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여정
짧고도 긴 아니, 길고도 짧은 여정이 끝났다.
가시지 않은 몽롱한 기운이 나의 시계가 아직 그곳에 남아있단 걸 증명해 준다.
다만 여독은 나의 사정이므로 다시 만난 일상은 여지없이 가속이 붙는다.
이번 여행은 D.C.에 머물면서 뉴욕에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결론적으로 뉴욕은 다양한 시대와 세대, 인종 등 이질적 대상들이 합주를 하는 자유의 도시였지만 오사카와 교토의 저울처럼 나의 취향은 기울어졌다.
굳이 따지자면 나의 기호는 뉴욕보단 D.C.나 버지니아에 좀 더 가까웠다.
총량은 동일했어도 잠들지 않는 도시를 걷는 것은 조금 힘에 부쳤다.
물론 여행에서 걷기의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걸음마다 마주하는 익숙하지 않은 대상들과 풍경, 냄새, 공기까지 여행의 모든 과정을 사랑하고 있다. 여행이 내게 베푸는 우정이라 생각한다. 인색한 적 없는 우정을 소중히 여긴다.
먹고사는 이야기가 한 데 모인 마트 구경도 중요한 여정중 하나다.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 살맛 나는 대상들의 탐닉에 시간을 잊곤 한다.
여기에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는 덤이다.
또 하나의 우정을 나누고 돌아온 지금.
몸에 배어있는 다른 시간과 짙은 감기에 졸음이 밀려온다.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동일한 지구에 살고 있어도 우리의 오늘이 흐르는 날짜와 시간은 서로 다르단 사실이 퍽 재미있다고.
그곳의 공기와 냄새가 그립다. 가볍게 비를 맞으며 걷던 나도. 다른 시간이 흐르는 그곳의 나의 가족들도.
마치 윤이 나는 꿈을 꾼 것만 같다.
어쩌면 다시 꿈을 꾸고 싶은 것인지도.
☆오늘의 추천 B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