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n
주여,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바꿀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별할 지혜를 주소서.
지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귀 하나가 내 마음을 오래도록 붙들고 있다. 마음 한 곳이 기대어 있다.
내일의 고민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답이 내게 있긴 한 걸까.
없다 한들 그것을 난 놓을 수 있을까.
해를 거듭할수록 알 수 없는 답과 평온을 구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사실 오늘의 행복에 몰입하려는 내가 내일을 향한 잡념에 휘둘리는 건 명백한 모순이었다.
앞선 걱정이 나의 행복보다 더 큰 까닭 역시 오늘의 내가 오지 않은 미래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연이은 도돌이표에 피로를 느끼다가도 이 모두가 더 나아가기 위한 필요조건 같단 생각에 더러 담백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결국 오늘도 내일도 불가분의 관계란 진실에 도달한다. 가를 것 없이 그렇게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나는 점점 더 조금 더 차갑고, 조금 더 뭉툭해졌다.
일도, 삶도, 관계도.
행복에 충실하고자 힘쓰는 일에도 힘을 덜어 낸다. 그럼에도 잘 사는 인생이란 힘의 안배이자 취사선택의 문제란 걸 알고 있다.
아직 멀었지만, 가치가 있는 것을 믿고 챙기는 마음을 키워간다.
아닌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더는 힘을 두지 않는다. 가차 없이 양극을 오가는 단순도 애정한다.
알 길 없는 마음에 글 어딘가 숨고 싶던 나는 풀어지지 않는 마음을 안고 기도한다.
언젠가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에게 구하던 지혜와 용기와 심장처럼.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바꿀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바꿀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별할 지혜를 갖게 해 주세요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