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첫 이야기
공황장애와 관련된 첫 이야기로 나의 응급실행 이야기를 써본다.
그 당시에는 지나고 나니 우습기도 한 해프닝과 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공황장애를 겪고 나니 이 사건은 공황장애와 그리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아주 좋은 날, 계절은 봄과 여름의 중간쯤이었던 것 같다. 일찍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고 와이프와 함께 아파트 뒤편에 있는 안양천길을 산책하기로 하였다. 와이프는 첫째를 임신한 상태여서 걷기 운동도 하고 날씨와 경치가 좋아 태교도 될 겸 안양천길을 걷는 것을 종종 함께했었다.
가볍게 산책하고 잠시 벤치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쉬고 있었는데, 왼쪽 팔뚝이 간지러웠다. 모기에 물린 느낌은 아니었지만 아프지는 않고 작은 벌레에 물린 건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 가슴이 빠르게 뛰면서 어지럽고 호흡도 잘 안되는 것 같았다. 증상이 지속돼서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어찌어찌 간신히 집까지 들어온 순간에 증상이 가장 안 좋았고 이러다가 쓰러져 영영 깨어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와이프에게 119에 전화해달라고 하며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눕혔다.
집에 눕는 짧은 순간에 불쌍한 와이프는 남편도 잃고 혼자서 첫째를 키워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잠깐 들었는데, 누워있으니 정신이 다시 온전히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곧 119 응급차가 도착했고 근처의 한림대학교 병원으로 출발했다. 어색하고 민망하게도 정신과 몸상태가 너무 멀쩡하게 돌아온 상태여서 중간에 내리고는 싶었지만 일단 아픈 척(?) 침상에 누워 병원까지 도착하였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드리니 의사 선생님은 가끔 벌레에 물리면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간단한 검사를 진행하고 링거를 맞고 쉬고 난 뒤에 퇴원했다.
이날의 경험은 별일 아닌 해프닝처럼 잊혀 갔다. 하지만 훗날에 공황장애가 발생한 이후 가끔씩 해프닝이 아니라 공황장애의 첫 데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날의 증상은 진짜 벌레에 물려서 알레르기가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공황장애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추측에는 그날에 느낀 죽음에 대한 공포와 기억들이 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가 다시 공황장애라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후로 2년 뒤 제대로 된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마치 벌레에 물려 별거 아닌 걸로 생각했는데 5분 뒤에 죽음의 공포까지 느꼈던 그날의 느낌과 비슷했다.
별일 아닌 일도 나비효과처럼 언젠가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