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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처구니없게도

대혼란을 겪고 있는 이때 

    

한국교회가 백가쟁명의 대혼란을 겪고 있는 이때, 

교회 밖과의 차이보다 교회 안에서의 차이가 더 심각한 이때, 

역사상 처음으로 K-POP, K-DRAMA로 세계인의 마음과 귀를 사로잡은 21세기에 유독 교회만 중세적 세계관, 아니 구약성경을 기록한 시대의 세계관을 고집하며 괴이하다 못해 괴기한 일들을 벌이는 이때, 

그 결과 누구도 교회를 주목하지 않는 이때, 

교회가 철저하게 사회적 사각지대가 돼버린 이때, 

더욱이 개인적으로는 목회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이때, 

저는 참 어처구니없게도 또 한 번의 새로운 교회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평너머교회]     


새로운 교회 설립을 준비하면서 저는 교회가 범한 공적 죄악을 기억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면서 하나님 위에 군림한 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면서 예수를 영혼 구원의 수단으로 이용한 죄.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 하나님의 뜻을 자기 이해의 지평 안으로 구겨 넣은 죄.

신비하기 이를 데 없는 하나님의 섭리를 아전인수 하는 억지와 오만을 부린 죄.

하나님의 진리로 성도를 자유케 하기보다 교리의 틀 안에 가둔 죄.

세상과 역사의 길이 되기보다 교회 왕국 건설에 몰두한 죄. 

하나님의 구원을 살기보다 사후천국행 구원 티켓 판촉에 헌신한 죄.

정직한 질문, 복된 질문을 불신이라고 정죄하며 억압한 죄.

용서와 화해의 주님을 앞세워 세상을 정죄하고 심판한 죄.

하나님의 역설적 지혜로 가득한 성경을 문자주의로 묶어 가둔 죄.

입으로는 하나님의 창조를 말하면서도 창조세계의 생태계를 파괴한 죄.

입으로는 하나님의 창조를 말하면서도 창조세계를 탐구하며 발견한 과학적 진실을 부정하고 외면한 죄.       



저는 이토록 심각한 교회의 공적 죄악을 마음 깊이 기억하며 참회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런 교회의 일원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아니, 누구보다 허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감히 목회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이때,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해 지평 너머의 복음을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모든 형태의 이해 지평을 넘어서는 복음의 눈으로 성경과 역사를 새롭게 읽고, 신음하는 세계의 현실을 통전적인 눈으로 직시하고 품는 연대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특히 문명사적 대전환의 길목에서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온-오프라인이 함께 하는 연대의 장을 세워가고자 합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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