제 현장 업무다. 장비와 자재를 주문하고, 작업조를 편성하고, 업무를 배정하고, 하루 목표량을 채우며 원가/공정/품질을 관리한다.
Project Coordinator는 사무직 현장 부서이기 때문에 사무직 현장 부서만 자세히 알아보겠다.
Project Coordinator는 관리 보조 업무를 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기사(사원) 정도에 해당할 것 같다. 캐나다 대기업 건설사의 경우 Assistant Project Manager 포지션이 있는데, 이 포지션도 한국의 기사(사원)와 매치가 될 것 같다. Manager와 Coordinator의 차이는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Project Manager는 메인으로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다수를 담당할 수도 있고 하나의 프로젝트만 관리할 수도 있다. 한국의 대리에 해당할 것 같다.
Senior Project Manager(Sr. PM)는 다수의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아래에 Project Manager가 있을 수 있고 Project Coordinator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의 과장/차장에 해당할 것 같다.
Construction Manager(CM)는 회사 전체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CM 아래에 Sr.PM이 여러 명 있다. Program Management 또는 Portfolio Management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잘 맞는다. 한국으로 치면 부장 이상일 것 같다.
이걸 군대의 보직/계급과도 비교해보았다. 군대와 비교하면 느낌이 더 팍 올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봤으며, 재미를 위해 만들었다.
오피스 파트
General Manager: 전대장/연대장(대령)
Construction Manager: 대대장(중령)
Senior Project Manager: 실장(소령)
Project Manager: 중대장(대위)
Project Coordinator: 선임장교 or 소대장(소/중위)
현장 파트
General Site Superintendent: 감독관(준위)
Site Superintendent/Foreman: 계장(원사)
Site/Field Coordinator: 선임부사관(중/상사)
Labourer: 신임 부사관(하사) or 병사(일/이/상/병)
영문 이력서를 캐네디언 고용주가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 했던 일과 포지션을 캐나다 포지션으로 바꿔 적었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 취업했다.
아마도 해외취업을 하는 핵심은, 비록 다른 나라에서 살아온 사람이지만 얼마만큼 해당 국가와 산업을 이해하고 있으며,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게 핵심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들에게는 외노자인 우리보다 더 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