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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율대디 Feb 20. 2022

2. 돈이 계속 사라진다고?

- 화폐, 그 두 번째 이야기

(1) 생존 본능과 자본시장의 성장

 앞 선 글에서 필자는 화폐의 기본적인 속성이 총량의 지속적인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증가의 주된 원인은 산업의 성장과 그로 인한 거래의 증가로 현금흐름 총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며, 결국 실물경기의 성장만큼 화폐의 총량도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논리라면 한 가지 중요한 의문이 생긴다.




상품과 화폐의 1:1 교환과,
동일한 총량 증가를 전제로 하면,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산업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획, 생산, 저장, 유통, 거래, 소비 등의 실물경기 내 현금흐름을 정확하게 산술화, 통계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비 공식적으로 일어나는 거래도 있고, 시중에 돌아다니지 않는 숨겨둔 현금들도 있으며, 최근에는 무형자산인 지적재산권이나 기술 특허 등에도 거대한 가치가 부여되는 상황이라 점점 산업의 성장 자체를 수치화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화폐라는 녀석이 단순히 상품의 구매를 위한 거래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바로 '사고'한다는 것이며, 이 '사고'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생존'이다. 인간의 사고를 통한 생존전략이 다른 동물들의 본능적 생존전략 대비 훨씬 효율적이었기 때문에 현재 인류가 지구 상 가장 번성한 생명체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류의 생존 전략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잠재적인 위험을 예측하고 피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다는 측면이다.


 현대 인류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화폐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없으면 안 된다. 또한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을 이겨내기 위한 의료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돈이 있어야만 한다. 결국 인간의 생존 본능에 따르자면 인간은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만 한다고 볼 수 있다. 미래에 내가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거나, 갑자기 내가 가지고 있는 자금 이상의 돈이 있어야만 극복할 수 있는 위기에 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가급적 덜 먹고, 덜 쓰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며 늘 저축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저축의 규모가 크지 않고, 금융시스템이 단순해서 본원통화(M0)나, 협의통화(M1, M0+단기예금)만 참고하며 통화 총량을 계산해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점차 돈을 쓰지 않고 모아두는 양이 늘어나다 보니 점차 화폐와 상품 간의 가치가 차등적으로 벌어지게 되었다. 자본을 많이 축적한 자산가들이 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희소성 있는 물품의 가격은 급등하고, 늘 구하기 쉽고 공급이 넉넉한 것들은 가치가 내려가거나 크게 변하지 않는 양극화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는 희소성 있는 자산들의 가치를 점점 높아지게 만들었고, 일찌감치 이런 자산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했던 사람들을 더 부유하게 만들어주었다. 인간이 만든 잉여현금이 보다 가치 있는 자산으로 몰리면서 또 다른 부를 창출하게 만드는 초기 투자의 형태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런 일들이 주위에서 자꾸 반복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들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자산을 잃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만들게 된다. 덕분에 점차 많은 사람들이 저축해둔 돈을 들고 투자에 가담하게 되며, 결국 초기 금융시장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었다. 그리고 이후 금융시스템이 양적 성장단계로 진입하여, 자본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을 거두게 되었다.



(2) 자본 시장의 성장이 가져온 변화


이런 자본시장의 성장은 통화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단, 산업의 성장에 맞추어 통화를 발행했지만,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탈이 점차 늘어나며, 실물 경기 내의 현금흐름이 계속 감소하게 되었다. 자본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며 전체 GDP의 성장은 이어졌지만, 자본시장의 성장에 비해 임금 성장이 더디고, 부의 양극화로 인해 소비의 양극화가 이어지며, 전반적인 실물경기는 점차 침체의 분위기로 넘어갔다.


 이에 더불어 기술이 발전하며, 과거에 희소성을 지니던 각종 원자재 및 생산품들의 공급이 늘어나 가치는 줄어들다 보니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의 가치가 줄어들게 되었고, 보다 고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지적재산권, 브랜드 등의 무형의 가치가 자본의 더 높은 관심을 받게 만들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부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며 실물 경기의 소비여력을 감소시키는데 일조하게 되었다.


