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버스 타고 가자!"
소나기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갑자기 해가 쨍해졌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갑자기 사진이 찍고 싶어졌다.
'급'을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는 나름의 일탈이자 두근거림이었다.
일회용 카메라와 시원한 탄산수 한 병을 챙겨 버스를 탔다.
도봉산역에서 내려 서울창포원으로 슬슬 걸어갔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습한 날씨와 따가운 태양을 온몸으로 맞으며 셔터를 마구잡이로 갈겨댔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 주변을 둘러봤다. 3년 전 그날과 마찬가지로 내 또래 청년들은 보이지 않았다.
'낮에 만난 사람들'을 구상하게 되었던 그날이다.
평화문화진지에 전시를 보러 갔는데, 일찍 도착한 탓에 서울창포원 산책을 하게 되었다.
문득, '나처럼 회사 밖 청년들은 이 시간에 뭐 하고 있으려나? 다들 뭐 먹고사나?'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나에게 많은 의문과 감정을 던져줬던 날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난 여전히 불안정하고 고민이 많다.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평상에 앉았다. 통잔 잔고가 부족해서 소액신용결제로 넘어갔다. 어차피 내야 할 돈이지만 공짜로 얻어먹은 것 같아 괜히 낄낄거려 본다.
그래서 그런가, 아이스크림이 너무 달고 시원했다. 아이스크림이 이렇게까지 맛있을 일인가!
평상에 누워 바람을 맞으니 7킬로는 빠진 것처럼 온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평일 대낮에 팔랑팔랑 철없는 낭만을 즐겨본다.
돈도 없는 백수 주제에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