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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IN Oct 22. 2022

주의력 강화 훈련 – 수학

학교를 가도 수학, 안 가도 수학


수학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 옆에 있으면 가관이다.

연필을 잡고 멍~ 때리다가 30분을 그냥 보내 버리기도 하고 문제집을 낙서장을 만드는 것은 기본, 스트레스에 문제집을 만지작거리다 너덜너덜…

문제집을 아주 초토화를 시킨다.


정말 내 딸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백만 번든다.


그럴 때마다 조용히 아이의 어깨를 툭 치거나 이름을 불러주면 아이의 토끼 귀는 쫑긋거리고는 다시 시선을 문제집으로 향한다.

한 번은 문제집 앞에서 너무 괴로워하기에 타이머를 세워 두고 “딱 15분 동안 이 3 문제만 풀자.”라며 아이를 독려하자 조금은 표정이 좋아졌다.

그 정도는 할 만하다 이거지.


15분 동안 잘 풀 때도 있지만 못할 때가 더 많다.

처음엔 기선제압으로 나는 호랑이 선생님 마냥 도끼눈을 켜고 아이를 지켜보며 집중하게 했지만  노력조차 안 하려는 아이의 모습에 화딱지가 치솟았다.

15분 동안 3 문제도 못 푸는 게 반복되자 결국 사랑의 매로 손바닥을 한 대 때렸다.

신기한 건 그 이후로 무척 집중을 잘한다. 하지만 아이의 얼굴은 죽을 상이다.

괴로워하는 아이의 모습에 나는 세상 옥죄이는 죄책감에 미안해지지만 내가 아니면 이 아이의 태도를 어찌 고치겠는가. 독한 마음을 품고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게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힌트를 툭툭 던지며 포기하지 않도록 유지했다.


이런 무서운 방법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하고 수학을 더 싫어하게 만들어버렸다.

고심하던 나는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 대화를 시도했다.

일제강점기의 무단정치에서 문화 정치로의 회유책이랄까.


‘노력’이란 게 뭘까?

‘왜 집중을 잘 못할까?’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할까?’


수학 문제를 안 풀어도 된다는 기쁨인 건지 엄마와의 대화가 즐거운 건지 아이는 꽤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는 ‘노력’이란 것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하고 있는 ‘행위’라 말했지만 아이는 해내고 마는 ‘의지’라 응수했다. 그릿에 대한 책 이야기를 속사포로 쏟아내는 아이의 이야기는 결국 수학 시간을 인문학 시간으로 바꾸어버렸다.


왜 집중을 잘 못할까란 질문엔 뇌과학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의 전두엽은 성장 속도가 느려서 계속 자극해 주어야 한다는 개똥철학을 늘여 놓았고 짧은 지식에 부딪힌 엄마는 뇌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뇌를 자극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논의하였다.

우리가 왜 수학을 배워야 할까란 질문엔 엄청나게 복잡한 우리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에 수학만큼 좋은 건 없다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였다.  21세기는 컴퓨터 발달로 이루어진 산업이라고 90년대 아날로그식 시대에서 추구했던 인재상과 지금 21세기 인재상의 차이를 알아보았고 자연스럽게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는 결국 그날 수학 문제는 한 페이지도 다 못하게 만들었지만 우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왜냐면 홈스쿨링의 시간은 우리 마음대로니까.

그날 못한 건 다시 계획하면 된다.


이렇게 힘들게 공부한 날이면 꼭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든지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스트레스가 쌓여 있으면 기침을 하는 틱장애가 심해지고 악몽을 꿀 때가 많았기에 그날 오후는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잔뜩 시켜주었다.


아이가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을 때 나의 심기는 롤러코스터 마냥 시시각각 변한다.

난 해설집을 보았기에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가 잘 풀어내면 빨리 끝나겠구나란 기쁨에 엉덩이가 들썩이고 만약 이상한 방향으로 아이가 풀고 있으면 곧 짜증 내겠구나란 예측에 100톤짜리 돌덩이가 어깨를 짓누른다.