 통화정책을 펼치는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충분할 거라 생각했던 유동성 공급에도 실물경기가 점차 가라앉는 모습을 보니, 위기의식이 들 수 있다. 점차 실물경기의 성장이 둔화되며 소비자들의 소비가 줄어들다 보니 기업들의 실적도 점차 나빠졌고, 이로 인해 부채가 늘어나거나 부실기업들이 파산하는 그림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기적인 경기침체가 등장할 때마다 부족한 유동성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출처: Bureau of Economic Analysis, Federal Reserve

 위 차트가 바로 GDP 감소시기에 유동성 공급이 늘어났던 면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성장과 유동성 공급 간의 주기적인 변동성이 시장을 굉장히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결국 긴 호흡에서는 글로벌 경기도 꾸준히 성장했고, 화폐 총량과 자본시장도 함께 맞추어 성장했다.


출처: FRED

그리고 실물경기의 현금흐름 총량의 성장보다 실제 M2 supply 증가 폭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M2/GDP 비율은 장기적으로 조금씩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2 supply(파란선)와 S&P500 index(빨간 선), 출처: trading view

 그리고 이런 유동성 공급의 증가가 투자시장에도 일관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M2 증가폭 대비 과도하게 오버 슈팅된 부분만 아니라면, 꾸준히 증가하는 M2 supply를 따라 장기적으로 우상향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 투자의 본질은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것


 실제 실물경기 내의 현금흐름 증가폭 이상으로 통화가 초과공급(over-supply)되면서, 그 자금들이 자본시장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남아도는 현금의 양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에 상품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화폐의 총량 증가로 상품 대비 화폐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돌려서 이야기하면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은 화폐 총량이 늘어나 그 가치가 희석되는 만큼은 계속해서 자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화폐가치의 하락률은 상품 가격의 상승률과 동일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물가 상승률만큼 자산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된다는 소리다.


 현대 사회에서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대략 2%가량으로 잡는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이후 물가가 급등하며 대략 7% 이상의 엄청난 물가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길게 보면 다시 이 전의 레벨로 수렴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어찌 되었든 현재 투자 없이 적금만 들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 해 물가성장률에서 가입한 적금 연이율을 차감한 만큼 자산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결론적으로 투자의 본질은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화폐의 속성을 무시하고 투자자산의 가치 상승만을 생각하고 투자를 한다면, 전반적인 유동성 압박기에 자산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지면 굉장히 불안하고 고통스럽다. 유동성의 축소로 자산시장이 박살 나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글을 쓰는 지금이 바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지수 압박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시기이다.


 하지만 필자는 전혀 괴롭지 않다. 그리고 이런 심리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바로, 화폐가치의 지속적 하락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경제구조를 이루는 화폐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의미에서 화폐를 들고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무엇인가에 투자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한 해 동안의 수익이 물가상승률만 넘어선다면 충분히 훌륭한 투자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잃지 않는 투자라는 조건만 가지고 투자한다면, 딱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런 마인드로 투자를 한다면 굳이 엄청난 수익을 얻어낼 만한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을 필요도 없이 S&P 500을 추종하는 인덱스 ETF 정도만 사놓고 있어도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왜 S&P500인지는 차후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결국 투자를 할 때 가장 근본적으로 투자자가 마음속에 담아두어야 하는 원칙은, 유동성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며, 화폐의 가치는 그만큼 희석된다는 것이다. 투자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투자를 하면서 초과 이익을 달성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분명 자산군 별로 수익률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나며, 주식시장에서도 섹터별, 종목별로 그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모든 자산들은 화폐의 속성에 동일하게 영향을 받을 텐데, 도대체 왜 이런 차이들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리고 화폐가치 하락분 이상의 차익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그건 바로 화폐의 반대편에 서 있는 자본시장 내 투자자산들의 속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는 자본시장 내 투자자산들의 속성에 대해 알아보고, 동일한 조건에서도 수익률이 달라지는 이유와 이를 통해 투자 시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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