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줄거리
금천서 강력반 마석도 전일만은 베트남에서 자수한 용의자 인도를 위해 베트남으로 출장을 간다. 자수한 용의자는 현지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납치 살인을 저지르는 강해상을 피해 자수한 것이었고 그것을 알게된 마석도 전일만은 강해상의 범죄현장에 출동했지만, 이미 강해상은 도주한 후였다. 그곳에서 매장된 시체 4구를 발견하게 되어 강해상의 잔혹함을 느낀 마석도는 베트남에서 강해상을 검거하려 한다. 한편, 강해상이 납치한 최용기의 아버지 대부업체회장 최춘 백은 자신이 고용한 조폭들을 보내 강해상을 죽이려 한다. 강해상과 그의 부하는 조폭들을 해치우고 최춘백에게 자신이 한국으로 와서 최춘백을 죽이겠다고 통보한다. 한발 늦게 강해상의 집에 도착한 마석도는 조폭들의 시체들을 발견함과 동시에 강해상과 그의 부하를 맞닥뜨리게 된다. 강해상의 부하는 체포하지만 전일만 반장은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함께 베트남 국군병원으로 옮겨지게 되는데 강해상의 부하를 꾀어내어 강해상이 한국으로 향한 것을 알게 된다. 강해상은 한국으로 밀항하여 도착하고 최춘백은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최춘백은 조선족을 이용해 강해상을 처치하려 하지만 강해상은 한 발 앞서 장 씨 형제들과 함께 조선족을 죽이고 최춘백을 납치한다. 최춘백의 아내는 금천서 강력반으로 찾아와 남편을 구해줄 것을 부탁하고, 마석도 일행은 전편에 등장했던 장이수를 섭외해 강해상 일당을 잡을 계획을 세운다. 장이수를 운전수로 변장시켜 최춘백의 아내와 함께 이동시키고 그동안 최춘백을 구출할 계획을 세워 최춘백을 구출하기에 성공하고 장 씨 형제까지 추격전 끝에 검거한다. 하지만 눈치 빠른 강해상은 추격전 도중 돈을 가지고 도망간 장이수를 쫓아 돈을 빼앗아 밀항하려 한다. 마석도는 도주로를 차단하여 강해상이 타고 도주 중이던 버스 안에서 난투극을 끝으로 검거에 성공하여 극은 마무리된다.
이유가 어딨어? 나쁜 놈은 그냥 잡는 거야!
<마동석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범죄도시> 시리즈는 총 8편으로 제작될 예정이고 2020년에 개봉 예정이었던 <범죄도시2>는 코로나로 인해 2년 늦은 2022년에 개봉하게 된다. 범죄도시의 간단한 스토리텔링과 마동석의 시원시원한 액션으로 가볍게 보기에 좋고 어느 누가 봐도 재밌게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매우 자극적인 설정과 잔인한 성격의 강해상을 15세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게 특이점이다. 강해상은 베트남에서 돈을 받고 납치한 사람을 한 명도 살려 보낸 적이 없다. 모두 죽이고 매장하였고, 조폭들조차 그를 말릴 수 없다. 도주 중에는 홧김에 의경 둘을 백주대낮에 찌르는 극악무도한 성격을 보인다. 하지만 15세 영화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남녀노소 호불호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인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미용실에서 스몰 토크하기를 좋아한다. 이번에는 미용사에게 <범죄도시2>를 보았냐고 질문을 받았다. 나는 이번 영화가 어땠냐고 질문을 했다. 그는 너무 잔인해서 눈을 가리느라 바빴다고 했다.(같은 관람비를 내고 반밖에 못 봐서 어쩌냐 했다.) 영화가 정말 잔인했던 것일까, 그의 상상력이 그를 괴롭혔던 것일까?
<범죄도시1>에서부터 내가 극찬한 부분은 우리의 상상력을 이용한 연출이다. 우리가 <범죄도시1>에서 룸살롱에서 장첸 일당이 지배인 팔을 자르는 부분을 떠올려보자. 장첸은 마담을 안고 노래를 부르고, 그 뒤에서 도끼를 휘두른다. 다음 장면에서 피가 낭자한 룸 안을 보여준다. 우리는 도끼로 팔을 잘라 방안이 피칠갑이 되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우리의 뇌가 장첸일당이 도끼로 팔을 자르는 장면을 그려낸 것이지 감독은 팔을 자르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런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를 떠올리게 한다.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중이던 <죠스>에서 상어 로봇을 자랑하기 위해 '조지 루카스'를 비롯해 현재 최고의 감독들이라 불리는 감독들을 불렀다. 그들은 상어 입안에 들어가 보고 신나게 놀았다. 그것이 원인인지 상어 로봇은 지상에서는 작동하지만 바다에서는 작동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한 달간 촬영이 지연되기까지 했다. 시간에 쫓겨 찍어서 일까? 첫 번째 내부 상영회에서는 형편없는 영화가 상영되었다. 결국 재편집을 하였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시점 쇼트를 활용한 상어 없는 상어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제작 후, 시사회에서 스필버그는 관객들이 무서워 영화도 보지도 못하고 숨어있었다고 한다. 한 관객이 일어나 나가는 것을 보고 영화가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관객은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고 다시 돌아와 영화를 이어 관람하였다. 다시 돌아와 <죠스>를 보자 그제야 안심했다고 한다. 우리는 단순히 <죠스>를 상어가 사람들을 뜯어먹는 잔인한 영화라 생각하지만 <죠스>에서 상어의 전체 모습은 80여분이 지나야 나타난다. 시점 쇼트와 음악을 활용하여 그 관객은 정보를 통해 상어가 인간을 뜯어먹는 것을 상상하게 되었고 너무 잔인하여 구토까지 하게 되었다. 우리는 하나 더 이런 영화를 알고 있다. 히치콕의 <사이코>이다. 사이코에서 유명한 여자 주인공 샤워신을 떠올려보자. 사이코에서 우리는 칼로 난도질하여 여자를 죽이는 장면이라 기억하지만 다시 한번 천천히 떠올려보자. 여자가 샤워를 하다가 비명을 지르며 옆을 보고 괴한은 칼을 상하로 움직이고 여자는 쓰러지고 잠시 후 피바다가 된 바닥을 보여준다.(사실 상하로 움직인다기보다는 허우적거린다는 표현이 더 맞다.) 우리의 뇌는 이 장면을 섞어 칼로 난도질하는 잔인한 장면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다시 범죄도시로 돌아가 보자. 최춘백의 손가락을 자르는 동영상으로 협박하는 장면을 보면
손가락을 자르기 직전까지 앵글은 손을 비추지만 자르는 순간 고통스러워하는 최춘백의 얼굴을 비춘다. 이 장면에서 “그렇지!”라고 나도 모르게 말했다.
