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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시리 Aug 13. 2022

네 발 자전거

유년 기억 가운데 #1

  초등학교에 이제 막 입학했을 때였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온종일 밖에서 놀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초등학교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있어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 역시 오전이든 오후이든 이제는 하루의 절반뿐이었다.

  오후반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 앞에 들어서는데 같은 아파트 1층에 사는 훈종이란 녀석이 내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뒷바퀴에 붙어 있던 보조 바퀴를 꺾어 올리고 마치 두 발 자전거처럼 타고 있어서 처음엔 몰랐지만 내 자전거가 분명했다.


  ‘우주 손오공’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것이 꼭 내 자전거가 분명했다. 당시에 나는 두 발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그래서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탔다. 노란 프레임에 노란 플라스틱 바퀴가 달린 자전거였다. 보조 바퀴는 별다른 고무나 튜브도 없어 탈 때마다 엄청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주위에 조금 빠른 녀석들은 하나둘 두 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어떤 애들은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 형들이나 탈 것 같은 커다란 자전거를 안장 높이를 끝까지 낮춰서 타는 애들도 있었다. 그 모습이 꽤 멋있어 보였지만, 그래도 난 내 네 발 자전거 타는 일이 좋았다.


  1층에 사는 훈종이는 나와 같은 나이에 키는 작지만 조금 무서운 친구였다. 언젠가는 나를 꼬드겨 내 돼지 저금통을 같이 뜯다가 어머니께 들켜서 혼나기도 했었고, 유난히 까만 얼굴에 옷에 코를 많이 묻히고 다니는 그 아이가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교에서 같은 반이었던 적도 없었고 친구라고 할 만한 아이는 아니었다. 그런 훈종이에게 먼저 다가가 왜 내 자전거를 타느냐고 따지듯 묻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주황색 고무 타이어에 노란색 바퀴가 달린 자전거였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물었다.


  “너 왜 내 자전거를 타고 있냐?”


  이 말을 하기까지 나로서는 꽤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용기 냈던 것인데 그 녀석의 답은 빠르고 간명했다.


  “너네 엄마가 버리는 거랬어.”


  평소 그 아이의 행실이 있어 얘가 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럴 리가 있나. 어머니께서 왜? 내가 얼마나 아끼는 자전거인데. 훈종이에게 더 따져 물을 엄두는 못 하고 어머니께 향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면 그건 어머니께 그러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다.

  어머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계셨다. 마침 베란다에서는 훈종이 녀석이 내 자전거를 타고 노는 모습이 잘 보일 터였다. 바깥을 가리키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내 자전거가 작아서 이제 더 못 탄다고 하셨다. 난 내 자전거가 제일 예쁘고 좋았는데, 이제 내 키에 비해서 작은 자전거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체인 같은 것 없이 앞바퀴에 고정된 페달에 발 여기저기 까지거나 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게 정들었던 자전거와 이별하는 일이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대신에 자전거를 새로 사주시겠다고 했다. 그것도 두 발 자전거로. 하지만 난 두 발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데 내가 보조 바퀴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겁이 났다. 새 자전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만 정든 내 자전거와 이렇게 해어지는 것이 너무 아쉽고 슬펐고, 갑자기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걱정되고 무서웠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여전히  자전거는 필요 없고   노란 자전거여야 했다. 그러면서도  자전거를 계속 타기엔  키가 훌쩍 커버렸음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어머니 성화에 중간에  번인가 다른 친구들의   자전거 위에 올라보기도 했지만 더는 자전거를 타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줄곧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이제는 오전반, 오후반이 아니고서도 하루 중에 밖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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