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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sh 직장인 Jul 20. 2024

‘문화 상대주의’ 논박

진짜 존중이 우선시일까?


 ‘문화 상대주의’는 20세기 초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가 분석 도구(analytic tool)로서 정립된 개념1)이고, “인류 문화는 일원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독자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문화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보는 태도나 관점”2)이다.


 문화 상대주의자들은 경험적, 개념적, 규범적 고려 사항의 조합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한다. 그리고 그들은 문화와 역사적 시대에 따라 규범, 가치, 신념의 정도에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는 경험적 관찰을 기반으로 한다.3) 실제로 헤로도투스 시대 이후 관찰자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개념은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에 익숙”4)했고 지금까지도 이러한 사조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윤리적 관념은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5)에 불과한 단순하고 순진한 생각이다. 문화 상대주의는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없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경험적 근거가 부실하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과 코로나19 사태에서 문화 상대주의가 받아들여졌다면 큰 문제점이 발생했을 것이다. 본 글에서는 다섯 가지 입장을 통해 문화 상대주의가 지속할 수 없는 논리임을 밝히려 한다.


1. 논리적인 오류가 발생한다.


“옳음에 대한 관념은 관습적이라서 관습을 벗어나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독립적인 기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진위를 판단 받지도 않는다. 관습적인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옳다.” - 윌리엄 그래험 숨너

 숨너의 말처럼 문화 상대주의자들은 문화와 역사적 시대에 따라 규범, 가치, 신념의 정도에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는 경험적 관찰에서 비롯된 의견을 합치하려는 시도들은 ―설명적 상대주의 때문에― 실패되었으며 서로 다른 세계관을 판단하는 보편적인 기준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인간의 행동과 사고에는 문화적, 사회적 맥락이 각인되어 있기에 생물학만으로는 가장 중요한 특징, 특히 문화가 다른 특징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방법론적 가정을 주장한다.6)

 이러한 논거는 문화 상대주의의 핵심적인 모순점을 보여준다. 만약 문화적 상대주의가 사실이라면 옳고 그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모든 문화는 동등하고, 타당하기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문화는 없게 된다. 즉 어떤 국가의 노예제를 시행과 아동 성매매 합법화를 비난할 수도 없게 된다. 왜냐하면 문화적 관습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문화 상대주의는 ‘상대주의’에 기반하는 논리이기에 객관적인 진리가 아니라 문화마다 다른 상대적인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문화 상대주의는 다른 견해보다 보편적으로 진리이거나 진보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기에 논리적인 오류가 발생한다.


2. 문화 상대주의의 도덕적·경험적 근거 오류


 문화적 상대주의의 주요 도덕적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항상 적용되는 객관적인 도덕적 가치나 원칙이 없다는 견해가 윤리적 상대주의로 이어진다는 점”7)이다. 윤리적 상대주의는 자신의 문화나 사회에 부합하는 관습들은 무조건적인 허용을 의미한다. 이 말인즉슨 여성 할례, 아동 성매매, 명예 살인, 인신매매, 식인 풍습, 대량 학살 등 다른 문화권에서 비도덕적인 행동이나 관행을 비난하거나 비판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문화 상대주의는 도덕적 진보나 개혁의 가능성을 말할 수 없다.

 현대 사회는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죽지 않고, 특정 유색인종이라 해서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똑같이 투표할 권리를 가진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변화를 진보―혹은 도덕적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과거 사회보다 현대 사회가 더 좋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 상대주의에 따르면 상대주의에 기초해 ‘어떠한 기준’에 의해 무언가를 말할 수 없게 된다.

 “모든 사회에는 사회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적인 도덕률들이 있어야만”8) 한다. 인권, 법, 정의, 평등, 자유 등과 같이 우리 문화나 사회에서 도덕적이거나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이상이 이러한 도덕률의 예시이다.

 하지만, 문화 상대주의를 따르게 된다면 우리 문화나 사회에서 도덕률 즉 도덕적이거나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이상을 옹호하거나 장려할 수 없게 만든다. 문화 상대주의는 도덕적 판단이나 도덕적 행위의 근거를 말할 수 없게 만드는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문화 상대주의의 경험적 근거에 따른 문제점은 문화를 '명확한 경계와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정적인 실체'라고 생각하고, 문화와 역사적 시대에 따라 규범, 가치, 신념의 정도에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는 경험적 관찰을 주장한다.

 경험적 근거란 “관찰이나 경험에 근거한 근거로,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검증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근거”9)를 의미한다. 경험적 증거에 따르면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상호 작용하는 이질적이고 역동적인 현상이다. 문화는 고정된 본질이나 특성을 가진 단일하거나 고정된 단위가 아니라, 문화 안팎에서 다양한 영향과 변형을 일으키는 복잡하고 다양한 시스템이다.

