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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주 Mar 28. 2024

도시를 떠나고자 하는 마음에게


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기까지 여러 이유가 쌓여왔을 거다. 도시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냥 떠나려 한다고 말하면 이런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수도권에서 자란 나에게는 '고향'이란 게 없는 느낌이었다.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살다가 죽어서도 그 땅에 묻히던 시대를 거쳐 지금 우리는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는 세대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동의 자유나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이 그걸 가능하게 했고, 할 수만 있다면 내게도 고향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런 곳에 가서 살고 싶었다.


그 마음은 정확히 뭘까.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마음속에 어렴풋이 그려진 그림을 헤아려 보자면 일단 고개 돌리는 곳에 가까이 있는 자연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사람들의 느긋한 속도.(따뜻한 곳이면 금상첨화겠지만 따뜻한 데 살면 영상 15도에도 어차피 춥다고 느낀다.) 이런 소망은 십수 년이 지나도록 도저히 사그라들지를 않는다. 그런 곳에 잠시 지내도 보고 살아도 봤지만 역시 그때가 그립다. 마음에게 묻고 또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인 거다. 


막상 가서 한 십 년 살아보면 못 살겠다 싶을 수도 있지만 그건 해봐야 아는 거다. 그때 가서 그런 결론에 다다르면 뭐 어쩔 수 없지. 오로지 가능성만 있고 확실한 뭣도 없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어디냐 싶어 우리는 제주로 가기로 했다. 말 안 통하는 지구 반대편에서도 살아봤는데 우리나라 안에서 못 살까. 이렇게 주절주절 하는 걸 보면 이런 마음 한 구석에도 불안이라는 것이 스며있기 때문이리라. 


오가는 길에 넓고 낮은 하늘이 펼쳐지고, 맘먹으면 언제든 바다에 가서 몸을 담글 수 있고, 산과 나무와 꽃과 들이 곁에 있는 곳에서 아주 잘 살고 싶다. 뭐 어뜩허든 되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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