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쉐어하우스 만들기 10화
*사진은 실제 계약한 집과 무관합니다.
착실하게 시간순으로 연재하려고 했는데.. 이 소식은 꼭 먼저 전하고 싶어요
저.. 집 계약했어요!!!!!!!!!!!!!!!!!!!!!!!!!!!!!!!!!!!!!
인스타그램으로는 계속 공유했었는데..
저를 사랑에 빠지게 하면서도 속을 썩였던 그 집..
그 다가구 집으로 계약을 완료해서, 3월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정말정말 후련합니다.
사실 그동안 좀 서러웠어요..
중개인이 제 편이 아닌 것 같았거든요.
"보증보험 안 될 경우 계약 취소하는 걸로 특약 걸 수 있을까요?"
"안돼요 ㅎㅎㅎ"
"집주인이 너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 아니에요?"
"상황이 그랬던 거죠."
이어지는 설명들이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었지만.. 제 중개인이 자꾸 집주인 편을 드는 것 같았어요. 집주인에게만 중개인이 2명 있고, 저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중개인 설명도 이해가 되니까(말씀을 진짜 잘하세요), 더 서러웠어요.
그래서 등기부 등본 보면서 의문이 생겨도, 중개인한테 바로 물어보지 않고 제가 공부했어요. (이 놈의 다가구! 뭐 이리 안 되는 게 많은지). 임대차 계약도 새벽까지 공부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계약일에는
제 중개인: "반환 특약까진 안 할게요. 대신.. 저희가 보증 보험 가입을 할 건데 다가구 때문에 안되면, 사장님이 가입 좀 해주세요."
집주인: ...
집주인: (중개인을 쳐다보며) "어떻게 해야 돼요?"
집주인 중개인: "사장님 임대사업자시잖아. 안 하면 안 돼. 비용도 아가씨들이 다 댄다고 하잖아"
(이 집은 면제 조건에 해당된다)
제 중개인: "저희 계약금.. 5%.. 해도 돼요?"
집주인 중개인: "5%만 해도 되지~"
집주인: "안된다고 하면 뭐.."
제 중개인: "해 주세요. ㅎㅎㅎ"
두 분이 합심해서 제가 유리한 쪽으로 설득해 주셨어요. 그래서 한 시름 덜었습니다.
(그래도 계약서는 끝에 끝에 끝까지 꼼꼼히 읽었어요)
그리고 집주인 사장님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집을 구할 때 처음에는 현세입자 이사일에 맞춰서 빨리 들어올 사람을 구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대출도 급하게 알아봤거든요. 그런데 막상 계약일 잡자고 하니까, 갑자기 입주를 1-2달 미뤄야 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결국에는 지연 없이 3월에 입주하면 된다고 하셨고요. 제 딴에는 집주인이 너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실제 계약일이에는 제 계약금이나 잔금일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이런 집주인 잘 없다는데). 또 제 예상과 달라 의외다 싶은 모먼트들이 몇 있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위험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얼굴 붉히며 살고 싶지 않았는데,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사실은 집도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 중개인 사장님의 인맥찬스로, 이 집을 저에게 첫 번째로 보여주셨어요. 집을 다 보고 돌아가는 길에 사장님과 카톡을 하는데, 저 이후에도 집 보러 2팀이나 대기 중이었고, 이 집은 늘 첫 번째 사람이 계약을 했고, 그래서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날아갈 거다라는 말에 "ㅈ..제가 할게요..!"라고 한 게.. 두고두고 불편했거든요.
이 집이 나에게 정말 최선의 선택일까? 여기도 진짜 좋긴 한데.. 이러 이런 게 좀 우려스러워. 혹시 조금 더 기다리면 더 좋은 집이 나오지 않을까? 그날 제대로 확인 못한 것도 있는데..
그래서 제 임장노트를 살펴보며 비교하고, GPT와 생각도 정리하고, 네이버 부동산도 수시로 들어갔습니다.
계약하기 전에 집을 다시 보러 갔어요. 채광과 조도가 가장 우려스러웠는데요, 이전 세입자는 암막 커튼을 치고 생활해서 제대로 확인을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커튼도 걷고 불도 켜서 다시 확인했어요. 다행히 볕도 잘 들고 집도 밝았습니다. 안심이 되었어요.
지금 세입자분이 인테리어를 워낙 잘해둬서 집에 반했는데, 알고 보니 제 친구들이 좋아하는 인디 가수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 집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사인 좀 받아둘걸 싶다가도, 그런 거 부담스러워할 분이라고 친구가 얘기해 줘서, 또 나대지 않길 잘했다 싶습니다. 부디 가구 가전을 최대한 많이 남겨두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룸메이자 사촌언니 역할로 계약 당일 동행한 S 덕분에 제가 인테리어에 홀려 넘겼던 부분들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외풍을 잘 막아야 될 것 같다고 했는데요. 하루종일 틀었을 때 가스비 얼마 나오는지 들었고, 우풍 막는 법 열심히 공부할 거고, 그래도 추우면 껴입고 살면 되니까. 푸하하 걱정 없습니다.
뷰도 아쉬울 수는 있지만, 베란다에 화분을 두면 또 나름대로 보는 재미가 있겠지요? 그래서 지금 같이 사는 친구들에게 화분 좀 몇 개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멋진 뷰는 한강 공원 가면 실컷 볼 수 있으니까요. 한강에서 레이크뷰 파크뷰 보며 러닝 할 저를 상상하니, 웃음이 피실피실 나옵니다.
너무 후련해요!!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날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일상에 균열이 크게 일었습니다. 그래도 첫 고비를 잘 넘겼으니, 당분간은 이 후련함을 만끽하렵니다! 비건 쉐어하우스가 현실이 되고 있어요.
또, 친구가 이사 갈 집의 등기부등본을 봐줬는데 집주인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다 말하니 어떻게 알았냐며 신기해하더라고요. 부동산 공부도 너무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잘 살던 집에서 갑자기 나가야 했고, 백수라면서 보증금은 어떻게 마련하고, 왜 하필 마포구, 이 집이냐구요?
다음 주부터 다시 2화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