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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세계의 원형이자 미래

하나의 씨앗 속에 씨앗의 미래가 다 담겨 있듯

1. 성서는 놀랍게도 수미일관합니다. 맨 처음 속에 맨 나중, 종말론적 미래가 담겨 있습니다. ‘하늘과 땅’을 창조한 이야기(창1:1)가 ‘새 하늘과 새 땅’이 임하는 것(계21:1)이 그렇고, ‘에덴’(창2:8)에서 시작한 인간의 삶이 ‘새 에덴’(계22:1-2)에서의 삶으로 변화하는 것이 또한 그러합니다.  


2. 성서는 아담이 마주한 삶의 자리(에덴동산)가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들이 있는 곳, 사방으로 흘러가는 4개의 강물 발원지라고 말합니다. 또 아담은 이토록 비옥하고 아름답고 부족함이 없는 에덴에서 모든 생명체에게 이름을 주었다고 말합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아담이 맨 처음 마주한 삶의 자리는 모든 생명이 넉넉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 즉 ‘생명의 살림살이 터’였다는 말입니다. 비록 그곳에서 복된 살림살이를 하지 못하고 쫓겨나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아담이 맨 처음 마주한 삶의 자리는 매우 복된 ‘살림살이 터’였다고.


3. 그런데 에덴동산 이야기는 맨 처음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담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은 후부터 에덴동산 이야기는 놀랍게도 메시아적 미래, 종말론적 미래와 연결돼 다시 소환됩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 했고(창12:1), 모세는 그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했으며(출3:8), 바벨론 포로기의 선지자들은 그 땅을 에덴동산 이미지로 묘사합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그 땅을 공의와 평화의 세계,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충만한 세계(사11:1-9)라 했고, 좀 더 직접적으로는 ‘에덴’ 혹은 ‘여호와의 동산’(사51:3)이라 했습니다. 에스겔 선지자는 성전의 문지방 밑에서 물이 흘러나와 큰 강을 이루는 환상을 묘사하면서, 강 좌우편에 나무가 심히 많고, 그 잎이 시들지 않으며 열매가 끊이지 않고, 달마다 새 열매를 맺을 것이고, 이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모든 생물이 살고 바닷물이 되살아나 강가의 어부가 살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에덴동산 이미지를 차용해 설명합니다(겔47:1-12).


4. 예수님은 이 땅을 가리켜 아예 [하나님나라]라 했고(막1:15), 사도 요한은 [새 하늘과 새 땅](계21:1), [하나님의 낙원](계2:7)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에스겔 선지자처럼 계시록 마지막 장에서 그 땅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또 그가 수정 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하나님과 및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와서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열매를 맺되 달마다 그 열매를 맺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치료하기 위하여 있더라.”(계22:1-2).

  

5. 이처럼 에덴동산은 성서에서 맨 처음 삶의 자리로 등장할 뿐 아니라 종말론적 미래의 삶의 자리, 온 생명의 삶의 자리로도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에덴동산은 지구의 어느 특정 장소, 역사의 어느 특정 순간의 장소를 넘어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의 어떠함을 말해주는 원형이자 표상으로 등장한 것이라 할 수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종말에 성취될 메시아적 미래까지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씨앗 속에 그 씨앗의 미래가 전부 담겨 있듯.


다시 말해 인간이 마주한 맨 처음 삶의 자리가 에덴동산이듯 마지막 삶의 자리 또한 에덴동산 같은 곳일 거라는, 지금 우리의 현실은 비록 에덴동산 밖이지만 영영 에덴동산 밖에서 사는 게 아니라 결국은 에덴동산 같은 세계를 이루실 거라는 일종의 약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여, 저는 믿습니다. 에덴인 세계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새 에덴인 세계를 성취하실 거라고. 이것이 하나님의 그랜드 창조 디자인이라고.

 

물론 이것이 에덴동산 이야기의 전부는 아닙니다. 에덴동산 이야기에는 동산 중앙에 있는 두 나무 이야기 -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이야기도 있고, 아담과 하와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니 찬찬히 여유를 갖고 에덴동산 이야기를 깊이 읽으십시오. 깊이 새겨들으십시오. 아마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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