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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때리기 Jun 27. 2022

누구도 내 몸에 대해 ‘결정’할 수 없다.

퇴행하는 미국… ‘낙태 금지’ 사태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오로지 해당 여성이다.

낙태 여부를 ‘법’이 결정하는 것은, 마치 내 팔다리 절단 여부를 법이 결정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다.

법과 국가가 무슨 권리로 여성의 신체를 해부하고, 결정하는가.

임신과 낙태 여부는 단지 ‘신체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삶 전체가 영향받는다.  

그래서 더더욱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에서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무려 50년동안 유지되던 법을 폐기함으로서 미국 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은 1970년대로 후퇴했다.


미국은 1776년  <독립선언>에 천부인권 사상을 담아 “모든 사람은…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고 적었다. 과연 그런가.

바이든이 답한다. “이번 결정은… 비극적 오류”다.

(an extreme ideology and a tragic error by the Supreme Court,)


1.. 부작용.    

원치 않은 아이를 가진, 낳더라도 도저히 키울 수 없는, 건강 문제로 아이를 나을 수 없는, 혹은 이밖에 수많은 이유로 낙태를 선택해야 하는 여성들은 법이 적용되지 않은 다른 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미 구트마허연구소에 따르면, 여성들이 임신중단 시술이 허용된 주를 찾아 최장 867㎞까지 이동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이 되면 누구보다 직격탄을 받는 이들은 오로지 여성, 특히 저소득층 여성들이다. 이들은 복지 혜택이 거의 없고 회사로부터 임신중단을 위한 비용 등을 받지 못해 감당할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임신중단권 보장으로 여성들의 교육, 취업, 임금 등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며, 낙태권리를 없앤다면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은 또다시 밀려나고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2. 퇴행   

미국 연방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웃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변화와도 비교된다.

불과 5 전만 해도 보수적인 종교관을 가진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여성의 97% 낙태를 불법화하는 제도 하에 살았다. 하지만  2년전부터 라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아르헨티나, 멕시코, 콜롬비아가 차례로 낙태를 합법해왔다.


1983년 이후 3000명의 여성들이 음성적으로 낙태 시술을 받다 목숨을 잃었고, 매년 3만8000명이 넘는 여성이 불법 시술을 받다 병원에 실려 가야 했던(페르난데스 대통령) 아르헨티나는 2020년 12월 낙태를 허용(14주)했다.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인 멕시코의 대법원도 2021 9 낙태 합법화 판결을 내렸다. 그것도 재판관 11 만장일치였다.


콜롬비아는 올해 2월 임신중지를 합법화했다. 알베르토 로하스 리오스 헌법재판관은 “(이번 결정은) 여성의 자유를 위한 영원한 싸움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 검찰에 따르면 해마다 400여명이 임신중지 관련 혐의로 기소됐고 2006년 이후 최소 34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소된 여성들은 대부분 시골 지역, 미성년자, 저소득층이 주를 이뤘다. 역시 불법 시술로 인해 콜럼비아에서는 해마다 약 70명의 임신부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 자기결정권에 대한 핵폭탄

"It's the legal equivalent of a nuclear bomb”

미 공영 라디오 NPR의 Nina Totenberg 기자는 이번 결정이 핵폭탄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NPR는 6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여기서는 4개 질문만 요약한다.)


1> 이번 판결로 앞으로 바뀌는 것은?

- 향후 각 주는 어떻게 규제할지 불법화할지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를 지지했던 주에서 대부분이 낙태를 불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13개 주, 즉각 법적 효력 발생)


2> 법원은 앞으로 ‘다른 권리’까지 나아갈까?   

보수를 대표하는 토머스 클래런스 판사는 법원이 피임, 동성결혼, 심지어 동성 성관계를 다루는 사건 판례를 재검토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토머스 판사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가장 오래된 현역 대법관이다)


3> 대법원의 신뢰도에 어떤 의미가 있나?   

미국인들은 낙태에 대한 일반 여론과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대법원에 대해 25% 정도만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갤럽이 같은 질문을 해온 지난 50년 이래 최악의 기록이다.   


4> 이번 결정이 2022년 중간선거에 미치는 영향?   

이번 결정이 공화당보다 민주당 지지자들을 더 투표하도록 자극할 것이지만 하원 의석수에 대한 전망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사람들은 낙태보다 당장 인플레이션과 가스 가격에 더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2024년 대선을 바라보는 트럼프의 (보수) 대법관들 지명으로 인해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16년 힐러리가 당선됐다면 미국은 매우 달랐을 것이다.

——

“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

당연한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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