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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Dec 19. 2023

우정의 산책

따로 또 같이

길을 걷다 보면 어르신과 반려견의 우정을 자주 마주한다.

힘이 부치는 노인과 힘을 주체 못 하는 반려견의 외출이다.  

애정으로 나섰지만, 어르신은 짝꿍의 잦은 신호를 챙기지 못한다.

같이 놀자는 장난을 눈치채지 못하고 애꿎게 앞만 보고 가는 '따로 또 같이'의 풍경이 펼쳐진다.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 투성인 어린 짝꿍은 사랑을 듬뿍 받아 촉촉한 코로 세상 전부를 맡을 기세다. 연신 킁킁대며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여전히 붙지 않는 속도에 제자리 뜀을 한다.

그조차도 성에 안 차자 목줄을 쥔 할아버지의 손을 힘껏 끌어당긴다.

줄을 끄는 것이 할아버지인지 줄이 할아버지를 끄는 것인지 애매한 형국이다.


넘치는 흥으로 부산한 짝꿍. 그 곁에는 덤덤히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친구가 함께 한다.

너는 너 나는 나의 그림처럼 투박해 보여도 알고 보면 부지런히 맞춰가는 사랑이 깔려있다.

산책은 그렇게 함께 사랑을 챙기는 시간이다.

느려진 시간과 빠른 시간이 한 팀이 되어간다.

약해 보여도 알고 보면 서로를 지켜주는 무적의 사이.

시간은 달리 흘러도 서로를 향한 온도는 모자람 없이 똑같다.

서로에게 마음을 쓰고, 하루를 쓴다.

 

오늘도 거리에는 많은 우정이 지나간다.

바라보는 우정의 뒷모습이 내게 말하고 있다.


잘 어울리죠?
우린 친구거든요.


※이미지 출처: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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