이번 <범죄도시2>는 전편과 달리 15세 상영 가이다. 소재는 잔인하지만 우리에게 충분히 상상하게끔 연출하여 19세 이용가 못지않게 리얼하게 만들었다.
지긋지긋한 신파
‘코시국’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3년이나 앓았다. 현대시대 지금 당장 나의 삶이 힘든데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보며 위로해줄 여력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과거 1000만 영화 명단을 보면 소위 ‘신파’라고 불리는 작품들로 되어있다. 초반에 극한의 밝은 분위기와 유머를 바탕으로 한다. 어느 정도의 인물 간의 갈등을 소개하고 어떠한 위기에 빠져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다가 오해로 인한 오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가 죽는 그런 영화. 모두 지금 하나씩은 생각 날 것이다. 오랜 시간 한국영화는 그런 영화들이 1000만을 찍었다.
하지만 1000만 영화 중 하나인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 관람평을 보면 대부분 “‘신파’가 없어 좋았다.”이다. 우리는 억지 눈물에 지쳐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힘든 날을 보내다, 시간을 내서 영화관을 찾는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것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렇기에 편하게 웃으면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범죄도시2>가 우리 모두를 만족시킨 것이다. 정말 나쁜 놈을 속 시원하게 패주는 그런 영화.(과거 경찰 영화였으면 총을 겨누지만 총을 쏘지 못하는 혹은 범죄자 인권을 지켜야 해서 대치하다가 동료가 죽는 ‘고구마’ 같은 영화였을 것이다.) <범죄도시>는 정확한 니즈를 관통했다.
심지어 주조연들이 죽지 않는다. <범죄도시1>에서 가게 주인과 왕오가 장첸에게 죽임을 당해 마동석이 각성하여 장첸을 혼내주는 게 과거 유행한 스토리라인이지만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는 그런 장면 일체 없이 속 시원하게 진행된다. <범죄도시2>에서 또한 ‘오동균 형사’가 칼에 맞지만 죽지 않는다. 어떠한 불쾌한 감정 소모를 만들지 않는 것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장점이고, 1000만을 돌파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마동석 유니버스 아니 마동석 자기 복제 그리고 한계
<이웃사람>,<성난황소>,<범죄도시>,<시동>,<악인전>,<나쁜녀석들>,<챔피언>,<동네사람들>등 마동석의 이미지는 <범죄와의전쟁>을 제외하고(심지어 <범죄와의전쟁>,<신과함께>조차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는 강력한, 정의, 어리숙함. 그의 ‘이미지 소모’가 우려된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계속됨으로써 우리는 뻔한 스토리 라인과 뻔한 캐릭터 마동석이 마지막 강한 한방으로 적을 무찌르는 그런 이야기를 8편이나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앞으로 8편이면 앞으로 2년 한편씩 찍는다고 하면 마동석 나이가 60이 넘어가게 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톰 크루즈’는 아직까지 액션 영화를 찍는다!” 이번에 개봉한 <탑건: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 나이가 한국 나이로 61살이다. 맞는 말이다. 그는 60이 넘은 나이에도 액션을 찍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역도 없이 본인이 액션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액션에서는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그와 같은 오토바이 액션을, 자동차 액션을, 비행기 액션을 보여 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마동석의 장기는 그런 추격전이 아닌 통쾌한 타격감을 바탕으로한 격투 액션이다.
추격 액션을 보여주지 않고 찍은 영화들이 있기는 하다. <존 윅>,<테이큰>이다.(나이와 액션 모두를 고려, 대중적인 작품을 예로 들겠다.)
‘키아누 리브스’와 ‘니암 리슨’ 모두 적은 나이가 아닌 나이에 액션 영화를 찍었다. 그것도 시리즈 물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양권으로, 총기 액션이 가능하다. 나이로 인해 신체능력이 떨어졌을 때, 총기 액션으로 어느 정도의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총기 사용이 불법이다.
<존 윅3>,<테이큰3>에서 그들이 총기 액션 이외에 액션 연기할 때 모습을 생각해 보자. 그들의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손을 이용한 액션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지만 몸을 날린다거나 그럴 때마다 ‘어르신’ 소리가 절로 난다.) 순수 자기 피지컬로 모든 액션을 소화해내야하는 마동석이 나이가 무색한 액션을 보여 줄 수 있을까? 지금의 ‘폼’으로 앞으로 10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아니,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범죄도시> 시리즈와 마동석이 할리우드 액션에 절대 밀리지 않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훌륭한 영화로서
8부작이라는 마라톤을 끝까지 완주하길 바란다.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박하는 주장들, 무조건 당신 말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