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연 Mar 05. 2022

그녀를 만날 준비를 하다.

대단한 그녀에 비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준비 못했던 그 시절

출산일이 다가오기 한 달 전, 의사 선생님은 저에게 자연분만과, 출산 시간을 줄이려면 지금부터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많이 걸으라고 하셨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바로 그녀를 드디어 한 달 뒤에는 만나게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출산을 준비하고, 원활한 출산을 위해 말해주시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저는 어떻게 하면 순산의 길을 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알 수가 없기에 저보다 먼저 출산하신 선배를 찾아서 어떻게 출산을 했는지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때 제 주변에는 진통 후 첫째를 1시간 안에, 둘째를 30분 안에 출산하신, 마치 모든 임신한 엄마들이 부러워할 만한 능력(?)을 가지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출중한 비법(?)을 전수받고자 그분께 가서 그 대단한 능력은 어떻게 가지셨는지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평온하게 말씀하시길,평소에 운동을 즐겨했었고 몸으로 사용하는 것들을 잘했으며, 출산하기 전에는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걸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좌절하였습니다. 저의 지인과 저는 임신 전부터 활동량에 대한 스펙부터가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그동안의 신조는 할 수 있거든 움직이지 않기였었고, 특히나 임신했을 때는 울렁거리고 힘들어서 웬만하면 누워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좌절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출산 시간이 길어지면 너무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는 다른 출산 선배분들에게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변 사람 중에 26시간을 진통하고 결국 자연분만을 못하고 제왕절개를 하였다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저에게 공포스러운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내가 지금 움직이는 활동량보다 더 많이 움직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갑자기 제가 당시 살고 있었던 아파트의 층수를 보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10층… ‘그래, 출산예정일까진 10층을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다녀보자’ 이렇게 저는 그녀와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저의 몸무게와 그녀의 몸무게가 합쳐져서 살고 있었던 저에게 계단 오르기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갔겠구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확실히 그 당시의 기억에서도 몸이 무거우니 무릎이 좀 아프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이건 저의 개인적인 방법이었을 뿐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예비엄마분들은 다른 더 좋은 방법을 찾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왜냐하면 출산 후에는 관절이 더 힘들어지는 순간들이 많이 오니까요. 미리 관절을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또 하나 그녀를 만날 또 하나의 준비는 바로 그녀가 세상에서 처음 살면서 사용하게 될 물품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임신을 하고 병원에 다니면, 출산준비물 리스트를 (제가 임신했을 당시는) 주었는데, 하나도 모르고 있었던 저에게는 참 유용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면, 그때에도 당연히 인터넷이 있었고, 많은 엄마들이 겪으면서 이건 필요하고, 이건 안 필요하고.. 이런 정보들을 올렸을 텐데 저는 이런 비교 대상들은 보지 못하고 그냥 리스트에 적힌 물품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하고 구매를 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 구입을 하고 쓰지 않았던 물품들도 몇 가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도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기에 안 쓰는 물품들을 볼 때마다 약간 아니 조금 더 마음이 쓰라리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제가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요. 


다행히 주변에 지인들이 아이가 있게 되면 이런 것들이 필요할 거라며 준 선물들은 요긴하게 썼던 것 같습니다. 역시 선배의 경험에서 나온 선물은 초짜 엄마의 삶을 살게 될 저에게 아주 중요하고 많이 쓰였던 것 같습니다. 물품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제가 육아를 하였을 당시 아주 요긴하게 쓰였던 물품들을 정리하여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몸소 사용해 본 물품들이 아이를 처음 키우신 그와 그녀들의 엄마에게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준비를 한 것 같지만.. 쓰고 보니 그렇게 많이 준비한 것 같지는 않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그때는 너무 생각이 없이 그녀를 만날 준비한 것 같습니다. 미리 겁먹을 필요도 없었지만, 어느 정도 가늠을 하고 받아들였다면 힘들 당시에 조금은 타격이 덜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딱 저를 두고 하는 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적고 보니 입덧을 심하게 했다는 이유로 그 많이들 쓴다는 태교일기·육아일기도, 아이를 어떻게 키우겠다는 마음가짐도 갖지 못했던 것 같아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아마 이 이야기는 언젠가 그녀가 읽게 될 텐데 그녀에게 그래도 이 말은 하고 싶습니다. 


"빵므(그녀의 애칭)야, 엄마는 널 태어나기 전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널 많이 사랑했고 지금도 네가 세상에서 잴 좋아. 믿어 줘..^^"


작가의 이전글 시고니 위버가 된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