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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주 Feb 08. 2023

네시엔, 라디오


프리랜서 겸 자영업자에게 오후 네 시는 라디오 듣기 좋은 시간이다. 전통적으로(?) 오후 네 시의 라디오 프로그램은 데시벨이 높았다. 점심 먹고 두어 시간 반짝하던 집중력이 소멸되는 시간대의 모든 노동자들을 번쩍 깨우겠다는 방송국 내 목표라도 있던 걸까. 네 시부터 여섯 시 사이의 프로그램을 맡은 디제이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3옥타브를 찌르는 톤이 기본이었다. 가끔은 활기차서 좋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 시간대의 라디오를 피하던 경향도 솔직히 있었다. 라디오천국이나 고스트스테이션을 들으며 자랐던, 저녁 여덟 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의 프로그램을 주로 끼고 살던 사람으로서 네 시는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있던 거다. 그런데 얼마 전 윤도현 님이 디제이를 맡은 <네시엔> 은 달랐다.


이런 곡을 라디오에서 튼다고?’ 싶은 곡을 매일 튼다. 겁나 시끄러운 메탈, 하드락 같은 곡들.  점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획과 각본과 모든  안에서 이루어지는 컨텐츠이겠지만 윤디의 태도에서 묻어나는 자유로움이 라디오를 타고 마구 뻗어 나온다.  눈치 보고 그런  모르겠고  그냥 너무 자유롭다. 속이  시원하다. 선곡은 그런데 진행 말투는 세상 평온하다. 꾸미지 않은 진짜 자기 목소리로 말하는  같아서  와닿는다.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오지오스본과 메탈리 깨부수는 멋진 곡을 틀고 얼마  이어서 갑자기 화개장터를 틀었다. 이유는 가사에 아랫마을이 어디고 윗마을이 어딘지 궁금해서였다. 최애 배캠의 배철수 님과 임진모 님의 케미를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요즘 윤디와 노중훈 작가님에게서 그런 꽁트의 기운이 느껴진다.


누군가는 ‘ 이런 시끄러운 곡을 라디오에서 틀어?’ 하며 채널을 돌릴지 몰라도, 그게 너무 좋은 사람들도 많다.

‘모두가 다 좋아하는 것’ 같은 건 어차피 없으니 누군가 진짜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걸 누군가도 좋아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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