이때 치고 빠지고를 잘해야 한다.

적절한 힌트를 줄 것이냐 말 것이냐가 그날 수학 공부의 당락을 결정하기에 내 머리는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타협점을 찾아간다.

가끔 내가 알고 있는 풀이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면 내 딸은 천재인가 기쁘다가도 정말 무식한 방법으로 푼 거라면 좀 더 논리적인 (해설집) 설명을 알려주면서 별표를 쳤다.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은 30분 동안 붙들어도 못 푼 문제를 그날 저녁에 다시 꺼내 고심하다 풀어낸 날이다. 그날은 마치 내가 해낸 것 마냥 같이 기쁨의 함성을 외치며 아낌없는 포상을 준다. 끽해봐야 천 원의 상금이나 닌텐도 30분 이용권이지만 정말 좋은 건 다음날 수학 문제집을 대하는 태도이다. 수학 문제에 대하는 자세가 달라져 있었다.


성취감.


이것을 맛본 아이의 눈빛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학교를 다닐 때 죽어 있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전율을 느낀다. 주의력결핍 아이는 자꾸 잊어버리는 게 많아서 실수가 많아 자신감을 갖기 쉽지 않을 텐데 홈스쿨링 할 때만큼은 아이 스스로 자신을 믿게 만드는 훈련을 많이 시켜주고 싶었다.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는데 무척 좋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인 아이에게 체계적인 생각은 고역이다. 처음엔 수학 문제집이 낙서장처럼 뒤죽박죽 엉켜있는 숫자들로 정신이 없었는데 오죽하면 본인이 쓴 내용도 못 알아볼 때도 있었다.

그럼 나는 연습장에다  처음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질문하였고 계산 과정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는 습관을 갖게 만들었다.


이런 방식의 훈련은 의외로 다른 곳에서 효과가 드러났다.


 글쓰기 실력이 월등해진 것이다.


홈스쿨링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학교에서 아이가 독후감이나 일기를 쓰라고 하면 너무너무 괴로워하며 뭘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무척 힘들어했었는데 수학과 코딩 이야기를 하며 알고리즘을 알아보았고 그것을 글쓰기에도 적용해보자고 했다.


시작조차 못하는 아이에게 수학 문제을 풀 때 처음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밑줄을 긋고 시작하는 것처럼 책의 스토리를 2줄로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하자고 말했다. 내용을 간략하게 조직화를

못하길래 말로 설명해보라 하고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그리곤 그것을 쓰라고 했다.


수학 문제에서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순서를 정하고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되새기는 것처럼 내가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정보를 알고 있는지를 차근차근 정리하는 훈련을 반복한 것이다.

이젠 주 2회마다 쓰는 독후 일기장을 쓰는 것도 예전보다 거부감이 줄어들었고 줄거리만 쓰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넣게 되었다.


수학 공부에서 이것 말고 크게 도움이 되는 것, 하나!

바로 엄마의 심리적 안정이다.


그래도 수학 공부를 잘하고 있으니…

나중에 공교육에 돌아갔을 때 쫓아갈 수 있겠지.

나중에 대학입시를 한다고 했을 때 도움은 되겠지. 선행을 좀 더 당겨? 현행을 유지해?


그렇다. 나는 대한민국 평범한 학부모이다. 수학은 대한민국 교육의 핵심이자 심장이지.

이렇게 수학 공부를 시키면서 나는 조금의 위안을 얻으며 학업에 대한 조급함을 억눌러본다.


수학 공부가 육아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일석이조 일거양득 일타쌍피!


나도 진즉 수학 공부 좀 할 걸.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과목이란 걸 불혹이 넘고 나서야 알 게 된 것이 무척 유감이다. (시험을 안 봐도 되니까 수학이 즐거운 건 문제가 좀 있는 거 아닌가.)


치매 예방도 되는 수학을 오늘도 함께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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