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pha May 17. 2022

Call my nickname

슬기로운 쿠팡페이 개발 생활

닉네임이 어떻게 되세요?

입사 당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이런 말 들이다. 

닉네임이 어떻게 되세요?
닉네임 정하셔야 해요.
가급적이면 중복되지 않게 정하시는 게 좋아요.


중복이 많으면 안 돼서 사내 시스템도 검색을 해보고, 먼가 멋지고 그럴싸한 닉네임이 없을까 구글링도 해보았다. 닉네임 정하기가 참 어려웠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개발자들에게 이름 짓기란 참 어렵다. 변수명, 함수명, 클래스명 모든 게 이름인데, 이게 마치 글 쓰듯이 읽혀야 하고 의미가 맞아야 하고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딩할 때는 항상 있는 일이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마다의 닉네임엔 의미가 있었다. 좋아했던 게임 캐릭터 이름, 자신이 되고 싶었던 꿈에 관한 것도 있었고, 멋진 영어 이름, 영화 주인공, 두 개 단어의 앞글자로 이루어진 닉네임 등 의미는 무궁무진하다. 닉네임 중에 OO요라고 끝나는 닉네임이 많아서 물어봤더니 OO요정이라는 거다. ㅡ_ㅡ;; 

도대체 닉네임이 뭐길래 이리 야단인 건가!


실제, 쿠팡에 어떤 닉네임들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추천한다. :)

https://news.coupang.com/archives/13164

닉네임과 외모는 연관성이 없었던 것 같다. ㅡ_ㅡ;;


이름 + 직급

OOO 대리님, 이거 언제까지 될까요?
OOO 부장님, 이거 승인 좀 부탁합니다. 오늘까지 꼭 배포해야 해서요.
OOO 주임님, 지금 진행하고 있는 거 내일 같이 리뷰 할 수 있을까요? 같이 보는 게 좋겠어요.


2000년 3월에 첫 직장에 입사를 했으니 많이도 지났다. 내가 알기로 보통의 회사들은 사원 / 대리 / 과장 / 부장 이런 순으로 직급이 정해지고 "OOO 대리님" 이런 식으로 불렀던 것 같다. 당시, 이름 + 직급 형태의 호칭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그렇기에 다른 대안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사원 시절에 과장님이나 부장님께 메일을 보낼 때면 여러 번 고쳐 썼던 기억, 회의를 할 때 소신껏 말하지 못했던 기억,, 등등 여러 가지 기억이 있다. 



뭣이 중헌디?


16년 정도를 이름 + 직급 형태로 직장 생활을 한 상태에서 닉네임 문화를 처음 경험하는 나로서는 여러 가지가 생소했다. 겉으로 닉네임을 부르긴 하지만, 궁금한 게 많았다.


OO님의 직급은 무얼까? 너무 답답해~
내가 이런 질문을 해도 되는 분일까?
어떤 분이길래 저렇게 로직을 자세 하게 알고 있지? 


현재는 사내 시스템을 활용하면 직함(Job Title)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직함 같은 것이 없었고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TL(Technical Leader) 정도가 기억이 난다.

 

아니 왜 일은 하지 않고 직급이 무엇인지 궁금해할까?
내가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직급이 어떤 관련이 있는 거지?
대리님만 할 수 있는 일, 과장님만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는 건가?


보름 정도 지났나, 직급 찾기를 포기했다. 정확히 말하면 직급을 찾을 수 없었고, 좀 바빴다. 

오직, 팀에 빨리 적응하고 싶었고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집중했던 것 같다. 누구나 회사에 처음 입사하면,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읽혀야 한다. 이건 경력과는 무관하다. 적응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고 실제로는 숨은 그림 찾기의 시작이었다.


배포는 어떻게 하는 거지?
빌드가 안될 때 분명 내 코드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어디 물어봐야 하는지? 누가 OO님 찾으면 알 수 있다고 했는데...!
QA 부서는 있는지? 
각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 현재는 대략 담당업무를 알 수 있는 팀명으로 변경됐지만 당시에는 섬, 도시, 등 자유롭게 팀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다.
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팀에 누구를 찾아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나를 도와줄 개발자의 닉네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담당자를 알아내기 위해서 5명 정도를 거친 적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한 달 정도 거치고 난 다음에 내 머릿속에 이런 것들이 남았다.


OO 님 : 시크하지만 아는 게 많은 분, 주문 로직 궁금한 게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는 분
OO 님 : 스펙이나 일정 협의할 때 이 분 통하면 신속하게 진행됨
OO 님 : 캐시 시스템 히스토리 잘 알고 계시는 분
OO 님 : 결제 UX 관련 잘 알고 계시는 분


마치 학창 시절이나 여자 친구를 사귈 때 단순히 이름이나 별명을 부르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시애틀이나 샌프란시스코 지역과 같은 영어권 국가들의 동료들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 직급보다는 내가 문제 해결을 함에 있어서 필요한 분이 누군지 관점에서 닉네임을 기억하게 되었다.


사내 메신저는 항상 질문으로 가득찼다.



마치며


모든 기업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문제 해결이 아닌가? 출근하면 매번 새로운 문제가 주어지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고 해결한다. 

닉네임은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쉽게 동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경되는 스펙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개개인의 역량을 제한하지 않고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리소스는 항상 부족하지 않은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는 의사결정권자가 많아지는 것이다. 개개인이 각 도메인의 전문가가 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들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사고하고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 어떤 누군가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급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동료가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Code Review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