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3) 마이애미의 계획은 뽈뽈 거리고 돌아다니기였다. 대망의 3일 차, 오늘은 Vizcaya 뮤지엄과 Miami Marlins의 구장 투어가 예약된 날이다.
어렸을 때부터 엘린이었던 그녀는 야구에 진심이다. 마이애미로 신혼여행지가 정해지자마자 추가된 것이 야구장 투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야 스포츠 관련 일을 하기도 하고 원래 야구도 좋아하니까 야구장 투어도 색다르고 좋긴 하지만 그녀의 열정이란….
오늘은 아침부터 착오 없이 바로 조식 식당으로 향했다. 입장하자 자신 있게 팁부터 넣어놓고! 음식을 가지러 이동! 식당의 음식은 어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마도 비슷한 메뉴를 주로 하고 하루에 한 두 가지 정도만 변화를 주는 듯싶었다. 비록 같은 메뉴이지만 조식이 포함된 숙박이니 놓칠 수 없지 아니한가! 참고로 우리 부부는 마이애미 숙박 5일 내내 조식을 다 챙겨 먹었다고 한다.
무사히 조식 식사를 마치고 바쁘게 짐(선크림, 모자, 셀카봉, 충전기 등등)을 챙기고, 프사각을 잡기 위해서 시밀러 룩으로 옷도 맞춰 입고 이동했다. 나는 원체 운전을 즐겨하기도 하고 불편함이 없어서 렌터카도 고려해 보았으나 와이프의 설득에 대중교통으로만 다니자고 약속했다. 오늘 우리가 이용할 이동수단은 마이애미에만 있다는 ‘Trolley’! 나름 휴양지라는 인식 때문인지 무료로 마이애미 주에서 운영하는 이동수단이다. 우리나라의 마을버스와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찾아본 바에 의하면 10개 정도의 노선이 있고, 지역별로 순환선처럼 운영이 되고, 어플로 지도와 함께 정류장을 확인하고 이동 중인 트롤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뭐야…? 생각보다 잘되어있는데?”
새삼 놀라웠다. 우리나라 버스나 지하철 어플만큼의 정확도와 편의성을 가지고 있었다. 비즈카야로 가는 트롤리 노선을 타기 위해 호텔 앞쪽에 있는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매우 덥고 습한 날씨인데 트롤리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주에서 운영하고 창문 열고 가면 되니까 뭐…
우리가 타야 할 노선이 도착하고 탑승하는데 웬걸! 에어컨이 나온다!
“에어컨 나오는데! 시원해!”
“그러게? 왜 나오지..? “
아마도 나오는 트롤리가 있고 나오지 않는 트롤리가 있을지도? 우리는 운이 좋은 거로 생각하고 자리에 앉았다. 트롤리 내부는 생각보다 쾌적하고 귀여웠다. 나무의자로 돼있고, 벽난로만 있다면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비즈카야에 가기 위해서는 트롤리를 다른 노선으로 한번 환승해야 했다. 노선끼리 겹치는 정류장도 많아서 환승하고 이동하기에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아마도 한국에 이런 게 생긴다면 획기적이지만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동했다. 다음 도착지에 대해서는 종종 나오는 안내방송과 트롤리 앞쪽의 전광판을 통해서 장소가 표시되어 확인하기도 편했다.
마이애미의 날씨는 매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맞기는 하다. 낮에는 거의 30도를 넘는 기온과 매우 습한 날씨를 유지하고, 해가 지는 시간대가 되면 비가 온다거나, 그전에는 잠시 휙 지나가는 소나기 정도로 유지된다. 우리가 비즈카야를 가는 오늘도 역시 매우 고온다습한 날씨였다.
한 가지 색다른 것은 한국의 버스와는 다르게 마이애미의 버스와 트롤리에는 하차버튼이 없다. 하지만 좌석과 버스, 트롤리 내부에는 노란 선이 있는데 이것을 당기면 기사분 옆에 있는 벨이 울려 하차의사를 표현한다. 자동 한국과 수동 미국의 차이랄까? 신선하고 신기했다.
