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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하는 감자 농부 Feb 20. 2023

비혼주의자의 결혼식

비혼의 완성은 결혼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정말 그러려고 결혼을 하나보다.


나는 중학교 때 이혼을 준비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비혼을 결심했다. 결혼이 이런 거라면 내 인생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결국 이혼하진 않았고, 내가 남의 가정에 살아보진 못했지만 흔히 듣는 주변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살면서 한 번쯤은 겪는 '이벤트' 같았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시기의 부모님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사랑해서 더 오래 함께하고 싶어서 하는 게 결혼이라고 글자로 배웠는데 지켜보는 부모님은 서로가 서로를 더 힘들게 하는 듯했다. 연애도 오래 하고 할 게 없어서 한 게 결혼이라던데. 저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오랜 연애를 하고 결국 결혼을 했을까?

물론 내가 기억하는 건 7-8살 때이니, 기억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10여 년이 더 아름다웠을 수는 있다.


그런 내가 사귄 지 6개월 된 남자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너무 당황스럽다.

이제껏 결혼하자는 사람도 있었지만 들은 척도 안 했는데 정말 단순히 이건 나이가 먹어서, 그럴 때가 돼서 결혼이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이 사람을 결혼할 만큼 충분히 사랑하나?

이 감정이 어떤 의미를 뜻하는지 혼란스러웠다.


현재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미 이 결혼을 후회한다.

이혼이나 파혼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시작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이 글을 읽을 예비 신부들에게 전하자면, 결혼은 내가 시작하는 게 아니라 양가에서 등을 떠밀고 상을 펼쳐줄 때 마지못해서 하는 것이다. 


스스로 상을 펼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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