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6.] 기억과 기록 <원더풀 라이프>
망자를 향해 영화는 묻는다.
당신 인생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단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문장은 이승과 저승을 관통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를 향해있다.
이승과 저승의 중간역인 '림보'에 당도한 망자들은 추억의 택일을 과제로 부여받는다.
우리의 안녕을 위하여, 안녕한 안녕을 위하여.
저마다 다른 모양을 한 기억들이 영화로 소장되고, 추억은 그렇게 생명을 얻는다.
영원한 시간을 약속한다.
흔히 추억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나 일'로 정의된다.
망자의 기억을 따라 거리감과 그날의 공기 하나까지 재현해 내는 림보 직원들의 기록을 따라 솜이 구름으로, 색종이가 벚꽃으로 분하는 수제의 미장센은 장인 정신에 가깝다.
순애보와 같은 그들의 조력으로 망자에게는 미련 없이 고운 추억만 남는다. 완전한 작별을 선물한다.
긴 시간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던 추억이 자신이 누군가의 행복이었단 사실로 치환되는 모치즈키의 서사 역시 추억은 유무가 아닌 시간을 기억하는 순간에 있음을 말해준다.
누군가 ‘오늘 달이 참 예쁘네’라고 말하지만 사실 달의 모양은 변한 적 없이 그저 빛이 닿는 각도를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보이는 것뿐이듯.
림보의 직원들이 타인의 추억을 완벽히 재현하려 열정적, 자발적으로 공을 들이는 원동력이 궁금하던 찰나 림보의 직원 하나가 근원의 물음을 던진다.
우리 일은 누구를 위한 걸까요?
누구도 답을 하진 않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진실이 살고 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행복이었음을, 또 누군가 우리의 행복이었음을.
림보는, 영화는 영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대문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