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되지 않는 고교 시절 감독의 사사키 활용법
2022년 4월 10일,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의 사사키 로키가 약관 20살의 나이에 사상 16번째이자, 역대 가장 압도적인 모습으로 퍼펙트 게임을 달성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까지 야구가 성행하는 모든 곳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사사키는 7월 1일 등판에서 4회까지 삼진 10개를 잡으며 호투하다가 물집이 생기면서 마운드를 내려왔고, 다음날부터 등록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채 전반기를 마감하게 되었다. 압도적인 인기로 올스타에 뽑힌 사사키는 7월 26일과 27일에 열리는 올스타전을 복귀 무대로 삼을 예정이다. 올시즌 사사키가 눈부신 호투를 이어가면서, 지난 2019년 여름 사사키의 이른바 등판 회피 논란이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사키는 3년전 여름 고시엔 예선을 겸한 이와테 지역 결승전에 등판하지 않았고, 팀은 결승전에서 패해 고시엔 본선 출전에 실패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엄청난 논란이 일었는데, 장훈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야구 원로와 고교야구 명 감독들은 사사키의 '등판 회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3년간 같이 노력해온 동료들의 꿈은 고시엔 출전인데, 결승전에 등판하지 않는 건 동료를 생각하지 않은 처사라는 목소리였다. 반대로 고시엔의 전설적인 스타 출신인 구와타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다르빗슈등은 사사키의 결정에 박수를 노내면서 고시엔의 영광에 가려진 혹사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찬반양론속에 사사키가 올시즌 최고 투수로 성장하면서 사사키의 3년전 결정이 옳았다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사키가 고시엔보다 미래를 선택한 첫 선수라며 사사키의 성공은 고교 야구의 투수 문화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내 언론이나 일부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사사키의 성공 뒤에는 고교시절 은사가 있었다며 오후나토 고교의 고쿠보 감독을 '추앙'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사키 역시 이와테 현 결승전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감독의 결정이었지만 사사키 역시 복잡한 심정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일본 언론에는 사사키의 동료였던 오후나토 선수들의 현재를 소개한 르뽀 기사가 나오곤 한다. 당시 포수였던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사사키의 절친이었는데 결승전 당일날 출전 선수 명단에 사사키가 빠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하나는 사사키가 선발 명단에 없었다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선발 투수가 전혀 예상외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제 1선발이 빠지면 2번째나 3번째 투수가 선발로 나와야 한다. 그런데 결승전에 선발로 나온 선수는 2선발인 오와다, 3선발 와다가 아니라 6경기동안 단 한번도 등판한 적이 없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감독의 이런 선발 투수 기용은 경기를 포기했거나, 고시엔 본선에 가고 싶지 않은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사사키가 결승전에 나오지 않은 것은 너무나 유명했지만 대신 등판한 선수가 4번째 투수였다는 건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다. 그래서 2019년 이와테 지역 대회 전 경기의 스코어 보드를 검색했는데, 사사키 기용법에 대한 원칙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사시키는 오후나토 고등학교의 제 1선발이자 4번 타자로 준결승전에서 9이닝 완투를 했다. 이틀전 열린 준준결승에서는 사사키가 등판하지 않았고, 오와다-와다가 이어던지면서 6대 4로 이겼다. 그것도 연장 11회까지 가는 승부였다. 사사키를 투입하지 않은 이유는 하루전 열린 3회전에서 사사키가 무려 12회를 완투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사사키가 이틀전 2회전에서도 6이닝 완투를 했는데, 팀은 10대 0, 6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지난 3월 발간한 고시엔 관련 도서-청춘,여름,꿈의 무대 고시엔에서 자세히 밝힌바 있지만 일본 고교야구는 한국고교야구 이상의 엘리트 야구를 하는 학교와 그냥 이름만 건 동아리 수준의 야구가 공존한다. 그래서 고시엔 지역 예선의 경우 콜드게임 경기가 많이 나온다. 2회전에서 만난 약체팀을 상대로 그것도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앞서가는 경기에서 굳이 사사키를 6이닝 모두 던지게할 이유가 있었을까? 1회전에는 14대 0, 5회 콜드게임으로 이겼는데, 이때도 사사키가 선발로 나와 2이닝을 던진바 있다. 약체를 상대로 6이닝을 던진 뒤 이틀뒤 열린 경기에서는 왜 12이닝 동안 혼자 던지게 했을까? 고시엔 지역 대회는 우승팀 1팀만이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하기 때문에 결승전에 사사키의 등판을 전제로, 8강전과 3회전에 사사키를 투입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어쨌든 사사키는 대회 기간중 800개가 넘는 공을 던졌다. 이렇게 혹사를 시키고도 감독은 사사키의 어깨를 보호한 훌륭한 감독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정말 혹사를 피하고 싶었다면 상대에 맞춰 사사키의 투구수를 조절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10대 0 콜드게임으로 이기는 상대에게 6이닝을 던지게 하는 건 별 의미가 없지 않은가? 14대 0, 5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한 팀과의 경기에 굳이 사사키를 선발로 기용할 이유가 있었을까? 사사키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그의 재능과 노력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고, 사사키를 위해 2시즌이나 기다려준 지바 롯데 코치진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사키의 고교시절 동료중 프로에 간 선수는 없고, 이들은 대부분 야구를 하지 않는다. 사사키의 동료들은 사사키에게 왜 등판하지 않았느냐고 아무도 묻지 않았다고 한다. 그냥 받아들일 뿐이었다. 사사키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고쿠보 감독의 설명은 결승전만 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대회 기간 전체의 투수 기용을 되돌아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고시엔'보다 '미래'를 선택한 사사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선수 보호를 위해서 였다는 감독의 명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언젠가 그 진짜 이유가 밝혀질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