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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초이 May 11. 2022

당신이 합가 하면 후회하는 5가지 이유

시부모님과 동거 중

얼마 전에 합가의 장점을 이야기했는데요. 좋은 점도 물론 있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분명히 단점도 있습니다. 합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점인 고부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너무 뻔하니까 제외할게요. 애초에 고부갈등이 있으면 합가를 생각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고부갈등을 제외하고도 살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겪을 수 있는 합가의 단점!! 진짜 겪어본 사람으로서 느꼈던 현실적인 단점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어른은 있고 자유는 없다.


아무래도 어른들과 함께 살기 때문에 자유로운 삶이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자유로운 삶이란 간간한 예로 여름에도 너무 짧은 바지와 나시는 피하게 되고 또 아이들이 어지르고 놀 때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선 두고 아이들이 다 놀고 난 뒤에 치우거나 정 귀찮은 경우 냥 두고 그다음 날 치우기도 한다는데 합가를 한 저는 절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하물며 놀이를 하는 중이라고 해도 갖지고 놀고 있는 장난감을 빼고, 나머지는 어느 정도 치워야 하는 것이 합가의 정설!


사실 가구를 새로 구매하거나, 옮길 때도 사전에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요. 이것은 꼭 허락이 아니라 같이 사는 구성원으로서, 공간이 바뀌는 것에 대한 합의를 구하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이들 책이나 장난감을 살 때에도 잔소리는 각오해야 하죠.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회사로 치면 부장님과 함께 사는 느낌이랄까요? 사전에 결재를 구해야 하고, 결재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결재에 대해서 시행할 때 한번 더 사전 보고해야 하는 그런 느낌적이 느낌! 더이상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아시리라 믿습니다.




살림은 내 것이 아니다 무소유..


살림을 주도적으로 할 때와 가장 크게 부딪히는 점이 바로 살림을 합치면서 수납 스타일이라던지, 사용하는 방법의 차이라던지 이런 사소한 습관들로 인한 차이가 갈등을 빚게 됩니다. 합가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시어머님도 나의 스타일을 존중해 주시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살림을 주도적으로 하는 사람의 스타일로 맞추어지게 되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리에 ‘ㅇ’자도 모르는 저는 살림 고수인 시어머님에게 그 주도권을 자연스럽게 넘겼습니다. 하수인 저는 그저 놓으라면 놓고 집으라면 집으면 되고요,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아기자기한 그릇을 사서 플레이팅 하는 재미라던지, 또는 아이들의 식기를 종류별로 구비해 놓는다든지 그런 소소한 재미는 느낄 수 없습니다. 만일 본인이 음식을 합가를 하고 살면서 음식을 주도적으로 할 자신이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어머님의 손맛은 범접할 수도 없어 그저 설거지만 담당하기 때문에 점점 더 요리 실력은 줄어들더라고요. 먹는 실력만 늘어납니다. 눈에 올릴만한 아기자기한 요리와 예쁜 플레이팅은 저리 비켜! only 실용성 위주로 살아가게 됩니다.





아이들도 의외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보통 어른들은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극도로 싫어하시고, 또 훈육도 어릴 때부터 하는 것도 크게 좋아하지 않으시죠. 어린애가 뭘 알겠냐 하지만 훈육 없이 알아서 잘하기를 원하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크면 다해~ 이건 시어머님 세대에는 형제, 이웃사촌의 롤모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 모르겠으나, 현재는 이웃 간에 철저하게 분리가 되어 있고, 또 아이가 1명~많아야 2~3명이기 빼문에 롤모델이라고 할 형제가 많지 않죠. 스스로 잘하는 환경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다 보면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이 바로 잔소리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과하면 그것 또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죠. 과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하지만 합가 상태에서는 잔소리의 양을 조절하기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저는 할머니와 가장 많이 부딪히니 할머니 위주로 하게끔 하려고 저는 거의 잔소리를 안 했더니 어머님이 애들에게 너무 신경을 안 쓴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또 아이들에게 어머님이 잔소리를 하기 전에 움직일 수 있도록 다그치게 되면 아이들은 잔소리를 2배로 듣게 되는데요. 그렇다고 할머니가 잔소리를 안 하시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또 스트스레스를 받게 되는 거죠. 잔소리를 하는 어른도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건 저희 집 또한 아직도 헤쳐 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해요.




시부모님에게 나의 남편은 아직 아이

그런 이야기가 있죠. 100세가 된 노인이 80세가 된 아들에게 “아들아 차 조심히 다녀라” 하면서 걱정한다고요. 저는 그 말을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답니다. 따로 살았으면 보다 독립적이었을 수 있겠으나, 함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편이 다시 아들이 되더라고요.

시부모님 눈에 아들은 아직 물가에 내놓은 아들이기 때문에, 제가 외출을 하게 되면 남편이 아이들을 오롯이 볼 수가 없습니다. “ 얘(남편이) 혼자 어떻게 애를 보냐”며 시부모님들이 함께 케어하게 되고, 그런 것이 익숙해지다 보니 남편도 “ 내가 혼자서 애 셋을 어떻게 봐” 이렇게 되어버리더라고요. 도움이 습관이 되어 버린 거죠. “엄마가 해주면 되지” 이게 본인한텐 자연스러운 생각이고, 또 이상한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독립해서 살았을 때는 아무래도 남편 또한 본인 스스로 했어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제가 아이들을 놓고 친구들을 만났던 것은 첫애를 낳았을 때 몇 번 그 뒤로 둘째 아이를 낳은 뒤로는 거의 어려웠고, 그마저도 낮에 2~3시간 정도 잠깐 만나고 후다닥 들어오는 게 다였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작은 남편이 함께 아이들을 보았으나 끝은 시부모님들이 보시더라고요. 그게 남편이 일부러 안 보는 게 아니라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들어서 쉬거라~”하시더라고요. 제가 귀가하면 시부모님들이 아무래도 힘들어하는 게 보이니까 저 스스로 점점 약속을 잡기가 어려워지더라고요 아예 회사에 연차를 내고 만나는 게 덜 눈치 보일 정도입니다. 합가를 하게 되는 배우자의 부모님 덕에 배우자는 다시 아이가 되어버리는 현상은 처음에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단점이죠.




좁아지는 나의 인간관계


처음에 저희끼리 살 때는 제가 아이 때문에 외출을 못할 때 친구들이 저희 집에 놀러 와서 같이 놀았주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과 꾸준히 관계 유지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근데 아무래도 어른들이 함께 사니까 점점 모이기 어려워지더라고요. 편하게 모이라고 말씀하시고, 배려해주시는데 아무래도 늦게까지 노는 것은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좁아지더라고요.


시부모님 계신 곳으로 친인척이 모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감수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것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명절이 너무 빨리 돌아오는 것 같고, 명절 사이사이 생일이며, 다양한 기념일에도 모이니까 더 자주 모이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처음 합가를 했을 당시에는 상당히 힘든 부분 중에 하나였어요.






합가를 하게 되면 막연하게 불편하겠지…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는데 의외로 많은 부분을 부딪히게 되고, 특히나 자립적으로 살아오셨던 분들은 사랑으로 하는 간섭이라고 하여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간섭을 참을 수 없어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부모님, 혹은 친정부모님과의 합가는 가볍게 내가 맞추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태도로 시작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 혼자뿐 아니라 온 가족이 서운한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것을 수용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비로소 함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신 뒤에 합가를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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