어플을 확인하며 비즈카야 근처의 정류장 근처에서 힘차게 선을 당겨 무사히 하차했다. 내리고 나서 보니 관광지 근처에서 느껴지는 북적함, 시끌벅적함이 없이 매우 고요하고 차들만 다니고 있었다. 정류장에 내리고 보니 비즈카야로 향하는 안내표지판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화살표로 안내되어 있어 굳이 지도 어플이 없어도 안내표지판만으로 찾아가기에 무리가 없었다. 더운 날씨를 헤치고 비즈카야 안으로 향했다. 비즈카야는 1916년에 지어진 유럽식의 건물이며 영화나 드라마 배경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정류장에서 매표소까지 가는 길은 입구를 지나 숲 속의 길을 약 10분 정도 걸어야만 도착할 수 있었다. 걸어 들어가는 숲 길부터 입구와는 다르게 공기부터 다르고 조용한 분위기로 휴양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줬다. 매표소에 도착하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북적대고 있었고, 우리도 서둘러 표를 사서 입장했다. 비즈카야는 주가 되는 건물 하나와 넓은 정원, 선착장, 이렇게 세 가지 장소로 나누어져 있었다. 매표소를 처음 지나 보이는 메인 건물은 사이즈가 엄청나거나 놀랍지는 않지만 연도에 비한다면 매우 깔끔하게, 멋진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서 돌아서봐 봐. 한 바퀴 돌고, 이쪽으로 서보고 “
매표소를 지나 입장과 함께 다양한 요구사항으로 전담 사진작가의 업무는 시작된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도 도와주고 배경도 너무 이쁘고(와이프도 이쁘고) 찍는 사진마다 다 잘 나오는 느낌이었다. 초입부터 사진을 난사하고 본격적인 관람을 시작했다. 과거에는 외교적인 장소로도 많이 사용했다고 하는 설명이 있고 지금은 박물관으로 바뀌어 운영한다고 되어있었다. 전담으로 설명을 해주시는 가이드도 존재했지만 어차피 영어로 해주실 테니 우리는 패스하고 우리끼리 설명을 읽어보며 구경하기로 하였다. 건물 외부와는 다르게 내부는 에어컨을 틀어놔서 매우 시원했기에 안쪽에서 앉아 쉬거나 구경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건물 내부 구경을 끝낸 우리는 먼저 바닷가 쪽을 향했다.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여보. 거기서 그대로”
“어..?”
외부의 전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바다와 함께 고풍스러운 난간, 날씨, 너무 뜨거운 햇빛만 빼면 완벽했다.
“사진기사는 열심히 일합니다.”
나와 보니 해외 분들도 화려한 색색의 드레스를 입고 화보촬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어디서나 일하는 건 똑같네 여보..”
“동병상련이냐?!”
“네… 니오? 저는 여행 중인데요 즐겁습니다만!? “
충분히 화보 촬영을 하고도 남을 장소였다. 대략 200장 정도 사진을 찍은 후 우리는 너무 강렬한 태양을 피해 해변 옆쪽에 정원으로 향했다. 아니 근데 정원도 너무 이쁘게 잘 만들어 놓았다. 뒤늦게 우리의 신행이 끝난 후에 알았지만 이곳은 영화 ‘위대한 유산’, ’ 아이언맨 3‘에 나오기도 했단다. 생각해 보니 어느 장면이 어느 장소에서 나왔는지 확실히 알겠다. 아무튼 정원도 열심히 관리한 게 눈에 잘 들어오는 게 꽃들, 정돈되어 있는 구조물, 석상들. 대략 서울시청 광장정도 되는 사이즈, 그보다 더 큰 사이즈의 정원이었다. 이런 장소를 이렇게 깔끔하고 정돈되게 관리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생각했다. 더위에 지쳐 잠시 쉬고자 정원으로 이동했는데 전담기사는 쉴 수가 없다.
“와… 어딜 찍어도 다 너무 이뻐.”
“자기도 찍어줄게 이리 서봐.”
내심 잠시 쉬고 싶었기에 찍어준다는 와이프가 고마웠다. 잠시 앉아서 서서 포즈를 잡으면서 숨을 돌리고 다시 둘이 손잡고 정원을 산책했다.
우리가 걷는 곳마다 이쁘고 좋아서 산책, 사진, 산책, 사진, 무한 반복하며 돌아다녔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역시 우리가 지나가고 나면 다른 사람이 와서 사진을 찍고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입장할 때 시각은 10시 반정도였는데 우리 나름의 투어를 마치고 나서 시계를 보니 어느새 12시 반이 다되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박물관인 메인 건물 지하에 카페테리아가 있어서 우리는 사진을 정리하며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대충 둘이 사진을 정리하며 보니 한 300장 가까이 찍었더라….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장소를 서치한 와이프에게 감탄한다. 진짜 '여행'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