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의 발현
얼마 전 채소씨를 뿌려놓았던 곳을 보니 무엇인가가 웃자라 있었다.
씨를 뿌려놓고는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는 데로, 해가 쬐면 해가 찌는 대로 두었더랬다.
그렇게 몇날 며칠 부주의하고 있었더니 저 스스로 싹이 자라 있었다.
여린 싹을 만지면 귀한 기운을 얻는 기분이 들어 나는 조심스레 잘 자란 싹을 만져보았다.
손끝으로 가느다란 생명의 감동을 느끼다가 문득 여기저기 싹이 난 곳에 이름을 써놓지 않아 분간하기가 어려워졌다. 나는 '이 자리가 뭐였더라'라고 기억을 더듬으며 식별해 나갔다.
무를 심은 곳에서는 무싹이 해바라기를 심은 곳에서는 해바라기가 옥수수를 심은 곳에서는 옥수수가 생겼다.
그 당연한 이치를 읊조렸던 것은 오늘의 내 작은 마음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의 불안한 마음에 좋은 씨를 심어두어야 할 이유는 내일의 나를 위한 일이었다.
무를 뿌린 곳에서는 무 이외에는 찾을 수 없다. 악을 심은 곳에 선이 나올 수 없다.
원인에 대한 결과가 얼마나 빨리 현실 안에서 이루어지는지는 씨앗을 뿌려보면 알게 된다.
인간의 생각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종자여서 그것이 어딘가에 뿌리내려지면 자신 안의 혼에 닿아 영향을 미친다.
방심한 마음 하나를 들어 다시 건강한 씨앗으로 바꾸는 것, 그 바꾸는 것에는 씨앗을 바꿀 필요가 없다.
그 씨앗 속에 나에게 가장 친절한 말을 들려주면 된다.
성산일출봉의 올랐을 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곳에 올랐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분명 내 기대에 어긋난 풍경은 아니었다. 무엇 때문인지 이 마음의 거동에 의구심이 들어 그저 가만히 앉아 성산 일출봉의 분화구를 보고 있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날개를 펴니 분화구안의 초록색 풀과 나무들이 한데 뒤엉켰다. 이내 그것들은 함께 휘날리다가 다이내믹한 풍경이 되었다. 여기저기에서 새소리가 나고 오로지 그 분화구안의 풍경에 몰입되어 보니 만져볼 수 없었던 원시의 평화가 그곳에 있었다. 그것은 세상의 동적인 것들에 치우쳐 보이지 않던 고요한 감각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인기척으로 평화는 이 세상에 그저 있음으로써 견고한 힘을 비추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보러 오는 이유는 그 본질이 가지고 있는 그 기운과 기상을 얻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끌림일 것이었다.
본질이 가지고 있는 힘은 인간의 작은 마음 안에 더 큰 영을 가두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생명의 본질이 위대한 까닭은 어떤 감정의 오르내림속에서도 평화가 깨질 수 없다는 진리 때문일 것이다.
작은 마음이 큰 영을 가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오늘 내가 할수 있는 일은 나를 위해 가장 좋은 씨앗을 심어두는 것이었다. 나의 작은 마음이 나를 속이는 때에 나의 웃자란 생각이 더 큰 영을 볼수 있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