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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하는 감자 농부 Jul 12. 2022

대기업 출근 10일 차의 심정

스타트업 마케터의 대기업 도전기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대기업은 엄마의 오랜 꿈이었고 팔랑귀인 나에게도 하나의 도피처였다. 커리어 중 한 번 정도는 거쳐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


대학

부모님과 자주 부딪히는 편이어서 정말 많은 아젠다로 부모님과 싸워왔고 결국 설득하여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굽힌 게 대학이었다.

희망과를 가려면 한 단계 낮은 대학을 갔어야 했는데, 과보다는 대학 이름이 더 중요하다는 부모님의 판단하에 다른 과로 진학하여 전과와 복전을 준비했다. 친척과 가족은 아무도 내 과에는 관심이 없었고 관심이 있더라도 아주 잠깐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투쟁으로 버텨온 지난 20년 보다, 엄마 말 들어 간 대학을 갔을 때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잠잠해지는지 경험하는 계기였다. 


대기업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맞기에는 성격이 너무 발랄(?) 하기도 했고 20대의 왕성한 피를 대기업에 바치기엔 하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았다. 이일 저일 다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네 번의 스타트업을 지나서 효도하는 셈 치고,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거라고 하기 위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들을 가지고 대기업에 취업했다. (물론 회사와의 fit도 고려했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다닐 때는 연봉은 잘 주는지, 언제 퇴근하는지, 그 회사는 무슨 회사인지 묻던 주변 세상이 참 조용해지긴 하더라.


대기업 입사 첫날.

1. 메타버스로 OJT가 진행되었다

2. 업무 상 교육의 OJT는 받아 본 적 있지만 태도와 신념, 비전에 대한 OJT는 거의 처음 받아봤다

2. 신입사원 때부터 그렇게 메고 싶었던 사원증을 얻었다

3. PC 강제 종료를 통해 강제로 PC가 꺼지는 경험을 해보았다

4. 첫날인데 전무님 회식이 잡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회식을 했다


첫 회사의 기억

스타트업에서 일을 할 때는 신입이나 중고 신입으로 입사했음에도 업무를 당일이나 그 주에 배치받았고 바로 현업을 시작했었다. 사수가 있는 경우도 있었고, 없는 경우도 있었다. 


첫 회사가 아주 강렬한데, 첫 회사의 경우 첫날 명함도 없고 메일 한 번 안 써본 나를 데리고 미팅을 가셨다. 첫날이다 보니 담당자 소개와 간단한 얼굴 비추기 정도였지만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첫 출근날이다. 게다가 내 첫 회사에 사수는 장기 휴직에 들어간 상태여서 존재하지도 않았다. 한 달 정도 뒤에 처음 뵀다.


출근 두 달째

들으면 대한민국 모두가 아는 대기업으로 이직했으나 출근 2주까지는 어디로 갔는지 밝히지 않았다. 일을 해보기 전에, 조직문화를 경험해보기 전에는 적응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첫 일을 받은 건 입사 한 달쯤 받았다. 현재 입사 두 달째인데도 적응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실 이전부터 재직하신 경력직분들도 '아직도' 적응 중이라고 한다.


업무를 하기 전에 업무 계획을 명확히 세우고 계획에 맞춰 일이 진행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편이다. 그런데 기업의 특성상 규모가 너무 크고, 담당자는 매일 바뀌다 보니 일이 끝날 때까지 업무 계획이 계속 수정되어야 한다. 계획만 세우다가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무도 전체 플로우를 모르고 이 플로우가 끝날 때쯤엔 또 담당자가 바뀌어 있어 인수인계를 할 수가 없다. 속도와 열정이 가장 중요한 조직에서 꼼꼼함이 가장 중요한 조직으로 옮겨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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