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의 향? 냄새!
(마이애미 2일 차) 드라마 같았던 디올 카페를 나와서 우리는 원래 예정했던 소소한 선물을 사기 위해 한국의 올리브영같이 미국의 ‘MZ‘세대들이 자주 방문한다는 ‘Glossier’를 방문했다.
사실 우리의 여행의 컨셉은 와이프님께서 갈 곳을 픽하여 놓으시고 어떻게 가는지는 주로 내가 찾는 식의 여행이다.
구글 지도를 보고 글로시에를 찾아갔다. 생각보다 지도의 정확성을 감탄하면서 금방 찾아갈 수 있었고, 다시 점원 안에서 미국 알바생 언니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추천을 받았다.
나름 잘 나간다는 립밤을 추천해 주었고, 잠시 검색 후 우리는 몇 가지를 구입하기로 했다. 잠시 점원이 포장세트를 가지러 갔고, 매장 안을 구경하며 우리는 사진 스폿에서 사진도 찍고 미국 올영의 맛을 만끽하고 있었다. 포장 세트를 받아 든 우리는 살갑게 인사하면서 매장을 나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쇼핑몰이 몰려있어 이곳저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I커플! 상가 앞에서만 기웃기웃하며 구경을 하다가 슬슬 배고픔을 느껴 적당한 식사를 찾아보려 했다. 근데 생각보다 식당들의 물가가 어마어마했다. 역시 미국의 아트 스트리트인가! 가로수 길을 연상시키는 외모에 걸맞게 적당히 비싼 가격대를 이루고 있었다. 조식의 짠 기운을 가진 우리였기에, 뭔가 깔끔하거나 느끼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싶었고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겸사겸사 식당을 찾았지만 식당은 당연히 있겠지 하고 검색하지 않은 우리의 오산이었다.
“여보… 다. 카페뿐인디?”
“그러게 ㅠ”
대부분 식당이라고 하는 곳들은 정식코스로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거나, 브런치 식당뿐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약 30분가량 구경과 탐색을 겸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검색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지도에서 찾아보던 도중
“타코 어때?”
라는 한마디에 나는 배고픔에 오래 걷기도 했고, 지쳐있던 상태라 적당한 메뉴에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타코 식당에 들어서자 메뉴판을 보며 바로 타코 두 개와 음료를 시켰다. 뭐 타코가 워낙 많은 마이애미 지역이니 다 거기서 거기겠지 했다.
타코가 서빙되고 우리는 서로 하나씩 잡고 먹기 시작했다.
“헐”
와이프가 한입 먹고 놀라하는 날 보더니 빵 터졌다.
“자기 눈이 세배가 됐어”
그렇다. 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너무 큰 행운이었다. 세상에… 다 같은 타코라고 생각했던 내가 미안해질 정도였다. 누군가 가게 아트 스트리트를 가게 된다면 꼭 그 가게를 추천해주고 싶다. 리얼 타코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타코의 맛을 알려주었던 가게 ‘TACOMBI’
맛있게 타코를 먹고 나온 우리는 다시 소화를 시킬 겸 아트 스트리트 전면을 구경하며 다녔고, 역시나 와이프의 전담 사진기사로서 대략 한 백장정도 찍어준 듯싶다. ‘키 커 보이게, 다리 길어 보이게’
그렇게 소화를 시키며 이런저런 구경을 하고 나서 다음 행선지인 ‘Wynwood’를 향하기로 했다.
윈우드는 벽화가 유명한 거리였다. 아트 스트리트와 같이 마이애미에서 관광객이 꼭 들른다는 거리 중 하나였다. 우버를 타고 약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고, 우버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기사님이
“ Look at that guy”
라고 해서 동시에 쳐다본 그곳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바운스를 타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우리 둘 다 빵 터졌고 기사님은
“Happiest guy in the world”
“Yes. haha”
생각지 못한 웃음을 얻고 우리는 윈우드 거리에 내렸다. 그 오토바이 가이는 여행 내내 우리를 미소 짓게 했다. 피식잼
윈우드 거리에 처음 내렸을 때는 뭐 이런데가 있어,라고 생각했다. 벽화마을 같은 느낌이라 했는데 조금 깔끔한 다운타운 같은 느낌이랄까?
