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pinio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 Jan 29. 2024

원래 예쁜 유전자

보톡스 맞으러 갈거야

1. 옆구리에 새끼 손톱 만 한 혹이 만져진다. 벌써 10여 년 되었지?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보니 커졌다. 엄지 손가락만 해졌다. 응? 아닌가벼?가 되었다. 마침 병원 갈 일이 있어(소화기내과) 겸사겸사 물어보니 ‘연결’을 해 준단다. 

‘어디로요?’

‘성형외과요.’

‘예? 성형외과?...성형외과는 거 뭐냐 성형수술, 그러니까...’

‘하하하 이런 것 보는 곳이 성형외과예요.’

‘아~ 예...’     

그런 줄 알았다.

성형외과는 예뻐지려 가는 곳인 줄 알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다.

나에게 성형외과는 본연의 임무가 바뀌어 보였다. 병원 진료과를 잘 모르는, 오늘처럼 헛갈리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뜻이다.

     

2. 난 신체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파서 만지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만지지 않아도 될 것을 만지는 것, 코를 높인다거나 쌍커풀 수술, 턱을 깎는다, 입술 등등. 그대로 두어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 즉, ‘이뻐’ 보이게 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반응을 했다. 

좋은 눈 왜 만져가지고... 얼굴은 한국인인데 코는 서양인?

왜 저럴까?

     

3. 눈을 치켜뜰 때 이마에 주름이 잡힌다.

젊었을 때는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쭈글거리는 얼굴이 싫었다. 내가 싫은데 남들은 얼마나 안 보고 싶을까? 물론 다른 사람 의식 않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 없다.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나이 들면서 '만져야' 할 곳이 생겼다. 

그렇게 반대하던 보톡스를 맞으러 갔다. 아니 따라갔다. 

‘왠 일이야? 그렇게 싫어하더니?’

‘응, 그냥...’

그래서 맞았다.

우와~

효과 100점이다. 이마가 빵빵해진다. 처음 얼마 동안 부작용이 있었다. 이마가 내 이마가 아닌 것처럼, 웃어도 움직이지 않는 이마라니. 하지만 만족감이 더 컸다.

이제는 내가 먼저 피부과 가자고 한다. 

이러다 성형수술 하고 싶다고 할지 모르겠다. 

내 몸을 만진다면 어디일까?

눈 앞튀움 뒷틔움 할까?

입술을 도톰하게?

즉, 성형수술에 대한 거부반응이 아주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4.〈삼국지〉〈후한서〉〈북사〉〈남사〉〈양서〉 등 당대의 중국 사서가 고구려인 이야기를 쓰면서 빼먹지 않은 구절이 하나 있다. ‘고구려들은 깨끗함을 좋아한다.’(潔淸自喜 또는 潔淨自喜)는 것이다. 비단 고구려뿐이 아니다. 〈삼국지〉‘위서동이 전·한’조는 “변진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아름답고 의복이 깨끗하다.”고 했다. 〈양서〉와 〈남사〉는 “백제인들은 키가 크고 깨끗하다.”고 썼다. 중국인들은 이른바 ‘동이족’을 ‘깨끗한 사람들’로 인식했다. 오죽하면 500년 뒤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도 “옛 사서에 ‘고려인들은 모두 깨끗하다.’고 했는데, 와서 보니까 과연 깨끗하다.”고 했을까.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경향신문 2024.1.24.수 15면)

     

5. 우리 민족은 원래부터 예쁜 민족이었구나.!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었구나.

그것뿐이 아니다.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남성들이 얼굴에 하얀 분을 바르고 입술에 ‘빨간 립스틱’까지 칠했다.’ (위 출처)    

K-뷰티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되었다.

유전인자는 있는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 난감했던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