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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사라 Oct 27. 2024

나를 성장시킨 몰입의 기억

HCI 연구원의 시작

사람이 인생에서 몰입의 경험을 몇 번이나,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

그 횟수나 기간과 상관없이, 몰입의 경험은 언제나 큰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여기 앉으신 분들 예쁜 꽃도 피우고 좋은 열매도 맺으시길


연세대에서 HCI 연구를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캠퍼스에는 학자금 기부자들을 기리기 위해 벤치에 이름을 새겨주는 전통이 있었다. 벤치에 적힌 글귀 중 하나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여기 앉으신 분들 예쁜 꽃도 피우고 좋은 열매도 맺으시길." 따스한 글귀에 이끌려 나도 그 벤치에 앉아봤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그 벤치처럼 예쁜 꽃과 좋은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



서울대 UX 랩의 이중식 교수님과 연세대 HCI 랩의 김진우 교수님 사이에서 수업 듣던 나 자신 스크린샷을 찾게되었다. 귀한 모습이다. 어려서 그런지 정말 오동통 탱글하게 보인다. 그땐 왜 그렇게 겨울왕국에 빠져 있었는지, 줌 배경에 어울리지 않게 눈 덮인 풍경을 깔아두면서까지 티냈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20대의 나와 30대의 내가 이렇게도 달라졌다니. 대학원을 알아볼때 서울대 UX 랩미팅도 참관하고, 연세대 HCI 선배님들과도 컨택하고 참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수업에서 두분을 동시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좋아서 캡처까지 해뒀다. 그때는 그 시절의 고민들이 참 중요하게 느껴졌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미소 짓게 되는 추억이다.


연말이 다가오고 새해가 다가올 때면, 랩실 식구들과 함께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전통이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당신의 지도교수님께서 개인 집에 학생들을 초대하여 캠프파이어도 하고 마음을 나눴던 기억이 정말 좋게 남아있다고 하셨다. 정말 커보이던 교수님께서 교수님의 학생 시절 이야기를 해주는 모습이 친근하고 좋았다. 교수님께서도 텃밭을 가꾸는데 날씨 좋아지면 우리 초대할테니 바베큐 파티를 하자고 하셨다. 곁을 내어주는 교수님 곁에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과 나도 곁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따뜻한 생각이 들었다. 새해다짐으로 교수님께서는 "건강하게"라는 목표를 적으셨다.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즐거운 커리어 목표로 새해다짐을 썼던 것 같은데 30대가 되니 건강이 최우선이 되는게 무척이나 더 실감이 난다. 그 순간에 적었던 다짐들이 모여 인생을 만들어 온것 같다.



교수님께서는 교직뿐만 아니라 사업체도 운영하셨는데 덕분에 디지털 치료제(DTx)를 개발하는 회사에 출퇴근도 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공덕에 오피스가 있어서 자전거 타고 10분만에 갈 수 있었다. 출퇴근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어 있었다. 가끔 1인 단독실에 가서 여유를 부릴때 큰 사무실에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게 참 힐링이 되었다. 공간의 힘이라는 것은 정말 강해서 몰입을 돕는 것 같다. 그때의 몰입과 경험은 나의 성장에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되었고 이렇게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몰입의 순간들이 다시 내 마음속에서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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