처음 내린 곳에 바로 보이는 것은 ‘Wynwood Walls’, 야외 박물관이라고 설명이 돼있었다. 밖에서 슬쩍 보니 축구그라운드 정도 되는 크기에 벽화와 조형물이 있었고 와이프와 나는 눈을 마주치면서
“굳이…?”
입장료를 내고 저 공간에 들어갈 필요성을 못 느낀 우리였다. 그렇게 쿨하게 공원을 패스하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마 이곳이 우리가 마이애미에서 가장 많은 한국인 관광객을 본 곳이 아닐까 싶다. 딱 봐도 신혼부부, 딱 봐도 어르신 여행이 눈에 들어왔고, 우리는 우버기사님이 얘기하신 대로 넓디넓은 윈우드 구역을 구경하고 다녔다. 엄청 큰 벽화부터, 작은 담에 그려진 벽화까지 다양한 그림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했다. 와이프와 둘 다 돌아다니며 했던 말은
“저걸 어떻게 저 크기로 저기에 그렸을까..?”
연신 감탄하며 다양한 벽화들을 구경하며 다녔고, 사진 삼매경에 빠져있던 도중, 그 유명하신 메시님의 벽화도 보았다. 아마도 마이애미로 이적하신 것을 기념하여 그린 벽화였을 거라 생각된다. 그 사이즈 역시 약 20층 건물벽을 가득 채운 그림이었다. 그렇게 윈우드에서 넋을 놓고 왔다 갔다 하며 구경했다. 슬슬 지쳐갈 때쯤 다시 윈우드 월 앞에 도착했고, 거의 한 시간가량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뭔가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와이프랑 손잡고 이런 외국의 기운과 거리를 걷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 너무 설레고 좋은 기분이었다. 그러던 중 와이프는
“자기야. 우리 저기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좀 쉬자.”
“왜!? 난 좋은데?”
“누가 봐도 지금 너는 피곤해 보여…”
그랬다. 내 얼굴에 땀이 흥건, 엄청 피곤해 보였던 것이었다. 와이프 손에 이끌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서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생긴 건 패스트푸드점처럼 생겼는데 거의 베스킨 같이 다양한 종류로 진열되어 있었고,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자리에 앉자 금방 와이프가 아이스크림을 손수 가져다주셨다. 다시 한번 눈이 뜨이는 날 보고 와이프는 웃으며 사진을 찍어댔다.
“내가 피곤해 보이다가 눈 뜨이는 게 웃겨?!”
“어! 자기 구경이 세상에서 제일 웃겨!”
“그래.. 자기만 행복하다면 되었다.”
나는 상큼하고 신 쪽, 와이프는 적당히 단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서로 다른 취향이지만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둘 다 맛보고 느끼고,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이렇게 서로 맞춰가고 체험하게 해 주고, 즐기고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왠지 새삼 느끼면서 우리는 다시 숙소로 향했다. 어느새 시간은 5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조식을 먹고 호텔에서 출발했던 우리는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남들이 보면 고작 두 군데 관광하고 오는데 뭘 그렇게 오래 걸리냐고 했겠지만, 둘이서 이곳저곳 기웃기웃 구경하고 다니고 사진 찍고 먹고 마시며 놀고 걸어 다니다 보니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물론 놀러 간 장소라, 휴가인지라 시간이 더 빨리 간걸수도 있겠지?
많은 걸음을 걸어 다닌 우리는 어느새 다시 배고픔을 느끼고 있었고, 호텔 침대에 잠시 누워 쉬면서 인간의 원초적인 고민을 함께하고 있었다.
“저녁 뭐 먹지?”