 일부 인류학자와 생물학자들은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경험적 근거에 반대와 그 범위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그들은 “친족 관계, 죽음과 죽음으로 생겨나는 애도 의식, 출산, 공감의 경험, 동정심과 두려움의 표현, 그리고 이를 유발하는 생물학적 욕구 등은 인류학자들이 보고한 다양성을 뒷받침하는 인간 경험의 지속적인 요소 중 일부”10)라고 말했다.

 따라서 문화 상대주의를 따르게 된다면 인간 문화와 경험의 현실과 다양성을 포착할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3. 코로나 19 사례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화된 세계에서 문화 상대주의의 한계와 위험성을 보여줬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엄격한 봉쇄 여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유무, 느슨한 규제와 정체된 백신 접종까지 각 국가의 문화마다 코로나19 발생에 대한 대응과 전략이 다 다른 것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나라가 ‘엄격한 봉쇄, 마스크 착용을 필수화, 백신 접종 필수화’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코로나 19를 잠재울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엄격한 봉쇄, 마스크 착용을 필수화, 백신 접종 필수화’의 세 가지 대응과 전략은 한국에서 잘 보여줬다. 한국의 이러한 대응과 전략은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타 국가들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타 국가들도 한국―한국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었던 타국을 모두 포함해서―의 대응과 전략을 자신들의 국가에 적용시켜서 코로나19를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일 코로나 19 팬데믹이 문화 상대주의를 허용했다면, 이러한 전략이나 대응을 건강이나 안전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거나 비교할 수도 없었다. 이 말인즉슨 팬데믹 초창기 각 국가의 문화마다 엄격한 봉쇄 여부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유무부터 느슨한 규제와 정체된 백신 접종까지 코로나 19 발생에 대한 대응과 전략이 다 다른 것을 보여줬다.

 코로나 19 팬데믹 초창기 대처를 보면 각 국가의 문화에 따라 대응과 전략이 다르다. 만약 우리가 문화 상대주의를 허용했다면, 각국의 대응과 전략 방식을 존중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했을 것이다.



마치며


 문화 상대주의가 우리에게 그럴듯한 이론으로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는 관습들과 태도들이 실제로는 “단지 문화적 산물이라는 참된 식견에 기초하고”11)있었다. 그렇지만 “오만함을 피하고 열린 마음을 지니고 싶다면”12) 문화 상대주의는 중요한 사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화 상대주의는 ‘객관적인 기준을 말할 수 없다는 논리적 오류’를 소지하고, 객관적 기준의 미비로 인한 ‘도덕적 진보와 개혁이 불가하고, 인간 문화와 경험의 현실과 다양성을 포착 불가’를 말하고, 마지막으로는 ‘사회적 통제나 조작의 도구로 사용 가능과 ’코로나 19 팬데믹‘의 대응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이론이다.

 앞서 말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서 말면, “문화 상대주의를 허무주의의 선구자이자 ‘무엇이든 다 된다’는 극단적 관용주의”13)적인 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문화 상대주의가 아니더라도 타국의 기본적인 사상들을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작가의 말

 문화 상대주의는 상당히 매력적인 이론이며, 나 역시 공감이 되는 부분들은 있다. 허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동 성매매 합법화, 살인등과 같은 부분을 그저 그 나라의 문화니까 허용해 줘야하는가? 진짜 존중이 우선시 일까?


 필수적인 도덕률은 존재한다. 때에 따라서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제일 뿐이지.




참고 문헌


1) Nicki Lisa Cole, Ph.D. (2019). “Definition of Cultural Relativism in Sociology”. ThoughtCo. https://www.thoughtco.com/cultural-relativism-definition-3026122 참조

2) “문화 상대주의”. (n.d.). 네이버 어학사전
. https://ko.dict.naver.com/#/entry/koko/4cc06d03e6ad45aca9954e3f164c53de

3) ”Relativism”. (2020).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https://plato.stanford.edu/entries/relativism/#CulRel 참조

4) 제임스 레이첼즈. (2006). <도덕 철학의 기초>(노혜련, 김기덕 역). 나눔의 집. (원본 출판 2006년). p. 61

5) 제임스 레이첼즈. (2006). 앞의 자료. pp. 66~67

6) ”Relativism”. (2020). 앞의 자료

7) Khan Academy - ‘cultural-relativism’ -https://www.khanacademy.org/test-prep/mcat/society-and-culture/culture/a/cultural-relativism-article

8) 제임스 레이첼즈. (2006). 앞의 자료. p. 74

9) Wei Li, Nianbo Dong, Rebecca Maynarad, Jessaca Spybrook, Ben Kelcey. (2022). Experimental Design and Statistical Power for Cluster Randomized Cost-Effectiveness Trials. Journal of Research on Educational Effectiveness 0:0, p. 1

10)”Relativism”. (2020). 앞의 자료

11) 제임스 레이첼즈. (2006). 앞의 자료. p. 82

12) 제임스 레이첼즈. (2006). 앞의 자료. p. 82

13)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취임 이후 첫 강론(2005년 4월 18일)에서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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