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그리고 40대에서 회사를 선택할때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공인회계사 시험을 합격했기 때문에 생각의 여지 없이 대형 회계법인으로 취업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회계사의 본업인 회계감사를 하였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금융회사들의 회계감사를 하면서 금융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어들이는지를 알게 되었다. 금융업이라는 섹터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회계감사는 회계와 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주주와 감독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나의 주어진 능력하에 좀더 사회에 이롭고 중요한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더 큰 편이었다.
더이상 회계법인에서 직장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 직감한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금융MBA 대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아직 젊었기 때문에 학업을 더 하면서 견문을 넓히고 이직할 곳을 천천히 알아보는 차원에서 였다.
졸업하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재취업의 기회는 두군데 회사였다. 한 곳은 대형 증권사였고 한 곳은 중소형 부동산금융회사였다. 결국 내가 선택한 곳은 후자였다. 지인들도 교수님도 증권사를 권했지만 나는 아직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팀원이었던 나는 어느새 비교적 젊은 나이에 팀장까지 맡게 되었다. 대표와 오너에게 직접 보고를 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고 타 부서와의 협업도 필수적이었다. 약 4년의 시간동안 부동산 금융이라는 한 업계에서 나만의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게 된것도 이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날 업계 지인으로부터 새로운 이직 제안을 받게 되었다. 새로 설립하는 신생 회사였다. 신생 회사이기는 하나 모회사가 튼튼하고 비전이 좋아 보여 이력서를 보내게 되었다. 면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결국 나는 신생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신생 회사에서는 더 많은 성장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다.
남들에게 잘 알려진 회사, 남들이 다들 좋은 회사라고 말하는 회사가 과연 나에게도 좋은 회사가 될 수 있을까? 생각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직을 할 때에는 회사의 명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소신있게 그 회사에서 내가 어떤 일을 담당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을지를 선택하는 것이 사회 초년생과 30대까지에는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의 40대에서는 어떠한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나의 성장과 경험을 위한 회사 생활이었다면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이제는 성장보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일들을 펼쳐보고 이루어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가진 역량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게 지원해주는 회사로 가고 싶다. 그 다음으로는 성과를 적절하게 평가하고 보상을 지급해주는 회사가 필요하다. 이 두가지가 충족되면 오랜 기간동안 한 회사에서 성과를 내면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일반적으로 가정을 꾸린 40대의 남성이라면 앞으로 자녀가 커가면서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30대까지는 개인의 꿈을 위해 마음껏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시기이다. 하지만 40대는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나 또한 두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를 선택할 때는 아무래도 신생 업체보다는 견실한 업체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생 업체를 굳이 선택할 때에는 내가 그동안 업계에서 일해오면서 잘 아는 사람들과 창업하는 경우에만 허락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