사실 나는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스타일이고, 와이프 역시 크게 가릴 것 없이 잘 먹는다. 하지만 나는 매번 새로운 먹고 싶은 게 생기지만 와이프가 뭔가 먹고 싶다! 하는 일은 매우 드물게 생긴다. 그래서 대부분 와이프의 메뉴 추천을 따라가려고 하는 편이다. 그날 저녁 와이프의 선택은 뜨끈한 국물이 함께할 수 있는 호텔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의 아시안푸드. 나야 뭐든 와이프와 맛있게 잘 먹으면 좋으니 흔쾌히!
평범한 저녁식사지만 해외여행, 무려 신혼여행에 와이프와 함께하는 저녁식사행 산책조차 기분 좋다!
분명 호텔 들어갈 때만 해도 밝았던 하늘은 어느새 구름이 끼며 어둑어둑해져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유동인구, 어두워진 날씨에 거리는 약간의 스산함이 돌았다. 서둘러 밥집으로 걸음을 옮겼고, 우리가 도착한 식당. 그 거리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던 식당.
“영업하는 거 맞아? 문 닫은 거 아니야? “
“아냐! 오픈 불 켜져 있네! 다행이다..”
그렇게 입성하여 유창한 영어로 와이프가 메뉴를 주문했고, 사실 배가 고팠던 터인지라 어떤 메뉴든 오케이! 수다를 떨며 식당 내부를 구경했는데, 아시안 푸드 가게 인지라 주된 인테리어는 태국 쪽의 배경과 아이템이 어우러져 있었다. 고작 아시아를 떠나온 지 비행시간포함 3일째인데 이게 뭐라고 약간의 반가움을 느끼는지.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여행 내내 휑해 보였던 식당도 우리가 들어서면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왔다는 것. 우리 둘 다 서로가 행운의 아이콘이라며 우리가 오니까 손님 또 많아진다!라고 계속 생각했다. 역시 이 식당도 예외는 없었다. 다섯 테이블 정도밖에 없는 식당인데 우리가 올 때 한 테이블밖에 차있지 않던 자리가, 우리가 오고 세테이블이 더 들어왔다는 것. 그렇게 갑자기 채워져 가는 다른 테이블들을 보고 있자니 어느덧 우리의 메뉴가 나왔다. 뜨뜻한 국물을 원했던 와이프는 완탕면 같은 면류를 시켰고, 나는 정확한 메뉴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세트를 시켜서 찬합에 반찬과 밥이 함께 나오는 음식을 시켰다. 종전에 말했듯이 고작 3일째 해외음식인데 왜 아시안 음식이 이렇게 맛있었는지….
뜨뜻한 국물과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밥류의 도시락은 우리를 매료시켰고, 둘 다 정신없이 밥을 먹어 치웠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와이프는 여행의 필을 충만하게 느끼고 싶었는지, 맥주를 시키고 원래 술을 마시지 않는 나는 사이다를 시켜 와이프의 흥을 맞춰주었다. 그리웠던(?) 아시아의 분위기를 한껏 만끽하며 저녁 만찬을 즐겼고, 어느새 밥 먹는데만 두 시간을 넘게 허비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우리는 수줍게 식당의 카운터에서 10달러짜리를 팁을 주기 위해 1달러 교환을 요청했고, 아시아계로 보이는 주인분께서 우리가 그러는 이유를 아시기라도 하는 듯 흔쾌히 교환해 주셨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디서 왔냐. 한국이냐. 등 이러저러한 질문을 주고받았고, 나는 그곳에서 음식이 너무 입에 잘 맞았기에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
“We will be back in a few days.”
결과적으로는 지키지 못했지만. 식당을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다시 와서 먹어야지! 꼭 다시 와서 한 번은 더 먹으리라! 다짐하긴 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손을 꼭 잡고 길, 막힌 차도에서 열댓 명이 다 같이 크로스핏 운동을 하고 있는 그룹도 보고, 테이블을 깔고 음식을 먹고 있는 식당도 보고,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담배를 피우며 즐기는 형, 언니들, 그리고 우리가 식당으로 향할 때는 보지 못한 풍경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외국냄새!
우리의 여행날 둘째 날 저녁은 그렇게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