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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Oct 28. 2024

공간적 전회 5

시대정신에서 공간정신으로

공간적 전회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에드위드 w. 소사는 이 논문에서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을 먼저 제시한다. 그것은 공간 자본(spatial capital)이란 개념과 공간적 정의(spatial justice)란 개념이다. 공간 자본은 도시 환경이 불규칙적으로 가까이 밀접한 곳에서 얻어지는 정점과 자극을 의미한다.


공간적 정의는 다음과 같은 현상과 관련하여 탐구된다. 도시 공간은 혁신, 창의, 경제 발전도 만들어내지만 거기에 더해 위계질서, 불평등, 사회적 양극화와 불공정까지 유발한다. 이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정의를 실현하려는 모든 노력이 부분적으로는 사회의 공간 조직에 의해 유발되고 지탱되는 불공정과 불평등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사는 나아가 공간적 전회가 사실은 어떤 분과학문 내에서 일반적으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불리는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큰 재구성과 변화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세부적으로 번역학적 전회, 수행적 전회, 도상적 전회 등 최소한의 7개의 전회가 분과학문적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공간적 전회는 이런 분과 학문의 일시적 유행 현상과 다르다.  


공간적 전회를 아주 간단하게 정의하려면 1990년대의 어느 시점에서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150년 동안 우리는 세계를 공간의 안경을 쓰고 보는 데 아주 익숙해있었다. 그러나 20세기말에 일어난 그 사건은 학제적, 초학문적, 범학문적 차원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공간 관련 사유가 전통적으로 공간을 연구하던 지리학, 건축학, 도시계획학, 지역학 그리고 사회학과 미술사를 박차고 나온 것이다. 매체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은 공간과 관련된 사유를 발견했고, 현대 미술가들은 도시 공간에 대해 토론하고 있으며, 페미니스트들은 공간적 수사법(spatial rhetoric) 같은 주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심지어 신학과 종말신학도 공간적 전회에 참여하여 <제3의 공간>에서 그들 고유의 천국과 지옥의 개념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여기고 있다. 다른 분야로는 영화학, 음악 민속학, 경제학, 인류학, 행정학까지도 있다. 지난 150년 동안 이처럼 초학문적이었던 일은 일찍이 없었다.


대략 1850년 이전까지-이는 헤겔이 설정한 경계이다- 서구의 사회는 역사적인 것과 공간적인 것, 시간과 공간, 역사와 지리 사이에 상대적인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다. 바로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역사와 시간을 과정, 진보, 발전, 변화, 역동성, 변증법, 문제성, 균형 혹은 이동 등의 개념과 연결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공간은 죽은 것, 고정된 것, 비변증법적인 것, 배경, 컨테이너, 무대, 자연적 형식, 환경, 외부에 있는 것, 사회 외적인 것, 구성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소사는 시간과 공간 사이에 다시 이론적 균형이 잡힐 때까지 우리는 당분간 전략적으로 공간 차원에 특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바로 이 균형이 공간적 전회의 목표라고 강조한다. 지리적 생태학이나 과학적 마르크스주의도 탈공간화 과정에 참여했다. 마르크스는 역사와 계급 관계와 계급투쟁에서 어떤 형식의 공간 결정론도 용인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계급 형성의 요인이 될 수 있었을 공간적 요소들을 몰아내었으며, 사회적 과정에서 공간이란 짐을 폐기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비로소 공간적 전회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 역사에 등장한 핵심 인물은 앙리 르페브르와 미셀 푸코이다. 그리고 인문지리학의 경우에 1968년 5월과 60년대 도시 위기가 핵심 문제로 부상하였다. 그때 갑자기 학자들은 자신들이 도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갑자기 도시가 전 세계적인 규모로 엄청난 폭발력을 얻었다. 지구상 인구의 70프로 이상이 도시에 살게 된 것이다.


기존의 지배적인 사고방식에서는 공간을 물질적 형식으로, 공간 속의 대상으로, 측량할 수 있는 공간으로 파악했다. 지리정보시스템(GIS)은 이 발전이 도달한 종착역이며, 저자가 제1의 공간(Firsrspace)라고 부른 것을 파악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제2의 공간(Secondspace)은 인지된 공간이며, 정신적 공간, 공간에 관한 사유와 관계가 있다. 훌륭한 지리학자는 이 두 공간관을 결합한다.


소사는 여기에서 새로운 사고방식을 표현하는 독일어식 표현을 제안한다. 독어권에서 사용하는 '시대정신(Zeitgeist)'이란 말처럼 공간적 전회가 일어난 지금 '공간정신(Raumgeist)' 혹은 '시대공간 정신'이란 어휘가 독일어 어휘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공간적 전회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파악한다.


'공간적 전회'에서 뜻하는 공간은 사회적으로 생산된 공간이다. 그리고 지리학은 탈자연화되고 있다. 물리적 환경 나아가 물리적 공간에 맞춰졌던 상황이 파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시대 이후에 사회가 항상 도시적이라면 모든 사회혁명은 그 정의에 따라서 도시혁명이다. 그러므로 이제 제3의 공간이 드러난다. 소위 르페브르가 부른 '재현 공간(espace vecu)' 혹은 '체험된 공간'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개념은 이제 공간적 전회 안에서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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