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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Jan 30. 2024

이해 안 되는 대리만족

그게 어떻게 대리만족이 되지,  나만 안 되는 건가?

대리만족에 대해 인색하다.
인색하다기보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해야겠다. 특히 여행과 먹는 것에 대해 더욱 그러하다.
대리만족(代理满足)의 정의는 '다른 사람의 성공으로부터, 또는 원래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부터 얻는 만족'이다.
SNS여행기나 맛기행의 댓글 중 '대리만족해요, 제가 다녀온듯해요, 내가 먹어본 듯해요'라는 댓글이 많다. 나는 그러한 댓글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고, 내가 직접 먹어본 것이 아닌데 어떻게 만족감을 느끼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의 간접 경험과는 다른데 말이다. 그래서 먹방이나 맛집투어, 여행후기를 봐도 그러려니 하지 대리만족은  잘 되지 않는다. 편협하고 꼬인 마인드라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지난주에 친한 두 지인이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한 지인은 패키지여행을 가서 자유시간도 빠듯할 텐데 필요한 약이 있으면 사다 준다고 알려달라 했다. 나와 가족이 먹는 상비약이 떨어져 가서 기회가 되면 사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안되면 패스해 달라고 부탁했다.

미션을 달성했다고 도착한 날 집에 가는 길에 갖다 준다고 연락이 왔다. 비행기 타고 오느라 피곤할 터라 뒤에 줘도 된다 했는데 집에 가는 길에 아파트입구까지 와서 주고 갔다.

쇼핑백을 열어보니 약 말고 다른 것이 있다. 로이스 초콜릿, 냉장 보관해야 하는 생초콜릿이라 이것을 주려고 여행 마치고 피곤한데도 들려주고 갔나 보다.

약값은 미리 이체했지만 너무나 고맙고 미안하기도 해서 초콜릿가격도 알려달라 하니 이렇게 답이 왔다.


"ㅎㅎ 진~짜 얼마 안 했어요.

언니가 여행 갈 때마다 작은 거라도 항상 챙겨주셨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베이징생활을 같이했던, 타국에서 같이 여행도 다니고 먼 친지보다 의지가 되어준 이웃사촌이었다. 내가 작은 거라도 무엇을 챙겨주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중국생활 중 여행을 많이 다녔었다. 지인가족들과 여행을 같이 가지 않았을 때는 조그만 선물이라도 챙겨 왔었다. 해외여행이 흔해진 요즘 같은 시절에 여행 다녀왔다고 선물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마카오에 유명한 에그타르트, 백두산의 야생블루베리 젤리와 마그넷, 대련, 수저우 항저우, 청두에 다녀오며 나의 기념품을 사면서 가까운 지인들 것도 챙겨 와 주었다. 얼마 전에는 아이가 대만에서 사 온 펑리수와 쿠기도 맛보라고 주었다.


일본에 여행 다녀온 다른 지인이 오늘 오후 잠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오라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그 집 아이와 친구인 우리 집 아이가 같은 곳에 공부하러 다녀 여행 가고 없는 동안 내가 조금 신경 썼다고 선물을 챙겨 와 주었다. ​​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해외생활을 하고 왔다.
중간에 다니러 올 때마다, 그리고 귀국할 때 지인들에게 내가 살았던 곳의 특색과 마음을 전했다.
다른 이로부터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받는 선물이 오랜만이고 어색하지만 따뜻하다. 로이스 생초콜릿을 먹으며 삿포로의 눈 덮인 거리를 떠올려보고, 찹쌀떡을 먹으며 후쿠오카의 번화가도 떠올려보았다.
인색하기만 했던 대리만족이 온몸 가득히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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