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득 오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운 Dec 27. 2023

꿈속의 유실

잃어버린 멜로디

때로 밤의 꿈은 간절한 허구이다.

꿈꿔오던 꿈들이 복기하듯 뭉근히 녹아있다.

물론 꿈속의 나는 그것이 꿈인 지 모르므로 행복하다.  

싱어송라이터가 된 내가 무대에 오른다.  

무리 없이 뽑아내는 고음에 자신이 붙은 열창은 전율을 가져온다.

물론 갑자기 막혀버린 목소리에 가슴 태우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꿈속에서 생각한다. 제발 꿈이었으면...


연장선상일까. 꿈의 멜로디는 종종 현실에도 찾아온다.

눈을 뜨면 사라질까 멜로디를 입에 문 채 녹음 아이콘을 누른다.

맨 정신에 확인하는 파일은 한잠 묻은 허밍만이 생존 중이, 가사까지 운좋게 덤인 날도 있다.


며칠 전 잠결에 어떤 멜로디가 입에 닿았다.

맴도는 멜로디를 반복해 흥얼거리다가 안간힘을 다해 눈을 뜨고는 핸드폰에 남겼다.

안도하며 다시 잠에 든 나는 꿈속에서 많은 일들을 이어갔다.

그리고 완전히 눈을 뜨고 나서야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 모두가 완벽히 꿈이었단 걸.

내가 꿈을 꾼 것도, 꿈결에 멜로디를 녹음한 것도 모두 설상가상 꿈이었다.

꿈속에서 잠든 나는 진짜 꿈에서 깨자 기억을 잃어버린 멜로디에 허망해졌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작업실에 놀러 온 자이언티가 나의 멜로디에 '오, 좋은데?'라며 반응해 주었던 기억만 남아있었다.

꿈속의 꿈에 멜로디를 두고 온 나는 다시 찾지 못할 분실물에 자꾸 미련이 남는다.


어떤 날은 꿈이라 감사하고, 어떤 날은 꿈이라 무력한 꿈들의 반복.

어쩌면 꿈의 밀당인지도...



※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


매거진의 이전글 우정의 산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