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8 뉴욕 미드타운 거리, 주최 측 추산 7만5천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지구온난화 STOP’ ‘화석연료 STOP’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을 이어갔다.
“많은 지도자들은 해결책을 얘기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모두가 인식하는 '화석 연료' 문제는 회피할 것입니다." (바네사 나카테/ 우간다 활동가)
앞서 17일엔 ‘마지막 세대’ 소속 활동가들이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기둥에 주황색과 붉은색 등 스프레이를 뿌려 항의 표시를 했고, 현장에서 즉각 체포됐다. 한국의 '기후정의행진'은 23일 오후2시 서울, 부산 등지에서 수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18일부터 기후 주간(Climate Week)이 시작됐다. 유엔 총회를 계기로 맞아 세계 곳곳에서 기후 행동, 기후 행진이 벌어지고 있다. 스웨덴 15살 소녀였던 그레타 툰베리가 2018년 매주 금요일 1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하자 이후 세계적으로 다양한 기후 행동이 본격화됐고 2019년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시작된 캠페인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2023년 한 해만 보더라도 이미 치명적인,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동아시아 홍수, 캐나다 산물, 하와이 산불, 리비아 홍수 등은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진 설명 - "글로벌 재고조사"는 파리협정 제14조에 따라 이행된다. 각 국가와 이해관계자가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 총체적으로 진전을 이뤘는지 파악하는 과정으로 2023년 회의(COP28)에서 다뤄진다. 각국이 일종의 성적표를 받아보는 것이다. 재고조사는 5년마다 이뤄진다.)
“화석연료 업계가 기후 변화에 관한 유엔 협상을 충격적인 수준으로(to a disturbing degree) 장악하고 있다(capture).”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미국 부통령, 기후활동가인 앨 고어는 현 상황을 개탄하면서 굳이 ‘captur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유는 CCS(carbon capture & strorage 탄소포집저장) 기술을 앞세우며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려는 특정 국가 및 기업들을 꼬집기 위해서다.
그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 11.30-12.12)에서 석유/가스 회사 및 석유 국가들이 "선의의 참여자"라는 "잘못된 가정을 버려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그들 대부분이 "화석 연료의 판매와 연소를 줄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차단하고 지연시키기" 원한다고 말했다. 앨 고어는 또 술탄 알 자베르가 의장직에 임명된 것을 상기시키며 "그들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 중 한 곳의 최고경영자를 COP28 의장으로 앉히는 등 유엔 프로세스를 불안할 정도로 장악했다(captured the UN process)”라고도 했다.
그는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 화석 연료 산업 대표단의 수가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10개국 대표단의 수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고 지적하는 한편, "전 세계가 기후 위기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것은 다소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즈>는 미국 기후특사인 존 케리의 다소 낙관적인 전망과 대비된다고 지적한다. 존 케리(John Kerry)는 지난 1월 “ADNOC와 UAE 정부는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행할 것이라 선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영 석유사의 최고경영자 직책을 가진 그가 COP28 의장으로 임명된 것은 오히려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말해 기후 활동가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부유한 국가들은 기후에 해를 끼치는 가스 배출 비율이 높은 모델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세계 인구의 가장 부유한 10%가 대기로 방출되는 모든 탄소의 거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우리 개도국들은 이런 모델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말이다. 그는 앞서 “몇 세기 동안 전세계 대기를 오염물질로 채운 건 산업화한 부자나라들이다. 그들은 이제 망가진 것을 복원하기 위해 자기 몫을 내야 한다. 돈이 필요한 것은 브라질이 아니다. 콜롬비아도 아니고 베네수엘라도 아니다. 바로 자연이며 자연이 재정지원을 요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 8월 9일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
“숲만 걱정할 게 아니라 그 숲에서 사는 사람들, 그 숲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먹고, 품위 있게 살고 싶은 사람들도 신경 써야 한다”/ “우리가 숲을 보살피는 건 이들을 보살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기후위기를 부인하는 건 바보짓이다.”
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우리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긴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며 기후 재앙의 목록을 나열했다.
지난 7월 지구가 "끓고 있다”고 직격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더욱 단호한 목소리로 "G20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책임지고 있다···그들은 화석 연료에 대한 중독을 끊고 새로운 석탄을 중단해야한다. 화석 연료 시대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의존도를 줄이자’는 바이든보다 ‘끝장내야 한다’는 구테흐스의 목소리가 더욱 절박하다.
(사족 : 구테흐스의 언어 선택은 탁월하다. 짧고 선명하고 직관적이다. 그의 메세지 관리자에게 상을 줘야 한다!)
이번 유엔 총회는 기후 의제와 관련, COP28를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중요 회의다.
특히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 ADNOC의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Jaber 최고경영자가 올해 1월 의장으로 지명되면서 암울한 전망이 계속돼왔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실제 올해 여러차례 열린 재무/환경 장관회의 등에서 뚜렷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 사우디와 중국 등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에 반대하는 일부 국가들의 저항 때문이다. 올해 COP가 화석연료 이해관계자들의 방해로 빈 손 회의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이유다.
중국이 '내 편'을 만들려고 공을 들여온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일부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 부유한 국가 뿐만 아니라 중국도 적극 동참, 개도국들의 감축과 적응을 위해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다.
각국이 파리협정 이후 각자의 '성적'을 처음으로 점검(파리협정에 따른 '글로벌 재고조사')받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 유엔 기후 회의.
이제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