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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간병인 보험을 말함

'늙는다는 것'을 알아 가고 있다.

by 쭘볼 니나

나는 이제 막 입시생 엄마를 졸업했다.

막내의 입시를 끝내고 나면 나에게 자유가 올 줄 알았다.


자식들의 양육이 끝나니

부모의 돌봄이 다가왔다.


친정 부모님도, 시어머님도 뵐 때마다

미세했던 노화의 간격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지난해 시아버님의 암투병으로

연차를 내고 지방을 오가며 힘겨운 돌봄을 했던 남편과 나는

이제 시어머님의 치료를 위해

다시 또 연차를 내며 또 한 달에 몇 번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을 오간다.


나는 어머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살았다.

이제 나는 갚을 차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마음과는 별개로

남편과 나는 마음이 무겁다.


어머님의 허리와 무릎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다.

열심히 치료를 받아도 그저 약간의 속도만 늦출 뿐

어머님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기운이 빠진다.


무릎이 안 좋으신 어머님을 위해

휠체어를 사고, 실내 보행기를 사면서

남편이 간병인 보험을 들자고 한다.


어머님께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드리자는 마음 한켠에


우리의 무게를 아이들에게 얹어 주지는 말자,

조금이라도 우리가 우리의 노년을 준비해 보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지난해 막내의 입시를 치르는 동안

내 시력은 점점 안 좋아져 아이의 성적표도, 입시안내서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나도 늙어가는 건가.... 생각했는데

다시 제2의 돌봄을 시작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돌봄은 돌고 돌아 주고받는 것인가 보다.


내 노화를 염려하며

내가 누군가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내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운동도, 먹는 것도 관리하는 삶을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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