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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병법과 현대 경영 전략 5

내부의 신뢰를 얻은 다음 전략으로

by 박종규

[육도 삼략]의 무도편의 첫 장에서 우리는 이미 태공망이 손자보다 더 앞서 <가장 완전한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자국민의 민심을 얻는 군주의 인덕을 강조하는 내용을 살펴보았다. 주문왕과 강태공의 시대에는 아직 제자백가(諸子百家: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221)의 여러 사상가와 그 학파)가 나타나기 전이기에, 중국 사상의 양대 축인 유가와 도가 사상이 혼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동양 사상에 조금이라도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태공망이 말한 다음 내용을 보면 그렇게 보는 이유를 알 것이다.


'큰 지혜를 가진 자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므로 지혜롭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큰 꾀를 짜내는 자는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므로 아무것도 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며, 큰 용기를 가진 사람은 적과 싸우기 전에 적을 미리 약화시키므로 용맹스럽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큰 이익을 꾀하는 자는 그것으로 인하여 천하의 모든 사람에게 자기의 이익을 나눠주므로 자신은 이롭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말이 시사하는 바는 은둔의 철학(인위적인 규범을 정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도의가 이루어지도록 통치하는) 즉 도가 사상에 가깝다.

그러나 실전에 필요한 병법으로서 모략전술은 [손자병법]으로 이어진다. 손자(손무)는 먼저 궤편(계락을 펼치는 오사칠궤의 방법)을 시작으로 승리의 비법을 이야기한다. 오사칠궤(五事七孰; 승패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일과 일곱 가지 계략)의 분석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오사는 도(道: 군신일체), 천(天: 천시인식), 지(地: 지리판독), 장(將: 장수덕목), 법(法:조직편제)으로 분류되고, 칠궤는 주궤유도(主孰有道: 군주의 도), 장궤유능(將孰有能: 장수의 능력), 천지궤득(天地孰得: 천시와 지리), 법령궤행(法令孰行: 국법, 군법의 준수), 병중궤강(兵衆孰強: 병력의 강함), 사졸궤련(士卒孰練: 병사의 훈련), 상벌궤명(賞罰孰明: 상벌의 공평)로 나누어진다.

이 내용을 하나씩 풀이하기는 이 지면에서 너무 내용이 많고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먼저 민심을 얻고 철저한 전략으로 전쟁에 임하면 이미 이긴 것이다>라는 것이다. 손자는 실제 전쟁의 승리 요인은 우선 궤도(詭道: 속임수의 원리)로서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강태공의 모략 전술과 연속선 상이다. 우리는 중국을 통일한 황제와 신하들이 수천 년 동안 이런 전략에 능하였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심지어 현대 미국의 외교, 군사전략가들 마저 손자의 이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면 이제 마이클 포터가 제시한 경쟁전략에서는 이와 유사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현대 기업의 생태계에서는 또 다른 패턴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자. 포터는 [경쟁전략]의 2장에서 본원적 경쟁전략으로 우선 3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1. 총체적인 원가 우위(Overall cost leadership) 2. 차별화(differentiation) 3. 집중화(focus). 그는 현대 기업은 두 가지 이상의 전략을 혼합하여 주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제품 원가를 싸게 하려면 좋은 질의 원료를 싼 가격에 사야 하고, 질 좋은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사실상 오늘날의 글로벌 시장에서 이런 전략은 인구가 많은 나라(중국, 인도 등)에만 통하지만, 한국과 같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를 가진 기업으로서는 해외 공장을 짓지 않고서는 힘들다. 수출주도형 경제로 성장한 강소국(작지만 강한 나라)이 겪는 어려움이 바로 이런 점이다. 미국에 투자하라고 강요하는 트럼프의 정책에 맞추어 할 수 없이 미국에 공장을 짓지만 한국 기업이 가진 일차적인 벽이 바로 총체적 원가 우위를 가지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미국에 짓는 한국 기업의 선택의 여지는 2와 3의 방법을 혼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짓고 중국이나 인도 혹은 유럽과 남미에 가격이 싸고 질이 좋은 제품을 수출할 수는 있다. 이것이 바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수출 다변화 전략>이다. 제품의 브랜드나 기업의 이미지가 세계 시장에서 구매력이 있는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사실 고객의 신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구성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그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경영자에 대한 믿음과 의리 혹은 충성심이다. 기업의 이익이 높은 지분율을 가진 지주 겸 경영자 개인의 자산 증가로 이어진다면 사원들의 이탈은 당연한 것이 된다.


대다수 사회조직은 독일의 사회학자 퇴니스가 구분한 것처럼 공동사회가 아니라 이익사회이다. 그러나 현대의 첨단 산업의 리더들은 과거 군주의 덕망과 그로 인한 신하나 장군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리더십 대신에 경영자가 사원 가족의 복지까지 충족시켜 주는 전략적 인적자원관리(Human Capital Strategy)를 채택한다. 구글의 인사철학(Project Aristotle)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감이 팀 성과의 핵심 요인으로 밝혀졌기에 가족 복지는 이러한 안전감을 조직 바깥까지 확장해, 직원의 불안정한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행복한 가족은 집중하는 직원을 만든다.>

예를 들어 구글은 직원이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10년간 급여의 50%를 지급하고, 애플과 메타는 출산휴가, 배우자 동반 출산휴가, 육아지원금, 가족상담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여, 결과적으로 <회사 = 안전한 생태계>라는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 마치 야생 과일나무에 신품종의 묘목을 접목을 하듯이, 이익사회란 큰 나무에 공동사회란 단 열매를 내는 가지를 접목하여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서 경쟁력 우위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소위 빅테크나 하는 이런 복지를 한국의 중소기업이 따라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어떤 사장이 사원 가족들의 생일날 작은 케이크 정도는 보낼 수 있다면 그는 이런 생태계에 한 걸음 내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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