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택해야만 하는 길
《침묵의 봄》_레이첼 카슨(에코리브르, 2024)
아침마다 사과를 먹는다. 마트에서 산 것이다. 사과는 껍질에 영양분이 많아서 껍질째 먹는 게 좋고, 농약을 뿌렸을 테니 열심히 씻어야 한다. 씻기만 하면 될까? 괜찮으니까 정부에서 허락했겠지,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농약 사용을 허가하는 정부 관리들을 믿을 것이다. 그들은 합당한 지식과 공정한 판단으로 업체들에 판매 허가를 내주고, 농부들에게 사용해도 좋다고 하는 거라고. 과연 그럴까? 사실은 관련 지식이 제대로 없는데 그저 업체의 말만 듣고, 혹은 그들의 로비에 따라, 또는 자신들의 모종의 이익을 바라고 허가해 주는 경우는 없을까? 《침묵의 봄》에서 레이첼 카슨은 그런 생각이 그저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을 낱낱이 밝힌다.
《침묵의 봄》은 미국의 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1907-1964)이 1962년에 출간한 책이다. 살충제를 비롯한 각종 화학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위험에 관한 온갖 증거를 수집한 최초의 책으로, 발표되자마자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에 제동을 걸어서 당시 사용되던 여러 농약들이 사용 중지되었다. 환경 정책에 영향을 주어서 미국에서 환경 보호 법안이 제정되는 데 기여했고, 이후 환경 보호 운동의 토대가 되었다. 그리하여 역사를 바꾼 책으로 인정받는다. 그렇다면 60년도 더 지난 지금은 우리 생태계가 안전해졌을까?
이후 더 독성이 강한 농약들이 만들어져서 사용되고 있다. 농약뿐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는 많은 화학 물질들이 사용된다. 소비자들은 그것들이 안전하다는 업계의 발표와 정부의 허가를 믿을 뿐이다. 그러다 뒤통수를 맞았다. 불과 몇 년 전에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모두 인간이 실험실에서 만든 화학물질들이다.
카슨은 독성 화학물질들이 자연을 어떻게 오염시키는지 밝히면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했다. “그 어떤 생물도 이런 오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모유는 물론 태아의 조직에도”(73쪽) 그녀의 경고가 이제는 넘쳐나는 플라스틱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카슨 당시 살충제가 온 생태계에 침투하였듯이 지금 미세 플라스틱이 토양, 물,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의 몸에서 발견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은... 인간 스스로 초래한 새로운 형태의 환경오염이다.”(251쪽) “앞으로 재앙을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 확실치 않은 위협은 그저 무시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253쪽) “오늘날 세상에는 발암물질이 가득하다... 대부분의 발암물질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인간이다...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우리 환경에 등장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좀 더 편하고 손쉬운 생활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둘째 화학물질의 제조와 판매를 경제와 산업의 한 부분으로 편입하는 과정을 통해서다.”(307쪽) 화학물질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사용 허가를 내주고, 사용하는 인간들 모두의 편의주의적 발상과 탐욕과 이기심이 다 한몫해서 지구 생태계를 위험에 빠트린다는 것이다. 60년도 더 지났건만 지금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카슨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레이첼 카슨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편안한 고속도로가 아니라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 즉 생태학적 각성이 지구에서 살아갈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기회이고 그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한다. 아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서, 당장의 우리 자신뿐만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그 길로 가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역사를 바꿨다고 인정받는 책, 역사의 물줄기를 돌렸고 여전히 돌리고 있는 책, 《침묵의 봄》은 지금도 독자를 각성시킨다. 환경문제는 여전히 첨단 상황이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예나 이제나 변함없는 현실을 깨닫고 한편 좌절감도 들겠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선택’을 하겠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