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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17. 2022

드디어 코로나!!

증상 발현 3일 차. 확진!

오전 8:05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Web발신]
※ 격리 대상자: 확진자 《000》

1. 귀하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positive(+))으로 확진되어 감염병예방법 제41조 및 제43조 등에 따라 격리됨을 통지합니다.
... 이하 생략


확진이다.

부랴부랴 학교 교무, 교감, 보건 샘께 연락을 드렸다. 학년 방에도 알리고.. 수능 코앞이라 모두가 바쁠 때인데 죄송스럽지만 이런 건 빨리 알려야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수능을 앞두고 온라인 수업 기간이라 컨디션이 허락한다면 수업은 그대로 해도 될 것 같았다. 시험기간을 앞두고 수업을 못하면 나중에 몸도 마음도 고달파지니 온라인 수업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반면 다른 샘들은 쉬어야 하는데 온라인 기간이라 수업도 해야 해서 힘들겠다고, 필요하면 교환이나 보강해주겠다며 걱정을 해 주셨다. 일단 할 수 있는데 까지 수업은 해보는 걸로!


온라인 수업. 아이들에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솔직해지기로 했다.


"여러분, 선생님이 코로나에 걸렸어요. 목소리가 좀 거칠 수 있고, 기침을 하거나 해서 갑자기 마이크 끌 수도 있으니 놀라지 마세요. 혹시 안 들린 부분이 있으면 질문하시고요. 건강 관리 잘하셔서 저처럼 아픈 일 없으시길~"


첫 수업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두 번째 수업부터인가 콧물이 비 내리듯 흘러내리고, 기침도 심해졌다. 수업 중 마이크 끄고 기침하고 코 닦고, 아이들에게 사과하기 무한 반복^^; 타이레놀의 한계인 듯.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초반 지침과 달라진 것이 요즘은 코로나 확진자도 대면 진료를 받고 약을 타러 가도 된다. 보건소에서 pcr 검사할 때 주변 진료 가능한 병원 목록을 주셨다. 단 병원에서 일반 환자들을 받으니 사전에 전화해서 예약하고 가야 한다.


공강 시간, 조퇴 신청을 하고 병원에 전화 예약을 하고.. 쿨쩍 거리며 남은 수업을 마친 후 병원에 갔다. 격리기간 중 정당하게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유일한 사유로 외출.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파트며 병원이며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했다. '방콕 하느라 운동부족인데 잘 됐지 뭐' 하는 생각으로~


사실 확진자라면 멀찍이서 증상 물어보고 처방만 해줄 줄 알았다. 웬걸? 한쪽에 마련된 진찰실에서 의사 선생님이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등에 청진까지 해주셨다.


"제일 힘든 게 뭐예요?"

" 가만있어도 콧물이 줄줄 흘러요. 기침도 좀 하고"

"가래는?"

"아직이요"

"열은 어때요?"

"토요일 저녁부터 근육통 있고 열감도 있어서 아침까지 타이레놀 하나씩 매 끼 먹었어요. 37.5~38.5-6 왔다 갔다 해요."

"약 5일 치 처방해 드릴게요."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니 코로나 확진자는 처방전에 뭔가 코드가 적혀있나 보다. 약사님이 처방전을 받자마자 밖에서 대기해달라고 안내를 한다. 잠시 후 약을 포장해 오셔서는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열이 심하지 않으니 필요할 때만 먹으라고 타이레놀은 따로 포장 요청해 주신 의사  선생님 센스쟁이!


콧물이 좀 멈추길 기대하며 저녁 먹고 얼른 약을 챙겨 먹었다. 잠시 폰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평화롭게 뒹굴거리다 문득, 같이 살고 있는 엄마가 궁금해할 것 같았다. 물론 종일 전화와 톡, 문앞 대화로 소통하긴 했지만. 아마 딸 얼굴이 보고 싶지 않을까? 대뜸 카톡 영상통화를 눌렀다.

"엄마, 안녕~"

"딸! 괜찮아?"

"응, 약 먹었더니 콧물이 좀 그친 거 같아요."

"목소리는 많이 안 좋은데?"

"내일까지만 수업하면 되니까, 약 먹고 쉬면 나아지겠죠. 엄만 어디 아픈데 없으시고?"

"응 지난주에 나갔다 와서 힘들었지. 멀쩡해."

"그 토요일에 같이 계셨다던 분은 알려드렸나?"

"아니, 내가 멀쩡하니까. 그이 여기저기 많이 다닌다 했는데 말해줘야 하나?"

"혹시 모르니 상황 설명하고 혹 아프시면 검사받으시라 해요. 내가 증상 나오기 전에 계속 엄마랑 같이 생활했는데 하필 토요일에 함께 계셨으니까."

"그래, 알겠어."

"엄마도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약 먼저 드시고"

"응, 응."

"낼은 보건소 가서 pcr 받아보시고요"

"꼭 해야하나?"

"동거인 확진 3일 이내, 6-7일에 한 번 받는 게 좋데요."

"그래"

"그럼 쉬세요~"

"잘 자~"

디지털그림은 익숙치 않아 사실적 인물묘사가 힘듦. 40,70대가 갓난쟁이와 잚은 엄마가 되어버렸다^^;

전날은 나도 불안감에 생각을 못했는데, 엄마가 얼굴 보고 반가워하시는 걸 보니 진작 영상 통화를 할 걸 그랬다. 이제 저녁에 한 번은 얼굴 보여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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