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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nkplayground Jun 25. 2024

책리뷰 요즘이책_ 빈칸서재 65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책리뷰 요즘이책_ 빈칸서재 65

_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p.9
할머니와 나는 그 나무를 잘생긴 나무라고 불렀다.
우리는 나뭇잎 모양이나 열매를 보며 나무의 진짜
이름을 알려고 애쓰지 않았다. 이름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을까. 어떤 이름이든 나무 스스로
지은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p.10
이번에도 내가 쏜 화살을 찾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잃어버린 화살을 찾으려면 같은 방향으로
한번 더 활을 쏴야 한다고 할머니는 말했었다.

p.27
할머니는 이응을 할 만큼 세상이 성숙해져서 좋다고 했다.
하지만 갈수록 이응이 복잡해져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다.
다초점 렌즈의 안경을 썼다가 벗었다가 하며
눈을 비비고 깜박거려도 이응의 색채 띠를 분간하기
어려워졌을 때쯤, 할머니는 이응을 졸업할 때가
왔다고 했다.

p.31
 할머니가 말한 <이방인>을 읽었다.
책 속의 정확한 표현은 '속옷을 갈아입는 인간'이었다.
할머니는 팬티를 갈아입는 인간이란 함부로
슬퍼하거나 눈물을 흘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했다.

✏️
첫 문장을 보고 뒤에 내용이 궁금해졌다.
'이름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을까. 어떤 이름이든 나무 스스로
지은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이응이란 말이 따로 있다는 것.
그리고 다양하게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첫 문장을 자꾸 떠올리게 했다.

'속옷을 갈아입는 인간'이 무엇인지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왜 할머니가 등장하는지도 궁금하다.
표면적인 거 말고 그 시스템이 궁금해졌다.


#
p.41
할머니는 죽는 것도 이응 같은 거라고 했다.
이응처럼 코스를 선택할 순 없지만,
이응의 컬러볼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굴러가는 거라고.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p.46
내가 잃어버린 화살은 모두 내 안에 있었다.
나는 이응 안에서 오래 포옹했다.
나는 울고 있었지만, 비옷을 입고 빗속을 걷는 것처럼
두 뺨은 눈물 자국 없이 뽀송했다.

p.53
작가노트_소설이 굴러가는 길
부디 이 소설이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구
굴러가 자신만의 이응을 그려내는 누군가에게
잘 썩은 낙엽이 되길 바랍니다.

✏️
'할머니는 죽는 것도 이응 같은 거라고 했다.
이응의 컬러볼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굴러가는 거라고.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
이응은 나를 어루만져 주는 위로는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작가 노트를 함께 읽고 나니 어떤 부분에서
이 글들이 왔는지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
p.75
"자기가 잘한다 싶은 사람은 알아서 앞줄로 나오고,
못한다 싶은 사람은 뒤쪽으로 서세요."
그래서 곽주호는 맨 앞에 섰다.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 나간 게 아니라
원래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었을 뿐이었다.

희주는 알았다. 아니, 희주만이 아니라 모두가 알았다.
강사가 목에 힘을 주고 왜 같은 말을 계속하는지,
누구를 향해 말하는 건지. 저 바보.

p.98
물이 흔들리고 물이 휜다.
딱 그만큼 몸이 흔들리고 몸이 휜다.
떠오르는 몸. 가라앉는 몸.
물을 밀어내는 만큼 밀려가는 몸.
밀어내는 만큼의 무게. 딱 그만큼 두 사람은
손안에 들어오는 물을 만진다.
움켜쥔다. 갈 수 있는 만큼 간다.

p.101
작가노트 _ 갑자기 열리고 골몰히 닫히는 세계
나는 물속에 서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수영장에 가면 마음이 편안했다. 좋았다.

✏️
두 작품을 읽어보고 다음 해에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꼭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편은 수영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 같다.
처음 함께 배웠던 사람들은 나포함 어디로 갔을까?
다시 초급반부터 배워야 할까?
무엇보다 수영장이 편안하다는 말에 공감하고
갈 수 있는 만큼 간다는 말이 마음에 든다.


#
p.117
수능 문제집이 가득한 바구니를 책상 옆에 두고
기계처럼 정답과 오답을 솎아냈던 고교 시절을 돌아봤다.
순수할 정도로 반복적인 문제풀이도 나름의 근육을 남겼고, 드물게는 정서적 안정까지 제공했으므로
그 시절을 완전히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졸업할 때까지 관심 분야의 책 한 권 편히 읽지 못하는 걸 '공부'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곽은 '지문'이 아니라 '책'을 다루고 싶었다.

✏️
데미안을 최근에 다시 읽어보았다.
광장과 구운몽도.
지문에서 파편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만났던 문장들을 책으로 읽어보는 작업.
독서의 시작을 필독도서로 접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선택을
조금 더 더디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다시 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시험을 위한 지문을 읽으며 공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책으로 읽어볼 것인가?


#
p.137
은재는 읽고 생각하고 쓸 수 있었다.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흡수하며 성장할 수 있는
'지성'을 갖고 있었다. 곽은 자신이 알아본 은재의
역량을 대학에서도 알아보았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도,
진정 귀한 것은 지성 그 자체이며 그에 비하면
대학 합격증은 일종의 운전면허증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
읽고 생각하고 쓸 수 있다는 말에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합격증이란?


p.155
번거롭고 사치스럽고, 말하자면 슬픔에 가까운 그런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때마다 귓가에는 서걱서걱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 소리를 혼자서
파주 소리라고 부른다.

#
p.190
작가노트_그런사람
약하지만 약하지 않은 사람을 보고 싶었다.
[파주]에 나오는 현철은 정호보다,
그리고 '나'보다도 힘이 세다.
아니, 어쩌면 누구보다 셀지도 모른다.

✏️
Q. 약하지만 약하지 않은 사람은 어떤것일까요?


#
p.254
신빨이 다했다더니 진짠가보네. 할멈이
나한테 온 줄도 모르고.
그 애는 살기어린 눈으로 나를 똑바로 주시했다.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
p.293
만물이 자라서 가득차듯이,
한 인간은 노력이 배반한 재능과 사라진 신의 영능,
저물어가는 젊음에 대한 골몰에서 벗어나
자신의 참됨을 자기 기준에 근거하여 인정하며
충만해진다. 자신을 끝없이 내치며 가짜라고
오도하는 세계에 맞서 '진짜 가짜'이자
'가짜로 불리는 진짜'가 되어간다.

어떤가. 이제 당신도 알겠는가,
이 참된 가짜를.
아니, 거짓되다 손가락질받는 진짜를.


#
해설
p.355
<언캐니 밸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규범과
폭력적 소유욕, 열등감과 질투심을
집약한 고전적인 스릴러의 형식을 따르면서
이를 한국적으로 패러디하고 있는 셈이다.
불쾌하고 기괴한 이 골짜기를 감히 들여다볼 때,
우리는 무엇을 맞닥뜨리게 될까.
당신은 무엇이 가장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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