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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May 14. 2023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완벽하지 않으니까

이런 모습을 사랑할리

없다고 생각했다.


늘 부끄럽기만 했었다.


그런데 사진첩을 돌아보니

보고 싶지 않은 살찌고 초라한 모습 곁에

한결같이 웃고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다.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인지.

어떤 모습이든 사랑받는 삶이었다.

사랑하고 인정하고 포용하면 되는 것을

조롱받을까, 인정받지 못할까 무서워했다.


멀리서 보면 참 평화롭고 사랑이 가득한 삶이거늘.

이런데도 태어나지 않을 걸,라고 생각했다니.


정말 태어나지 않을 걸 그랬나?

이렇게 많은 웃음과

이렇게 많이 잡은 손과

이렇게 사랑하는 것들을

지구에 모두 내버려 두고서


정말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나?


이제보니 모든 걸 다 가지고도 더 가지고 싶어서 욕심에 눈이 먼 사람의 아둔함이었구나.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하거늘.


나는 언제나 욕심만 부렸구나.

어린 시절에 머무른 채 모른 채 했구나.


태어나서 참 다행이다.

죽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힘들고 고통스럽고 쓰러질지라도

잡은 손들이 웃었던 지난날이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버텨낼 수 있을 거야.


잘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


이제 좀 자랑스러워해도 괜찮지 않을까?

나로 태어난 것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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