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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스크림 Sep 12. 2023

05. 아이스크림 작정할 결심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만만합니까? 나는요, 완전히 붕괴되었어요.

아이스크림의 꿈을 가지고 젤라또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아이스크림 기계를 사기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두 달만의 일이었다. 무언가에 빠지면 그 일에 제법 쉽게 집중할 수 있기도 했고 주변에서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서기도 했다. 인스타그램과 브런치를 만들고 이런 저런 콘텐츠를 만들어가려 했던 차, 아이스크림 기계까지 장만을 했으니 나의 꿈을 펼치지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아이스크림 기계를 사고 난 후, 갑자기 늪에 빠지고야 말았다. ‘무작정’ 했던 것들의 결과였을까.


중고로 급하게 샀던 아이스크림 기계에는 작은 부품들이 빠져있었지만 작동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시판 아이스크림 믹스를 사서 테스트도 해보고, 배웠던 레시피들을 반복해서 만들어보기도 했다. 열심히 구글링해서 찾은 레시피들도 하나 둘씩 만드는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스크림에 대한 고민도 함께 시작되었는데, 당연하게 해야하는 것이었음에도 자신감을 잃기 시작했다.



‘음식’을 만드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던 지금까지의 나.


그동안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잘, 맛있게 먹기만 했지 만드는 것은 확실히 다른 일이었다. 그나마 젤라또 교육을 받아 아주 ‘쬐끔’ 들여다 볼 수 있을 뿐, 아이스크림에 대해 통달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심지어 아주 짧은 시간동안 배웠으니 말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 먹는 것과 실제 실행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었다. 생각과 실현 사이의 차이들이 많다는 것은 이제껏 살아온 경험 상의 데이터들로 추측은 할 수 있었지만,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그것이 더 곱절로 느껴져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음식을 만드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카페 공간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공간 기획과 운영적 측면에서의 일이었지 바리스타는 아니었다. 어떤 맛과 어떤 맛을 함께 조합하면 좋을 지, 어떤 식재료가 어떤 향과 맛을 내는 지와 같은 것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현재 아이스크림이나 젤라또 샵을 운영하는 많은 분들이 ‘진심’을 다해 한 스쿱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낸다. 그 분들 중에는 셰프거나 디저트를 전공했거나 해외의 젤라또 교육과정을 이수한 분들도 많다. 그에 비하면 나는 ‘갑작스럽게’ 달달한 디저트인 아이스크림을 하겠다고 뛰어들었으니, 재료들을 다루는 방법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어떤 맛을 어떻게 내야 할 지, 내가 원하는 텍스쳐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막막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스크림 기계를 앞에 두고 길을 잃었다. 


자신없는 아이스크림을 내어주면서도 당당한 (척) 자세를 보였던 지난 날.. ㅠㅠ


‘빨리 해야한다’는 조급함.


아이스크림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당장 아이스크림 샵을 차려서 오픈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본래의 일을 해가면서 아이스크림은 조금씩 해보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이스크림을 하겠다고 주변에도, 그리고 인스타그램에도 나름대로 ‘선언’하고 나니 정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게 잘 작용하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지만, 그걸 넘어서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판매가 가능한 아아스크림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판매가 가능한 아이스크림이라는 건 어딜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맛이어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나는 집에서 종종 김치볶음밥을 만들어먹는다. 간단하면서 맛있고, 자신 있는 요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의 김치볶음밥을 먹어본 사람들은 맛있다고 이야기 해주고 나도 맛있다고 생각하는 바이지만. 이걸 다른 사람한테 판매를 해야한다? 거기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누가 팔아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ㅋㅋㅋㅋㅋ) 계속 좋은 퀄리티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야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아직 이론을 모르니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거라 판단해, 나름대로 열심히 이론 공부도 했다. 한국어로는 제대로 된 자료가 있지 않아 열심히 구글링을 하고 번역기를 돌리고 단어를 찾아가면서 공부했다. 영어를 미리 열심히 해둘걸, 스스로를 탓하면서 그렇게 아이스크림 기계는 열지 않고 영단어만 보는 날들이 늘어갔다. 열심히 공부를 하다보면 자신감이 붙을거란 생각과 함께.

아이스크림의 구조는 이렇게 생겼다. (출처:Dream Scoops)

하지만 공부를 한다고 아이스크림이 쉬워질리가 없다. 내 기준 상, 아이스크림은 지구에서 가장 과학적인 먹거리다. 고체이면서 액체이고 기체인 음식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걸까?! 원리를 알아가고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공부해나가면서 그렇게 아이스크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더 힘들어지고… 



마침내, 작정할 결심.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아이스크림을 공부해가면서, 만들고 실패해가면서, 어려워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시식을 권하고 맛있다는 소리를 들어도 자신이 없어하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건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 실패를 할 수 있고, 그런 실패를 하는 것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빨리 해야한다는 조급함 속에서, 내가 갈피를 잃고 만들어낸 실패들은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우디스크림 인스타그램도, 브런치에도 찾아오지 못했다. 아이스크림보다도 내 스스로가 민망했으니까.


그래서 ‘작정’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무턱대고 도전한다고 해서 될 일이라면, 우주 정복도 도전해야겠지.  지금까지는 무작정 달렸으니 이제는 작정을 하고 달려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 아이스크림

나의 현 상황 - 난 셰프도 아니고, 디저트 전공자도 아니고 요리에 대단히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 나는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획자다. 기획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해야하는 것 - 아이스크림 콘텐츠 기획을 하자.


그렇다. 아이스크림 콘텐츠를 만들 결심을 했다.

우디스크림 초반부터 아이스크림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지만 명확한 것을 떠올리지는 못했다. 아이스크림 이전에, 내가 잘 알고 관심 있어하면서 좋아했던 것들로 나를 회귀시켰다. 강산이 2번 변하는 시간보다도 더 오랫동안 좋아했던 케이팝과 지금 핫한 건 무조건 나도 해봐야하는 트렌드를 쫓는 마음. 그것들을 아이스크림과 접목시켜보면 어떨까. 그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나니, 아이스크림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자 아이디어들이 마구 떠올랐다.


그러니까 이제 아이스크림 콘텐츠를 만들어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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