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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Jan 26. 2023

우아한 전쟁의 시작

주치의와의 만남

중국에 가기 전부터 다리가 자주 뭉치고 저렸다. 서있는 직업이다 보니 발목이 자주 아파 MRI를 찍어보았다.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혹시 운동을 심하게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발목에 과부하가 걸리는 운동, 특히  등산은 하지 말라고 하였다. 중국행을 준비하며 퇴근 후 집에 와서도 계속 서서 해외이사 준비를 했다. 발목, 무릎,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준비하느라 병원을 갈 시간도 쉴 겨를도 없었다. 먼저 입국한 남편이 중국에는 발마사지 하는 곳도 많고 중의학이 발달되어 있으니 와서 치료받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케리어 4개, 이민가방 2개, 그때는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과 중국 베이징에 입성을 했다. 베이징에 도착한 다음날 남편과 발마사지 하는 곳에 같이 가서 6년간 우리의 육신을 안마해 주는 곳과 인연을 맺었다.

중국에서 나는 기동력이 없는 뚜벅이 생활을 했던지라 넓은 땅을 더 많이 걸어야 했고 통증이 심해졌다.

그리하여 수소문해 중의원을 찾아갔다. 한국에서 양의학을 공부하신 한국분으로 중국에 가서 중의학을 공부해 중의사 자격증까지 따신 수염이 있는 '털보선생님'은  중국에 있는 동안 나를 비롯해 우리 집의 주치의가 되어주었다.

침치료도 하고 굳어진 근육을 푸는 물리치료도 받았다.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털보선생님이 나보고 다음번 한국행 때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보라고 하셨다. 나의 상태가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서울에 있는 대학 병원에 가려면 2차 병원의 소견서와 검사결과가 있어야 했다. 한국에 가자마자 MRI를 찍었던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 삼성서울병원 뇌신경과로 갔다. 교수님이 소견서와 나의 상태를 보더니 추가 검사를 하라고 했고 2주 뒤 다시 올라가 진단을 받았다.

진단명을 듣고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때까지 잘 살았는데 40이 되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병에 걸린다는 말인가.

완치치료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한다.

뇌의 중추신경이 하반신 근육의 이완을 제어하지 못해 계속 수축되고 있으니 근육이완제를 먹으라 한다. 6개월치의 약을 받아왔고 나는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와 털보선생님께 서울에서의 진료결과와 진단명과 처방받은 약을 알려드렸다.

선생님은 어느 정도 나의 병을 짐작하셨다한다.

그 뒤부터 털보선생님이 나에게 준 숙제는 매일 근육을 푸는 스트레칭, 운동 그리고 상태를 매일 기록하는 것이었다.


내려가는 턱이 있는 줄 모르고 발을 헛디뎌 넘어진 일,

아이와 눈길을 걷다 미끄러진 일,

약은 얼마나 먹고 증상은 어떠했는지,

매일 적었다.


그리고 얼마 전 다니던 삼성서울병원에서 추가된 약을 처방받고, 한 군데 병원을 더 가서 추가약을 처방받아 약이 많아졌다. 부작용이 심할 수 있으니 강도를 조절해 가며 먹으라고 하셔서 일지를 다시 적고 있다.


오전에 먹은 약,

점심약은 처방받았으나 나른함이 너무 심해 생략,

저녁에 먹은 약

강직의 상태는 어떠하고

얼마나 움직이고 운동했는지를 적었다.




일지를 적다 보니 중국생활 중의 주치의 털보선생님이 생각이 난다. 베이징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병을 진단받았다.

지방의 병원에서는 이름도 알기 힘든 병이었다.

일지를 쓰며 오늘의 우아한 전쟁을 마무리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바쁘고 과격하게 우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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